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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4 예비회의 개최…美 주도 ‘반도체 공급망 협력’ 본격화

중앙일보

입력

미국·한국·일본·대만 간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인 ‘칩4’가 28일 본격 출범을 위한 사전 준비에 돌입했다.

외교부는 이날 오전 미국재대만협회(AIT) 주관으로 칩4 예비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했다고 밝혔다. 다만 외교부는 공식 자료에 칩4 예비회의라는 명칭 대신 ‘미-동아시아 반도체 공급망 회복력 작업반’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작업반은 본회의 시작 전 연합체의 역할과 지향점 등을 논의하는 워킹그룹(working group)을 의미한다.

이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칩4를 처음 제안한 이후 외교부는 줄곧 칩4의 공식 명칭을 ‘반도체 공급망 대화’로 사용해 왔다. 이에 더해 예비회의를 개최하는 상황에서조차 이를 ‘작업반’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미국 주도의 공급망 협력에 참여하되 최대한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은 그간 칩4에 대해 “과학기술과 경제무역 문제를 정치화, 도구화, 무기화하고 협박 외교를 일삼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칩4를 통한 반도체 공급망 협력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칩4 참여를 부담스러워하는 정부의 스탠스는 이날 예비회의 일정 자체를 공개하지 않았단 점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외교부 당국자는 예비회의 전날인 지난 27일까지도 “칩4 예비회의는 아직 세부사항을 조율중”이라며 구체적인 회의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것처럼 말했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날 회의는 정부 부처가 아닌 주대만 미국 대사관 격에 해당하는 AIT에서 주관하고, 각국의 주타이베이 대표가 수석대표로 참여했다. 정부 부처의 고위급 당국자가 회의 수석대표로 참석할 경우 4개국 정부의 공식 협의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이는 칩4 참여국이 ‘하나의 중국(합법적인 중국 정부는 오직 하나)’ 원칙을 지지하지 않는단 의미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정부는 예비회의를 거쳐 본회의 참여 여부에 대해 심사숙고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칩4의 역할과 정체성 등을 논의하는 예비회의에 참여한 자체가 본회의를 통한 미국·일본·대만과의 반도체 협력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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