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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 400건 민원, 태풍에 골칫거리...부산시 "공유자전거 관리 규정 만들어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7일 부산 도심 지하도 인근에 공유 전기자전거와 킥보드가 주차돼있다. 김민주 기자

지난 27일 부산 도심 지하도 인근에 공유 전기자전거와 킥보드가 주차돼있다. 김민주 기자

태풍 '힌남노'때 골칫거리
이달 초 ‘역대급 태풍’으로 불린 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할 무렵 부산시 해운대·수영구 공무원들은 골머리를 앓았다. 인도 곳곳에 수거되지 않은 자전거 때문이었다. 이들은 태풍 예보에도 해안가 자전거가 수거되지 않자 업체 측에 태풍 상륙 전 수거를 요청하는 공문을 수차례 보냈다. 또 접촉 가능한 업체 측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를 통해서도 같은 내용을 전달했다.

그런데도 일부 해안가에 남은 공유 자전거는 공무원들이 나서 나무와 지장물 등에 고정해야 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태풍에 휩쓸린 자전거가 인명·재산피해를 내거나 주요 배수로를 막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일을 겪은 부산시는 카카오T, 킥고잉 등 공유 전기자전거 운영과 관련해 허가 및 벌칙 규정 등(고유 자전거 등록허가제)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건의했다고 28일 밝혔다.

지자체가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공유 전기자전거가 인도 공간을 점유, 영업하는 현재 상황을 개선하고 사업자가 해당 지자체 허가를 받도록 해달라는 게 주요 내용이다. 지키지 않으면 벌금 부과 등 벌칙 규정도 필요하다고 부산시는 덧붙였다.

‘자유업’에 해당하는 이들 공유 전기자전거는 특정 지역에서 영업을 개시할 때 별도 신고나 허가 등 제약을 받지 않는다. 정해진 거점 없이 유동인구가 많은 인도에 자전거를 비치하며, 고객은 이용한 뒤 다시 인도에 두는 프리 플로팅(서비스 이용을 불특정 장소에서 자유롭게 끝내는 것) 방식으로 운영된다. 부산시는 이로 인한 통행 방해, 보도 안전 위협 등 관련 민원이 폭증하자 규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공유 자전거 2000대에 월 민원 400건 빗발쳤다

실제 민원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부산시가 파악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4월 카카오T의 공유 전기자전거 500대가 부산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16개 구·군 가운데 5곳에서만 서비스가 가능하던 이 자전거는 7개월 만에 서비스 지역을 넓히며 운영 대수가 1000대로 늘어났다. 현재 카카오 T 자전거 1500대와 킥고잉 자전거 750대 등 2250대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부산시는 파악했다.

지난 16일 부산 번화가 도시철도 출입구 부근 인도에 공유 전기가전거가 주차돼있다. 김민주 기자

지난 16일 부산 번화가 도시철도 출입구 부근 인도에 공유 전기가전거가 주차돼있다. 김민주 기자

이 기간 부산시와 각 기초지자체에는 매달 400건 안팎의 공유 전기자전거 관련 민원이 접수됐다. 공유 전기자전거 운영 이전 자전거 방치 등 민원이 월 50건 수준이었는데 8배가량 폭증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주로 공유 전기자전거가 장기간 무분별하게 방치되거나, 잘못된 곳에 주차돼 통행을 방해하고 보행 안전을 위협한다는 내용이었다”고 했다.

부산시 보행환경 기본계획을 보면 인도 평균 폭은 1.8m에 불과한데, 이처럼 좁은 보도 곳곳에 길이 1m가량 자전거가 지정된 주차공간도 없이 놓이면서 민원이 크게 는 것으로 보인다.

규제 안 받는 행정력 누수 주범

이 같은 민원이 접수되더라도 현행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근거가 없어 즉각 수거 등 대응이 어렵다고 부산시는 밝혔다. 기초지자체에서는 자전거 이동·수거에 투입되는 업체 인력이 적어 태풍·폭우 등 비상상황 대처가 어렵다고 한다.

지난 21일 부산 도심 대로변 인도에 공유 전기자전거가 주차돼있다. 김민주 기자

지난 21일 부산 도심 대로변 인도에 공유 전기자전거가 주차돼있다. 김민주 기자

부산시 건의대로 등록허가제가 시행되려면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야 한다. 부산시 관계자는 “시민 불편을 줄이고 비상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려면 사업자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심의위원회를 거치게 하는 등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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