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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억 버는 의원에 53만원 지원…저소득 위한 '두루누리' 허점

중앙일보

입력

두루누리 사업 사무실 모습. 연합뉴스

두루누리 사업 사무실 모습. 연합뉴스

영세업체의 저소득 근로자 사회보험료 지원(두루누리 사업) 예산의 일부가 고소득 의사한테 흘러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 두루누리 사업 분석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은 27일 보건복지부·국민연금공단이 제출한 자료를 분석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두루누리는 월 근로소득 220만원(2021년 기준) 미만의 10인 미만 영세 사업장 근로자의 국민연금·고용보험 보험료 80%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저소득 근로자의 사회보험 가입을 끌어내기 위해 2012년 시행했다.

2020년 기준으로 91만8495개 사업장이 지원을 받았다. 2016년보다 34.5% 증가했다. 국민연금 보험료는 근로자와 사업주가 반반씩 부담한다. 고용보험료는 실업급여분(2020년 1,6%, 올해 1.8%)은 반반씩, 고용안정 및 직업능력개발사업분(0.25%)은 사업주가 부담한다. 두루누리 지원을 받게 되면 근로자뿐 아니라 사업주의 부담도 각각 80% 줄어든다.

동네의원의 경우 원장이 간호조무사 1~2명을 고용하는 형태가 많아 거의 모두 두루누리 대상에 든다. 2020년 4만2441개 병의원이 지원을 받았다. 2016년 이후 4년 만에 45% 늘었다. 전문 과학 및 기술서비스업도 2020년 4만7913곳이 지원받았고, 4년 새 41% 늘었다.

최 의원은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병의원의 건강보험 진료비, 장기요양보험 요양비, 건강검진 수입 등의 세 가지 수익(매출)을 산출했다. 비급여 진료비는 빠졌다. 이 수익이 2020년 한 해 10억원이 넘는 병의원 234곳이 두루누리 지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50곳에서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다. 2020년 수익이 5억~10억원인 병의원 2410곳도 지원을 받았다.

가령 근로자의 월 소득이 200만원이라면 원래 국민연금 보험료 18만원(근로자 9만원, 사업주 9만원)을 내야 한다. 두루누리 대상에 들면 20%만 내고 80%는 정부가 지원한다. 근로자·사업주에게 각각 7만2000원을 3년(2017년까지는 무제한)간 지원한다. 고용보험료(3만7000원)도 비슷한 방식으로 지원한다.

진료비·검진 등의 수익이 한 해 110억원에 달하는 한 의원에게도 53만원이 지원됐다. 수익이 21억원인 의원에겐 128만원이 지원됐다. 한 내과의원은 2016~2020년 5년 내내 지원을 받았다.

두루누리 사업은 영세사업장 근로자의 노후 준비에 마중물을 제공하기 위해 시작했다. 10인 미만 사업장으로만 제한할 뿐 업종은 따지지 않는다. 도매·소매·숙박·음식점·제조·건설 등의 어려운 영세 사업장의 사업주와 근로자를 주로 지원한다. 2020년 도매·소매업 사업장 24만여곳, 숙박·음식점업 15만여곳에 지원됐다.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

최연숙 의원실은 "고소득을 올리는 병의원의 의사가 내야 할 근로자 보험료를 정부가 지원하는 게 제도 취지에 맞는지 의문"이라며 "근로자 10인 미만 사업장에는 매출이나 이익이 높은 전문사업장이 섞여 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실은 두루누리 지원을 받는 병의원, 전문과학기술업 사업장 증가율이 다른 업종보다 높다고 덧붙였다.

최 의원은 "두루누리 지원 대상을 정할 때 재산·소득만 고려하는데, 앞으로 매출액을 따져 이게 높은 사업장의 사업주를 지원하는 것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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