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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입법 내로남불'…여당 땐 못본척한 법 4개, 밀어붙인다

중앙일보

입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운영위원장 투표를 마친 후 자리로 향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운영위원장 투표를 마친 후 자리로 향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12월 보건복지부는 네 가지 방식의 국민연금 개편안을 발표했다. 그 중 하나가 국민연금은 현행 제도로 유지하고 기초연금을 월 40만원으로 올리는 내용이었다. 복지부는 국회에 정부안을 제출하고 어느 개편안이 적절한지 논의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결국 흐지부지됐다.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압승해 절대 다수 의석을 점유한 21대 국회가 시작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민주당은 야당이 되자 최근 기초연금을 현행 월 30만원에서 40만원 올리는 내용의 기초연금법 개정을 7대 주요 입법과제로 선정하고, 중점 처리하기로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지난 5년 동안 전혀 연금 개혁을 하지 않고 있다가 국회 연금특위가 가동돼 종합적으로 연금을 손보려고 할 때 (민주당이) 인기에 편승해 (기초연금을) 10만원 올리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기초연금을 10만원 올리는 데 연간 12조원의 예산이 더 든다.

기초연금 확대안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민주당 발의 법안, 보건복지부]

기초연금 확대안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민주당 발의 법안, 보건복지부]

민주당이 여당일 땐 정부가 부담을 져야 하는 법안을 소극적으로 추진하다가 야당이 되자 갑자기 법안 처리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국민의힘이 비판하고 있다. 이른바 ‘입법 내로남불’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이 7대 입법과제 중 하나로 꼽고 강행 처리 의사를 보이는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국민의힘은 그렇게 보고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시장 격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정부는 매입비, 보관료, 이자 비용 등에 드는 예산이 만만치 않다며 반대 입장을 낸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 때도 정부는 같은 입장이었다. 기획재정부는 쌀 가격 상승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쌀 의무 매수엔 반대 입장이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농림식품부도 “일정 요건 충족시 반드시 (쌀을) 매입하도록 할 경우 시장 동향을 고려하지 않고 매입이 이루어지게 돼 쌀값 급락 방지라는 제도의 본래 취지와 다르게 운용되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런 이유로 20·21대 국회에서 쌀 의무 매수 법안은 제대로 논의가 진행된 적은 없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7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사전점검회의에서 “(민주당은) 농민을 그렇게 위한다면 양곡관리법을 문재인 정권에서 왜 처리 안 했나”라고 물었다.

방호복을 입은 간호사가 지난해 12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간호법 제정과 불법진료·불법의료기관 퇴출을 위한 긴급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여야를 향해 간호법 제정 추진 약속을 지켜줄 것과 의사 부족 해결을 위한 공공의대 설립, 살인적인 노동강도를 요구하는 불법의료기관 퇴출 등을 요구했다. 뉴스1

방호복을 입은 간호사가 지난해 12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간호법 제정과 불법진료·불법의료기관 퇴출을 위한 긴급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여야를 향해 간호법 제정 추진 약속을 지켜줄 것과 의사 부족 해결을 위한 공공의대 설립, 살인적인 노동강도를 요구하는 불법의료기관 퇴출 등을 요구했다. 뉴스1

공공의대 설립법(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 제정도 문재인 정부 때 접은 계획을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다시 불을 붙인 법안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했다가, 의료계가 강력히 반발하자 사실상 계획을 철회했다. 그런데 이 대표가 전북을 찾아 “전북 공공의대 설립법을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한 뒤로 민주당이 재추진하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자신들이 여당 때도 의료계를 설득 못 해 처리 못 한 법안을 야당이 되니까 처리하려고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결국 갈등 조정 부담은 정부·여당이 져야 할 수밖에 없다는 게 국민의힘 판단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주요 입법과제로 선정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왜 집권여당일 때는 왜 법안을 통과 못 시켰나”라고 묻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성일종 의장은 “자기들이 집권했을 때 왜 통과 안 시켰나? 문제 있던 것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못 시킨 것 아닌가”라고 물으며 “야당이 되니까 진영을 결속하고 인기를 얻기 위해서 법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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