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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술판 논란 전략연 604호, 친문인사 여럿 드나들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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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소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에서 부원장을 지내면서 건물의 한 방을 사적 공간으로 쓰고, 여성이 참석하는 술판을 벌인 의혹을 받아온 조모씨가 친문재인 성향 조직인 한국미래발전연구원(미래연)의 간부로 근무했음이 드러났다.또 문제의 방에는 친문 외교안보 인사 여러명이 드나든 정황도 나왔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비밀방 차려놓고 술판 벌인 부원장 #친문성향 '미래연' 간부 경력 드러나 #국정원, 비밀방 드나든 인사들 추적 #"숫자 많아,대개 친문 외교안보 인사" # 오후5시 유튜브 '강찬호 투머치토커'보도 #

 조씨는 미래연이 2013년9월 발행한 문건(행사 초대장·아래 전문 게재)에 '미래연 기획팀장'으로 적시됐다. 2011년말까지 미래연에 근무한 김모씨도 "2013년 당시 조씨가 미래연 기획팀장 자격으로 내게 아르바이트 일감을 부탁했었다"며 조씨의 미래연 재직 사실을 확인했다. 김씨는 "조씨는 노무현 재단의 2018년 비상 연락망에도 이름이 올라있었다"고 덧붙였다.
미래연은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2008년 퇴임한 뒤 만든 단체였지만 노 대통령 사후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당선)을 위한 조직으로 변했다는 것이 김씨의 말이다. 2009년 2월~2011년12월 미래연에 근무한 김씨는 "내 재직 당시 미래연은 문 대통령의 2012년 대선 출마 준비 조직이나 다름없었다"고 했다. 김씨의 회고다.

 "문 대통령은 2011년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이었는데, 그해 하반기 거의 매주 부산에서 서울 미래연 사무실에 올라와 친문 측근들과 회의했다. 문 이사장의 경부선 KTX 티켓을 내가 끊어드려 잘 안다. 미래연은 당시 ‘친노 사랑방’이라 작은 참여정부 느낌마저 났다. 회의에 참석한 인사가 ‘대선을 논의하기 위해 모여보자’고 얘기했다는 전언도 들었다. 미래연이 사실상 문재인 대선 캠프가 됐던 거다. 당시 건물 2층에 노무현 재단, 6층에 미래연이 있었는데 문 이사장은 자신이 이사장을 맡은 노무현 재단은 들르지도 않고 6층 미래연으로 직행하곤 했다. 노무현 재단에서 일하던 선배가 ‘왜 문 이사장은 노무현 재단은 프리패스하고 미래연만 가냐’고 물을 정도였다.”

 미래연 출신 인사들이 문재인 정부에서 요직을 맡은 것도 미래연과 문 대통령의 거리가 가까웠음을 방증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미래연 초대 이사장이었던 김우식 전 부총리는 카이스트 이사장으로 재직중이고 미래연 초대 원장 성경륭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싱크탱크 격인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을 맡았다. 3대 원장 김용익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비서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으로, 4대 원장이었던 김수현 전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은 문재인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다. 5대 원장인 송재호 전 정부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은 민주당 국회의원(제주갑)으로 활동중이다. 미래연에서 조씨의 상급자였던 김성재 기획실장도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총리 공보실장에 이어 비서실장을 지냈다.   조씨는 문재인 정부 들어 국정원의 사실상 산하기관인 전략연의 행정실장에 발탁됐고 2년 반 만에 부실장에 올라 '친문 실세''전략연의 황태자'란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는 노무현 재단과 문재인 캠프 출신 근무 경력만 있을 뿐 외교 안보나 정보 계통에 몸담은 전력은 없었다.

  한편 전략연 건물 특정 공간(604호)이 조씨의 사적 공간으로 쓰이고, 술판이 벌어졌다는 의혹과 관련해 국정원은 10명의 인력을 투입해 감사를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문제의 604호에 조씨 외에도 친문 성향 외교·안보 인사들이 다수 드나든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그는 "604호에 들락날락하는 등 이 방에 연루된 사람들이 여러 명이었다는 정황이 나왔다"며 "이들은 대개 친문 성향 외교·안보 인사들"이라고 했다.
 연구원 소식통들에 따르면 조씨는 2020년10월~2021년12월까지 약 1년간 전략연 604호를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 방은 수천만원이 드는 인테리어 공사를 통해 바 시설과 침대가 마련된 가운데 야간엔 젊은 여성들이 참석한 술판이 열렸다고 한다.
 〈아래〉
 2013년 9월 미래연이 심포지엄 개최를 앞두고 배포한 초청장. 말미에 기획팀장 '조모'씨가 적시돼있다.

[미래연 초청장] 제4회 노무현대통령 기념 심포지엄에 초대합니다.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은 노무현재단과 공동으로 오는 9월12일(목) 오후 1시30분부터 ‘2013 한국 민주주의 위기 진단과 재(再)민주화를 위한 모색’을 주제로 한 〈제4회 노무현 대통령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합니다.

 미래연은 노 대통령 서거 이듬해인 지난 2010년부터 매년 노 대통령의 정신과 가치를 유지 계승 발전시키고자 추모 학술 심포지엄을 열었습니다. 올해 네 번째로 열리는 학술 심포지엄은 지난해까지 ‘추모의 달’인 5월에 개최했던 것을 탄생 즈음인 9월로 옮긴 첫 행사입니다. 이에 맞춰 올해부터는 보다 ‘미래지향적’ 주제를 통해 노 대통령의 ‘사람 사는 세상’의 의미와 가치를 모색하는 학술 심포지엄으로 준비했습니다.

특히 올해는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의 국정원 대선개입 사태 군사 독재적 권위주의 부활?경제민주화 역행 등으로 훼손되고 총체적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정확히 진단하고, 각 분야의 새로운 민주화 운동의 방향을 모색해 보는 전문가 토론회를 마련했습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 안철수 의원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기념사를 통해 이번 심포지엄의 의미를 강조할 예정입니다.  또 조국 서울대 교수의 사회로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창기 (주)에카스 대표 등이 정치, 사회, 경제 분야의 주제발표와 토론을 진행합니다.  이어 권해수 한성대 교수(정부운영),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정치 사회), 이원재 문화연대 사무처장(문화),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노동), 신태섭 민언련 상임대표(언론) 등이 참석해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의 사회로 각 분야별 자유토론을 벌입니다.

 민주주의는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들이 어떠한 경우에도 포기하거나 외면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입니다. 정의 인권 평화, 그리고 미래의 지속가능한 대한민국 공동체를 이뤄내기 위한 필수의 원칙이요 가치입니다. 수많은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피와 땀으로 지켜왔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민주정부가 이를 우리 사회 곳곳에서 더욱 뿌리내리고 시켜온 이유입니다.

국가기관인 국정원의 대선개입이라는 사상 초유의 민주주의 훼손 사태로 인해 분노에 찬 국민들의 촛불이 더욱 커지고 있는 요즘, 위기에 빠진 한국 민주주의를 되살리기 위한 각 분야 전문가들의 날카로운 진단과 깊이 있는 모색이 진행될 이번 〈제4회 노무현대통령 기념 학술심포지엄〉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 문의: 한국미래발전연구원 기획실장 김성재, 기획팀장 조00, 연구원 XXX

(이 기사는 28일 오후 5시 중앙일보 유튜브 '강찬호의 투머치토커'에 상세보도된다)

강찬호·정영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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