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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썰기 연습 사진’ 쉬는 날에도 보내라는 영양사…인권위 “괴롭힘”

중앙일보

입력

채를 썰고 있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 특정 내용과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채를 썰고 있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 특정 내용과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영양사가 조리사에게 업무가 끝난 뒤 채썰기 연습하는 사진을 매일 보내도록 지시하고 폭언하는 것은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결정이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달 17일 A중학교 교장에게 “소속 직원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인권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은 A중학교에 재직 중인 조리사다. 그는 “매일 집에서 채썰기 연습하는 사진을 보내라”는 영양사의 지시를 받고 지난해 1월부터 50일간 매일 집에서 채썰기를 연습하는 사진을 메신저로 전송했다. 영양사의 지시는 주말과 명절에도 계속됐다.

또 영양사는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피해자에게 “손가락이 길어서 일을 못 하게 생겼다”, “손이 이렇게 생긴 사람들은 일을 잘 못하고 게으르다”는 등의 언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피해자는 영양사의 괴롭힘으로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피진정인인 영양사는 채썰기 연습은 안전사고 예방, 조리업무 숙달, 위생관리 측면 등을 고려해 조리사 배려 차원에서 권유했고, 채썰기 연습 사진을 보내도록 한 것은 피해자의 동의 하에 이뤄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영양사가 근무 외 시간에 조리사에게 업무 관련 지시를 한 것은 헌법상 보장된 근무자의 휴식권과 일반적 행동 자유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영양사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인해 조리사는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 우울감과 불안 등을 호소했고, 진료 결과 스트레스 상황 반복 및 증상 지속으로 업무 수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영양사의 행위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서 피해자에게 신체·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킨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해당 영양사가 지난해 8월 정년퇴직했지만 비슷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당 학교장에게 소속 직원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기 위해 인권교육을 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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