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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금리 7% 돌파…연말까지 8% 넘길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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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 경기도 분당에 아파트를 산 A씨는 1년 전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4억원을 받았다. 1년 전 연 2.7%였던 금리는 5.4%로 두 배로 뛰었다. 매달 162만원씩 나가던 원리금은 224만원이 됐다. 금리가 계속 오른다는 소식에 그는 “중도상환 수수료를 내더라도 고정금리로 갈아타려고 알아보니 금리가 6%에 육박한다”며 “지금이라도 갈아타야 할지 고민”이라고 답답해했다.

# 내년 4월에 결혼 예정인 예비신랑 B씨는 신혼집 때문에 골치를 썩이고 있다. 맞벌이 부부라 소득이 기준을 넘어 신혼대출상품은 꿈도 꿀 수 없다. 집을 얻으려면 적어도 3억원가량의 대출이 필요한데 대출 금리가 치솟고 있어서다. B씨는 “고민하는 2주 사이에 대출 금리가 4%대에서 5%대로 뛰었다”며 “결혼하면 집을 구할 수는 있을까 싶어 기쁨보다 걱정만 앞선다”고 말했다.

미국의 ‘수퍼 긴축’ 여파가 대출 이자 상승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은행 주담대 최고 금리가 다시 연 7%대를 돌파한 데다, 연말에는 8%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오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오는 10월과 11월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출자의 등골은 더 휠 전망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27일 기준 주담대 고정형(혼합형) 금리는 연 4.73~7.281%를 기록했다. 한 달 전인 지난달 25일(연 3.77~6.069%)보다 약 1.2%포인트 급등했다. 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7%를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6월에도 7% 고지를 밟았지만 채권 금리가 안정되고, 예대금리차를 줄이려는 은행의 움직임에 6%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미국의 수퍼 긴축에 석 달 만에 다시 7%대로 올라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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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금리가 7~8%에 다가선 건 세계 금융위기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지난 6월을 제외하고 은행 주담대 금리가 7%대에 머물렀던 건 2007년 1~2월이고 2008년 10월께에는 8%대에 육박했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건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가 급등하면서다. 지난 23일 연 4.795%에서 26일 5.129%로 0.334%포인트 급등했다. 은행채 5년물이 5%를 웃돈 건 2010년 7월 이후 약 12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이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자, 한은도 다음 달 빅스텝을 밟을 것이란 전망에 금리가 치솟았다.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도 7%대에 바짝 다가섰다. 이날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4.4~6.828%다. 변동금리형 주담대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에 영향을 받는 만큼 시차를 두고 가파르게 오를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픽스는 기준금리 인상 결정 이후에 오른다”며 “다음 달 한은의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뒤따라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한은 금통위는 10월과 11월 두 번 남았다. 시장은 다음 달 0.25%포인트 인상을 예상했지만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21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며, 0.5%포인트 인상(빅스텝)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점진적 금리 인상의 전제 조건이 바뀌었다”며 다음 달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했다.

10월과 11월 2회 연속 ‘빅스텝’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Fed가 올해 남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과 빅스텝을 예고하고 있어 한은이 2회 연속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며 “11월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을 밟더라도 내년 1분기 2회 추가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연 3.75%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2.5%다.

불안한 채권시장도 금리를 끌어올리는 불쏘시개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채권시장의 유동성이 굉장히 안 좋은 상황인 만큼 금융채 금리가 더 뛸 가능성이 크다”며 “상단 기준만 본다면 주담대 금리가 8%는 당연히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출자의 부담은 급증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직방’이 지난해부터 지난 4월까지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의 평균 가격을 토대로 금리 변동에 따른 매수자의 원리금 부담을 모의 계산한 결과를 보면 가계의 어려움을 숫자로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전용 84㎡ 아파트 평균 가격은 12억8582만원이다. 이 아파트를 사며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최대한도로 적용해 30년 만기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의 대출을 받았다면, 금리가 연 4%일 때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은 209만원이다. 금리가 연 7%로 오르면 원리금은 291만원으로 39%(82만원) 급증한다. 올해 1분기 기준 전국 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소득(566만원)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고정 지출을 뺀 실소득(444만755원)과 비교하면, 70% 비중에 이른다.

한편 높아지는 금리 상승 압력에 대출자 부담이 높아지자 주요 은행은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일괄적으로 0.3%포인트 낮췄다. 또 다음 달 4일부터는 대출자 연 소득에 따라 우대금리를 적용해 주담대 변동금리를 0.2~0.4%포인트 깎아준다. NH농협금융지주도 이날 27조원 규모의 금융 지원 계획을 발표하고 농업인과 청년, 서민 등을 대상으로 0.3~0.6%포인트의 대출 우대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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