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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불황에도 기회는 있다" 실리콘밸리로 간 한국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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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2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사옥 그린팩토리에 세계 기술혁신의 중심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한국인들이 모였다. 스타트업 지원기관인 스타트업 얼라이언스가 3년 만에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2022' 컨퍼런스를 오프라인으로 개최한 것. 이날 무대에는 아마존웹서비스(AWS)·로블록스·메타·엔비디아 등 실리콘밸리 기술 기업에서 일하는 한국인들과 현지에서 창업한 창업가들이 올랐다. 이들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실리콘밸리는 일해볼 만한 곳”이라고 전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주최하는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2022'가 27일 오후 경기도 분당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열렸다. 미 시애틀 AWS(아마존웹서비스) 본사에서 일하는 하대웅 VP가 발표하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주최하는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2022'가 27일 오후 경기도 분당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열렸다. 미 시애틀 AWS(아마존웹서비스) 본사에서 일하는 하대웅 VP가 발표하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게 왜 중요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팔로알토 일대)는 벤처·스타트업과 IT(정보기술) 업계에선 ’꿈의 도시’로 불린다.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기업 본사들이 한데 모여있고 혁신 기술과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의 본거지이기 때문. 실적과 성과로 존재를 증명해 내야 하는, 가장 냉정한 곳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인사이더'는 아니었던 한국인들이 실리콘밸리에서 살아남은 비결을 들어봤다.

● 포기버블(forgivable) 문화: 영상 자막 등 미디어 콘텐트에 최적화된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XL8의 정영훈 대표는 “실리콘밸리엔 용서할 수 있는(forgivable) 문화가 존재한다”며 “창업했다가 잘 안 되더라도 다른 거 하면 되고, 창업 경력 자체를 좋게 봐주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구글 본사에서 일하며 인공신경망 기반 자연어처리 서비스를 출시했다가, 2019년 현재 회사를 창업했다.


● 학벌·경력 안 따지는 문화 : 메타버스 기업 로블록스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는 김혜진씨는 “요즘엔 시장 트렌드가 굉장히 빨리 변해서 일관된 커리어를 갖기가 오히려 더 힘들다”며 “커리어에 여러 점, 선이 찍힌 건 흠이 아니니 좋아하는 걸 계속 도전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애틀에 위치한 AWS 본사에서 일하는 하대웅 부사장은 “실리콘밸리에서 서울대·KAIST를 아는 사람은 한국에 관심 많은 소수일 것”이라며 “최종 결과물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학벌에 준하는 성과를 내고 삶을 개척하면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경쟁력은

이날 발표자들은 공통적으로 “한국 사람이라면 일단 환영받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한국은 개발자 금광: 정영훈 XL8 대표는 “‘한국은 소프트웨어 개발자 채용계의 금광’이란 이야기를 많이들 한다”고 말했다. 논리적이고 책임감 강하며 적응력도 좋은 한국인 개발자를 선호한다는 의미. 지난 4월 실리콘밸리에서 벤처캐피탈(VC)를 설립한 공경록 K2G 테크펀드 대표는 한국에 대해 “R&D(연구·개발) 투자 역량, 기술력도 세계 최고 수준이고 끝까지 열심히 일하는 태도까지도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과제: 회사에서 20~60대 다양한 연령대의 한국인들과 일하는 정 대표는 “한국인들이 커뮤니케이션을 잘 못한다”며 “영어 실력의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의도로 대화에 임하는지 상대를 잘 설득하고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회사 내에서도 항상 강조한다”고 말했다. 메타(페이스북)에서 사운드 디자인을 담당하는 곽수정 뮤직 에디터는 상사와의 1대1 미팅 3분 전에 5가지 내외의 불렛 포인트(요약 사항)을 상사에게 미리 보낸다고 소개했다. 그는 “미팅 전에 상사(매니저)가 쓰윽 내 메모를 읽어보면, 내가 의도한 메시지가 말로는 90%만 전달 됐어도 나머지 10%가 (메모로) 채워진다”고 했다.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2022'에서 공경록 K2G테크펀드 대표가 자신의 커리어를 설명하는 모습.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2022'에서 공경록 K2G테크펀드 대표가 자신의 커리어를 설명하는 모습.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실리콘밸리서 체감하는 경기 불황

2000년 닷컴 버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상의 경기 침체 우려가 큰 요즘 연사들은 실리콘밸리에도 불황의 그림자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대웅 AWS 부사장은 “미국은 한국보다 노동법이 유연해서 정규직, 비정규직 구분이 없다”며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그만 두고, 회사도 언제든 나를 자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일한다”고 전했다. 회사 입장에서 직원들을 쉽게 정리할 수 있는게 일시해고 제도다. 회사에서 경영 악화를 이유로 해당 사업 조직을 통째로 없애는 일이 최근 증가하고 있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메타가 전체 인력의 10%를 줄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연사들은 실리콘밸리에는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공경록 K2G 테크펀드 대표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결국 시장에서 이긴 승자는 있었다”며 "겨울이 와도 기회는 있고, 경기 불황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살아 남기

이날 연사들은 실리콘밸리에서 살아남는 꿀팁도 전했다. 곽수정 메타 에디터는 “실리콘밸리에서 오래 살아남으려면 상위 3퍼센트의 마스터가 되거나 여러 분야에 능한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한다”며 회사 안팎에서 본인이 관심있는 마스터, 제너럴리스트를 한 명씩 정해서 적극적으로 연락해야 한다”고 전했다. 먼저 다가가서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고 관계를 쌓아가면 여러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또 창업자들의 헌신이 창업자 자신 뿐 아니라 회사를 살린다고도 강조했다. 메타버스 콘텐트 플랫폼 브레이브 터틀스를 창업한 케빈 킴 대표는 “리더가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더라도 자신을 회사에 갈아넣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직원들에게 진정한 믿음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가 돈을 못 버는 기간이 6년 간 계속 됐지만 직원들을 다독이고 설득하며 버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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