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전향적 이민 정책으로 저출산 해법 찾아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인구 감소로 산업 현장 인력난 심화

이민청 설립해 체계적으로 검토할 만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인구 감소 문제를 언급하면서 “출산율을 높이는 데만 초점을 맞췄던 기존 정책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1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출산율은 0.81명으로 출생아 수가 역대 최저인 26만 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가장 낮다. 정부는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고 5년마다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세워 약 400조원을 투입했으나 출산율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통계청은 내년엔 출산율이 0.68명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대로라면 크리스틴 라가르드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2017년 10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남긴 “집단자살사회(Collective Suicide Society)”라는 말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OECD도 지난해 말 장기 재정전망 보고서를 통해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성 저하에 따라 한국의 1인당 잠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30년 이후 0%대로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OECD 회원국 최하위 수준이다. 이미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3694만4000명(71.4%)으로, 가장 비율이 높았던 2016년에 비해 2%포인트(67만7000명) 줄어들었다. 출산율 저하의 이유는 명확하다. 육아·주거·일자리가 문제다. 출산에 소요되는 아동수당·영아수당·보육료 지원이 적정한가 따져봐야 한다. 출산율 1.5명이 넘는 프랑스·스웨덴은 GDP 대비 정부가 지원하는 영유아 지원금 비율이 약 3%로 1%대인 한국에 비해 높다.

나아가 이미 공론화된 이민 활성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출산율 저하로 인한 경제활동인구 감소를 상쇄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다. 스페인 식민지였던 네덜란드의 경우 17세기 해양강국으로 부상한 데는 종교와 사상의 자유를 찾아 온 이민자들의 기여가 컸다. 이 때문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운을 뗀 이민청 설립 추진은 고무적이다. 이미 법무부 주관으로 두 차례 세미나가 개최됐고, 국회에는 이민청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발의돼 있다.

이민청 설립 논의는 김대중 정부 때부터 시작됐지만 내국인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반대 여론에 밀려 진전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고급 산업인력뿐 아니라 농업·수산업 현장에서도 나타나는 인력난을 더는 감내하기 힘들다. 정부는 어느 분야에 얼마만큼의 경제활동 인구가 필요한지, 어떤 국가로부터의 이민을 허락할지에 대한 구체적 검토를 기반으로 한 체계적인 이민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사회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민자들도 같은 땅에서 함께 사는 국민이라는 공감대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