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영업이익 ‘반토막’에 투자금 ‘더블’ 될 수도…K-반도체 ‘비상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반도체 수요 급감, 가격 하락세에 따른 시장 침체로 그동안 잘나가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이른바 ‘K-반도체’ 앞에 비상등이 켜졌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르면 다음 달 6일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가운데 내부에서는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반토막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27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3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이 평균 13~18% 하락한 데 이어 4분기에도 15~20%가랑 추가로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객사들이 재고 정리에 나서면서 구매를 줄이고 있어 낸드 업체들이 연말께 적자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트렌드포스는 D램 가격 역시 인플레이션에 따른 수요 위축 등으로 3분기 10~15%, 4분기 13~18% 하락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에 반도체 웨이퍼가 전시돼 있다. 뉴스1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에 반도체 웨이퍼가 전시돼 있다. 뉴스1

반도체 가격 하락에 실적 전망치 하락 

시장에서는 이미 실적 전망치를 크게 낮춰잡고 있다. 이날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한 12조7076억원이다. 전 분기 14조970억원보다 1조원 이상 줄었다.

반도체만 쪼개서 보면 7조원 안팎으로 예측된다. 유진투자증권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이 7조2000억원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나증권과 현대차증권·DB금융투자도 각각 7조1000억원, 6조6000억원, 6조7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올 2분기(9조9800억원)나 지난해 같은 기간(10조600억원)과 비교해 3조원가량 급감한 수치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이보다 훨씬 낮은 5조원대를 예상하고 있어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도 전년 동기 대비 40% 줄어든 2조5050억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석 달 전 예상치인 4조6495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전체 매출의 97%가 D램·낸드에서 나와 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환율 급등에 투자금은 ‘눈덩이’ 

원화 가치 급락(고환율)도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반도체는 주로 달러로 결제해 고환율의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수혜는 맞지만 환 헤지를 해 달러 강세 효과를 크게 누린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강달러 기조가 장기화하면 반도체 장비와 원자재를 수입하는 비용 역시 늘어난다.

대신 대미 투자금은 확 불어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미국에 170억 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텍사스주 테일러시로 투자처를 확정해 현지 기초 공사가 진행 중이다. 투자 발표 당시 환율은 달러당 1120원대로 원화로 환산하면 약 19조원이었지만, 현재 환율(1421원)로는 24조원이 넘는다. 적어도 5조원가량 부담감이 커진 셈이다.

또 다른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환경·전기 설비 투자가 많아 공사기간도 길고, 인건비도 늘어날 것으로 보여 실제 투자금은 300억 달러(약 42조6300억원)를 웃돌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면 원화로 따져 당초보다 투자 규모가 두 배로 뛰는 셈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7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백악관에서 화상으로 만나 미국에 220억 달러를 신규 투자한다고 밝혔다. 환율 변동을 고려하면 두 달 새 투자금은 28조8000억원에서 31조3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재계 관계자는 “다만 투자 집행은 순차적으로 이뤄져 시장 상황에 맞게 기존 계획한 투자금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연일 신저가 경신…목표 주가도 ‘다운’

주가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전날보다 0.56% 오른 5만4200원으로 장을 마쳤지만 장중 5만35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는 5거래일 연속 52주 신저가다. SK하이닉스는 최근 3개월 내 장중 최고가(10만4500원)보다 21.5% 하락한 8만2000원으로 마감했다.

금융투자업계는 목표 주가 조정에 나섰다. DB금융투자는 기존 8만7000원에서 8만3000원으로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낮췄다. 어규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메모리 가격 급락이 가시권에 진입하면서 3분기를 기점으로 실적 하락세는 불가피하다”며 “반등 시기는 내년 2분기 이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거시경제 불안과 수요 둔화, 재고 조정이라는 ‘삼중고’를 고려할 때 보수적으로 전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도 이날 11만원으로 내렸다.

예상보다 빠르게 ‘반도체 겨울’에 진입했지만 견고한 투자를 통해 시장 회복에 대비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수요 감소에 따라 재고가 쌓이고, 이익이 줄고 있지만 인프라 투자는 계획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