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중국 경착륙 우려...고꾸라진 원화, '1달러=1439.9원'

중앙일보

입력 2022.09.28 18:14

업데이트 2022.09.28 18:38

28일 중국 본토와 역외 시장에서 달러당 7.2위안이 깨졌다. 이는 2008년 2월 이후 14년 7개월여 만이다. 로이터=연합

28일 중국 본토와 역외 시장에서 달러당 7.2위안이 깨졌다. 이는 2008년 2월 이후 14년 7개월여 만이다. 로이터=연합

'1달러=1439.9원'을 찍었다. 13년 6개월만에 가장 낮다. 연일 불어오는 외풍에 원화값은 추풍낙엽이다. 영국에 이어 중국발(發) 충격이 원화를 강타했다. 경기침체 우려에 위안화 가치가 추락하자 원화도 끌려 내려갔다.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18.9원 하락(환율 상승)한 달러당 1439.9원에 거래를 마쳤다. 1440원의 턱밑에서 간신히 멈춰섰다. 종가기준으로 2009년 3월 16일(1440.0원)이후로 13년 6개월만의 최저치다. 장 중 한때는 달러당 1442.2원까지 밀려 내려갔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원화가치는 그야말로 백척간두에 서 있는 형국이다. 파운드 급락으로 수퍼 달러의 독주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중국의 경착륙 우려 속 위안화 급락이란 변수까지 가세하며 바닥없는 하락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위안화 가치는 세계금융위기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인민은행은 이날 위안화 가치를 전날보다 0.0385위안 낮은 달러당 7.1107위안으로 고시했다. 고시 환율의 상하 2% 내외에서 움직이는 중국 역내 시장에서 위안화 가치는 장 중 달러당 7.23위안까지 떨어졌다.

환율 변동 폭의 제한이 없는 홍콩 역외시장에서 위안화는 한 때 달러당 7.24위안까지 급락했다. 본토와 역외 시장에서 달러당 7.2위안이 깨진 것은 2008년 2월 이후 14년 7개월여 만이다. 지난 27일 세계은행(WB)이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로 지난 4월(5%)보다 대폭 하향 조정한 데 따른 후폭풍이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에 원화는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을 최대 교역국으로 둔 만큼 중국 경기 둔화는 한국 경제에 부정적 요인이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장 초반 위안화가 급락세를 보이자 원화도 동조 현상을 보이며 빠르게 내렸다”며 "마감 직전 당국의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으로 달러당 1440원 선을 간신히 넘어선 것 같다"고 말했다.

위안화 약세는 원화 약세로 이어지는 경향이 강하다. 외환시장에서 원화와 위안화는 ‘프록시(Proxy·대리)’ 통화로 여겨져,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서다. 투자자들이 외환 거래 규제가 많은 위안화 대신 상대적으로 거래가 자유로운 원화를 팔아 위안화 약세에 대응하기 때문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영국과 유럽의 경기 침체 우려는 수퍼 달러의 독주에 기름을 붓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1973년=100)는 28일 오후 5시(한국시간) 기준 114.56을 나타내고 있다. 2002년 이후 2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70조에 달하는 영국 정부의 대규모 감세안으로 인한 세계금융시장의 혼란은 진행형이다. 영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4.5%까지 뛰며 세계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파운드화 가치는 파운드당 1.067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가 27일(현지시간) 감세 정책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에너지 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며 유로화 가치도 다시 미끄러졌다. 28일 오후 5시 기준 유로화 가치는 1유로당 0.9573달러에 거래되며 최근 20년간 저점인 0.9528달러 근처를 맴돌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덴마크 에너지청과 스웨덴 해양청 등은 독일과 러시아를 잇는 가스관 노드스트림에서 대규모 누출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러시아에 의한 의도적 손상일 가능성도 제기되며, 유럽 내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자 유로화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유럽 가스공급문제, 영국의 금융 불안, 중국의 경기침체 등 전 세계적인 경치 침체 이슈가 강달러 기조를 계속 강화시키고 있다”며 “정부의 바이백이나 국고채 매입 등도 불안한 시장 심리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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