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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터카 교통사고 사망자, 8명 중 1명은 ‘음주운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2022 안전이 생명이다 ⑤

음주운전 교통사고와 사망자 수는 감소세지만 렌터카 음주운전 사고는 되레 인명 피해 정도가 커지고 있다. 렌터카는 여행지에서 빌리는 경우가 많은데, 분위기에 휩쓸려 음주운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렌터카를 대여할 때 운전자가 음주측정을 통과해야만 시동을 걸 수 있는 장치를 부착한 차량을 제공하는 시범 사업을 추진한다.

27일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1만4894건으로 전년(1만7247건) 대비 13.6% 감소했다.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같은 기간 287명에서 206명으로 더 많이(28.2%) 줄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3%·36.4% 줄었다. 음주운전 교통사고와 사망자 수는 2018년부터 감소세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는 ‘음주운전=예비 살인’으로 여겨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의 영향으로 밤늦게 이어지는 음주 문화가 개선됐으며, 음주운전을 줄이려는 범정부적 캠페인이 펼쳐진 점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렌터카 음주운전은 이런 흐름과 무관하다. 2019~2021년 사업용 차량의 교통사고 사망자 발생현황을 분석해보면, 전체 사업용 차량 교통사고 사망자(1777명) 가운데 렌터카는 264명으로 14.9%를 차지한다. 하지만 음주운전 사망자는 전체 57건 가운데 렌터카가 34건(59.6%)으로 전체의 60%에 육박한다.

사업용 차량 전체로는 사망사고에서 음주운전 사망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3.2%지만, 렌터카는 음주운전 사망자 비율이 8명 중 1명(12.8%)꼴로 크게 높아진다. 렌터카 음주운전은 사망 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지난 7월에도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해안도로에서 술에 취한 운전자가 정원 초과 렌터카를 과속해서 몰다 7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고가 났다. 당시 운전자는 술에 취해 제한속도 시속 50㎞인 도로를 시속 110㎞로 달렸고, 렌터카의 승차 정원도 5명이지만 2명이나 더 탑승했다.

이는 여행지에서 빌리는 렌터카의 특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운전자가 평소 운행하지 않던 도로에서 익숙하지 않은 차를 운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긴장감을 가져야 하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음주의 유혹에 넘어가고 운전대를 잡는 경우가 생긴다. 여기에 온라인으로 렌터카를 빌릴 수 있게 되면서 계약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차를 몰거나, 무면허 운전자에 의해 사고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올해부터 ‘음주운전 방지장치’가 부착된 차량을 대여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운전 전 음주 측정을 해 일정 기준 이상 수치가 나오면 차량 시동이 잠기는 식이다. 이 장치는 미국·스웨덴 등에서 음주운전 경력자를 대상으로 운영 중인 것으로, 공단은 시범사업을 거쳐 음주운전 방지장치의 효과와 문제점을 분석하고, 국내 적용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권용복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음주운전 방지장치 시범운영을 통해 음주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부여하는 한편, 사고 감소를 위한 효과적인 방안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음주운전은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범죄행위로, 단 한 잔의 음주라도 절대 운전대를 잡아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중앙일보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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