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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동등하게 인터넷 접근해야”…www 만든 버너스리 서울평화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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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제16회 서울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팀 버너스리 월드와이드웹컨소시엄 대표. 개인의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평화운동 ‘솔리드 프로젝트’를 창설한 공로다. [사진 서울평화상문화재단]

제16회 서울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팀 버너스리 월드와이드웹컨소시엄 대표. 개인의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평화운동 ‘솔리드 프로젝트’를 창설한 공로다. [사진 서울평화상문화재단]

월드와이드웹(www)의 창시자 팀 버너스리(67) 월드와이드웹컨소시엄(W3C) 대표가 제16회 서울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서울평화상문화재단(이사장 염재호)은 28일 버너스리 대표가 소수 대기업과 정부가 통제하는 개인의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평화운동 ‘솔리드 프로젝트’를 전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서울평화상은 국제사회 평화 증진에 헌신한 인물이나 단체에 주는 상이다.

‘솔리드’는 개인이 별도의 저장공간(솔리드팟)을 통해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개인이 페이스북에 가입할 때 기존에는 이름·전화번호·비밀번호 등 개인정보를 제공하면 게시물과 댓글, 커뮤니티 활동 등 모든 정보가 페이스북 자체 서버에 저장됐다. 하지만 솔리드는 이를 개인이 별도의 저장공간에서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버너스리 대표는 지난 2018년 “지금의 웹 구조를 전복하겠다”며 이 시스템을 상용화하기 위해 스타트업 ‘인럽트’를 공동 설립했다.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버너스리 대표는 옥스퍼드대 퀸스 칼리지에서 물리학을 공부하고 1976년 우등으로 마친 뒤 80년 세계 최대 입자물리학 연구소인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근무했다. 89년 CERN의 정보시스템에서 착안해 세계의 망을 하나로 묶는 인트라넷인 www를 개발했다.

그는 막대한 부를 얻을 수 있는 특허권을 포기하고 www를 비롯해 자신이 개발한 기술들을 전 세계에 무료로 보급했다. 웹과 컴퓨터를 연결하는 프로토콜인 http도 그의 작품이다.

버너스리는 그 뒤 인터넷의 정치 조작과 가짜 뉴스, 사생활 침해 등 자신이 www를 개발할 때만 해도 생각하지 못했던 부작용을 목격하고 디지털 인권 운동에 나섰다. 그는 “나는 거대 기업이 정보와 이익을 독점하고 대중을 감시하며 가짜뉴스가 정치선전에 이용되는 인터넷을 꿈꾼 게 아니다”라며 “누구나 조건 없이 동등하게 웹에 접근할 수 있고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인터넷 독립성과 사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권리장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권리장전’은 정부와 기업, 개인이 인터넷 이용에서 각각 세 가지 원칙을 지키자는 ‘웹을 위한 계약’으로 구체화했다. 정부에는 ▶모든 사람의 인터넷 접근권 보장 ▶인터넷의 모든 콘텐트 이용 허용 ▶시민의 프라이버시와 데이터권리 보호 의무를, 기업엔 ▶누구나 인터넷을 쓸 수 있는 가격 ▶사용자의 개인정보 보호 ▶부작용 방지 기술 개발을, 개인에겐 ▶창작자와의 협력 ▶인간의 존엄성 존중 ▶웹을 위한 투쟁을 각각 요구했다.

서울평화상문화재단은 연내 서울에서 시상식을 열어 버너스리 대표에게 상장과 상패, 상금 20만 달러(약 2억8800만원)를 수여할 예정이다. 염재호 이사장은 버너스리 대표에 대해 “전쟁에 반대하는 소극적 평화를 넘어 개인정보의 통제 등 평화를 억압하는 모든 구조적 제약까지 제거하려는 적극적인 평화를 구현하는 데 크게 공헌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서울평화상문화재단은 각 분야에서 국제평화에 헌신한 인사와 국제단체 등 후보자들을 심사해 서울평화상을 수여해왔다. 역대 수상자 중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전임 사무총장인 코피 아난 등이 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국제구호단체 ‘옥스팜’도 받았다. 국경없는의사회 및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은행 총재 등은 서울평화상 수상 뒤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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