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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국 성장률 2.8%? 한국 경제도 빨간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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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중국 정부의 전망치(5.5%)의 절반 수준인 2.8%에 그치며 32년 만에 아시아·태평양 개발도상국의 평균 성장률에 밀릴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질 전망이다.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끼고 원화가치 하락이 가팔라질 수 있어서다.

세계은행은 26일(현지시각)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로 4월 전망(5%) 때보다 2.2%포인트 내려 잡았다.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8.1%였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중국 성장률 전망치는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23개 개도국의 올해 평균 성장률 전망치(5.3%)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한국과 일본 등은 해당 전망에 포함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5.1%), 말레이시아(6.4%) 등의 개도국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출 호조, 국내 수요 회복 등으로 성장률 전망치가 상향 조정됐다. 중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개도국보다 성장률이 뒤처진 것은 1990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중국의 성장률이 3.9%로 둔화하고, 개도국의 성장률은 5.3%를 기록했다.

중국 경제는 제로 코로나 정책 후폭풍과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경착륙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경제의 30%를 차지하는 부동산 경기가 큰 폭으로 꺾이고 있는 데다, 코로나19에 따른 도시 봉쇄 등으로 생산과 소비에 타격을 받았다.

아디탸마투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중국이 코로나19 억제에 많은 경제적 비용을 지불하게 됐다”며 “중국은 강력한 부양책을 위한 충분한 탄약을 갖고 있지만,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부양책이 무력화할 것이란 결론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의 부진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단기간에 회복되기 쉽지 않아서다.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8월 중국 70개 도시의 신규 주택 가격은 1년 전보다 1.3% 하락했다. 2015년 8월 이후 7년 만에 가장 큰 하락세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커지며 한국 경제에도 경고등이 들어왔다. 중국 경기 침체 우려에 위안화 가치는 2008년 이후 14년 동안 한 번도 깨지지 않는 달러당 7.2위안을 넘보고 있다. 외환시장에서 원화와 위안화는 ‘프록시(Proxy·대리)’ 통화로 여겨져, 통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전선에도 먹구름이 낄 수 있다. 대중 수출은 한국 수출의 20%가량을 차지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에는 한국도 중국이 경기를 부양했던 수혜를 상당 부분 누렸다”며 “세계 금융위기 때 안전판 역할을 했던 중국 경기에 경착륙 우려가 커지는 건 한국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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