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이강인!" 6만 관중 이례적 광경…벤투는 외면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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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체명단에 포함된 이강인(왼쪽 둘째). 끝내 벤투 감독에게 기회를 받지 못했다. 뉴스1

교체명단에 포함된 이강인(왼쪽 둘째). 끝내 벤투 감독에게 기회를 받지 못했다. 뉴스1

“이강인! 이강인!”

27일 한국축구대표팀과 카메룬의 평가전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후반 35분경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한국 감독은 부상 당한 황의조(올림피아코스) 대신 백승호(전북) 교체 투입을 준비했다. 5만9389명이 들어찬 관중석에서 다수의 팬들이 갑자기 이강인(21·마요르카) 이름을 연호했다.

후반 39분에 또 한번 관중석에서 이강인 이름이 터져 나왔다. 후반 추가시간에 관중들은 또 한 번 이름을 외쳤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외면했다. 이미 후반 교체 횟수 3회가 끝난 상황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팬들은 “이강인! 이강인!”을 외쳤다.

이례적인 광경이었다. 지난 2019년 7월 유벤투스 방한 경기 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벤치만 지키자, 속 터진 한국 팬들은 호날두 라이벌인 “메시, 메시”를 연호한 적은 있다.

후반전에 몸을 푼 이강인(가운데). 끝내 벤투 감독에게 기회를 받지 못했다. 연합뉴스

후반전에 몸을 푼 이강인(가운데). 끝내 벤투 감독에게 기회를 받지 못했다. 연합뉴스

9월 A매치 2경기 0분. 스페인에서 날아온 이강인은 결국 단 1분도 뛰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끝내 2경기 모두 이강인을 투입하지 않았다

한국은 이날 전반 35분 손흥민(토트넘)의 헤딩골로 1-0으로 승리했다. 이강인은 이날 교체명단에 포함됐다. 전반에 전광판에 벤치에 앉은 이강인을 비출 때마다 많은 팬들이 소리를 질렀다. 이강인이 뛰는 걸 직접 보고 싶어하는 팬들의 환호성이었다.

후반전에 권창훈(김천)과 나상호(서울), 황의조, 정우영(알 사드)이 교체로 들어갔다. 후반에 왼쪽 코너 플래그 근처에서 몸을 풀던 이강인은 후반에 선수들이 하나 둘씩 투입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교체는 총 6명, 전후반 각각 교체횟수가 3번으로 제한됐는데, 벤투 감독은 후반 35분경 부상 당한 황의조 대신 백승호를 투입했다. 결국 백승호가 교체투입되자, 이강인은 김태환 등과 힘없이 벤치로 걸어갔다.

생각에 잠긴 이강인(가운데). 연합뉴스

생각에 잠긴 이강인(가운데). 연합뉴스

앞서 벤투 감독은 지난 20일 훈련 때 이강인을 섀도 스트라이커, 중앙 미드필더, 측면 공격수에 배치하며 실험했다. 그러나 23일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에 기용하지 않았다. 카메룬과 경기를 하루 앞두고 이강인과 양현준(강원) 출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경기 중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어린 선수들은 소속팀에서 경기력과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대표팀에 오려면 구단에서 먼저 기회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동문서답했다. 이강인과 양현준 모두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다.

카메룬전은 전반과 달리 후반에 공격이 잘 풀리지 않았다. 이강인이 교체로 들어갔다면 흐름을 바꿀 수도 있었다. 하지만 벤투의 고집은 누구도 꺾지 못했다. 이강인의 카타르월드컵행이 멀어지는 순간이었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선수 선발과 투입은 감독의 전권이다. 하지만 책임도 감독이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벤투 감독은 특별한 변화를 원치 않는 듯 보였다. 교체도 원래 멤버들 위주로 했다”며 “이강인이 전혀 기회를 받지 못한 것은 다소 아쉽다. 물론 기용과 전술 선택은 감독의 권한이지만, 이강인은 우리 기존 선수들과는 틀림없이 다른 유형이기에, 절박한 순간에 의외성을 추가해줄 수 있는 선수라서 그러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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