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5개월만에 열린 복지장관 청문회 "국민 눈높이 맞나" "위법없어" 공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조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세 번째 복지부 장관 후보자다. 이번 인사청문회는 지난 5월 3일 정호영 전 후보자 청문회 이후 약 5개월 만에 열렸다. 조 후보자는 복지부 1차관으로 임명된 지 4개월 만인 지난 7일 장관 후보자로 다시 지명됐다.

“사과 없이 청문회 안돼”…尹 ‘비속어 논란’에 막힌 청문회

이날 오전 10시부터 열린 인사청문회는 첫 질의조차 하지 못하고 1시간 만에 정회했다.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 때문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윤 대통령의 비속어가 국회에 대한 모욕이라며 유감 표명 없이 청문회 진행이 어렵다고 했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실의 해명대로라면 (윤 대통령이) 민주당 국회의원들을 '이XX'라고 불렀다는 것인데, 민주당이 그런 욕설을 들어가며 청문회를 해야 하는지 의심스럽다"며 "(대통령의) 유감 표명이나 사과 없이 대통령이 요청한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진행하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여당 의원들은 복지부 장관의 자리가 수개월째 공석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청문회 진행을 제안했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복지부 장관 공석에 따라 많은 국민이 아픔을 호소하고 있다"며 "오늘 청문회를 통해 충분히 검증해 복지부 장관 임명에 힘을 합치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청문회 진행에 대한 여야 간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자 정춘숙 보건복지위원장은 오전 11시쯤 정회를 선언했다. 이후 오후 1시부터 속개된 인사청문회 현장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비속어 논란에 대한 윤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피켓을 설치한 채 청문회를 진행했다.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노트북에 비속어 논란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피켓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노트북에 비속어 논란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피켓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피부양자 논란 등에 "국민 의구심 이해하고 송구"

민주당은 이날 공무원 연금 부정수급, 자녀 위장 전입, 세대 분리 의혹 등을 언급하며 조 후보자가 복지부 장관의 자격이 없다고 했다. 특히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이사 근무 시절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도 공무원 연금을 전액 수령하고, 건강보험 피부양자 등록된 것과 관련해 공세를 퍼부었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후보자는) EBRD 이사로 일하던 당시 11억원의 급여와 (이와 별도로) 공무원연금을 수령하고 건강보험은 배우자의 피부양자로 등록해 건강보험료를 납부하지 않고 혜택만 받았다"며 "복지부 장관이 되면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강화 문제, 국민연금 개혁 등의 숙제가 있는데 국민의 눈높이에 자격을 갖춘 인물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주장했다.

조 후보자는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차관보) 퇴직 후 EBRD 이사로 일하면서 약 3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약 2년 동안 받은 총급여는 11억 원가량이다. 이와 별개로 1억 1400만원의 공무원 연금을 수령했고, 해당 기간 식품의약품안전처 공무원인 배우자의 직장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돼 있어 별도의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았다.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억대의 소득에도 불구하고 이런 혜택을 누린 것이 윤석열 대통령이 그동안 얘기한 공정과 상식에 맞다고 보느냐"며 "우리 국민은 건강보험료도 더 부담해야 할 형편인데, 억대 연봉에 감액 없이 공무원연금을 받고 건강보험료도 내지 않았으면서 (연금을) 개혁하겠다고 하면 국민이 신뢰할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후보자는 "공무원 연금 전액 수령과 건보 피부양자 관련해서는 법과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추진됐다”면서도 “이런 사안에 대해 국민이 의구심을 갖는 것을 이해하고 그에 대해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특히 공무원 연금 수령 관련해선 "당시 공무원연금공단에 감액해 달라고 문의했지만, 현행법으로는 감액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과세 소득을 파악하고 공무원연금 수급액과 연계시키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피부양자로 자동 전환되는 것도 제도 개선 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딸의 위장 전입 및 세대 분리 의혹에 대해서는 "(교내) 따돌림으로 인해 굉장히 괴로워하는 자녀를 위해 아버지로서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세대 분리로 인해 어떠한 경제적·과세적 혜택을 받은 바 없다"고 해명했다. 단기사병 근무 중 대학원 재학과 관련해 "제가 알기론 금지 조항이 없었고 부대장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또 기부 활동이 미미했다는 지적에는 "기부 활동을 제대로 못 해서 죄송하다"며 "공동체 정신을 발휘해서 기부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하고 제가 먼저 실천하도록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기재부 출신, 더 거시적·장기적으로 정책 설계”

야당은 조 후보자가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이어서 4개월 남짓 복지부 차관 경력을 빼면 보건 복지 업무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이전 후보자들(의사 출신 정호영·약사 출신 김승희)에 비해 보건의료 분야 전문성이 취약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냐"고 물었다. 조 후보자는 "네"라고 수긍하면서도 "그렇지만 저도 30년 재정업무를 담당하면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보건복지 업무를 경험하고 전문성을 쌓아왔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장점을 이야기해달라'는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재정 분야에서 오래 근무하게 되면 수많은 요구와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능력을 배우게 된다. 많이 조정을 해봤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건복지 분야에는 여러 직역 단체가 있고 갈등이 심하다고 하는데 제가 조정능력을 발휘하고 제가 부족한 것은 전문가분들이나 현장의 의견을 들어 채우도록 보충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 출신이 복지부 장관이 되면 복지의 암흑기가 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는 강은미 정의당 의원의 질의에 기획재정부 출신이기 때문에 더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시계에서 (복지부) 정책을 설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또 현재 유지되고 있는 해외 입국자 PCR(유전자증폭) 검사 의무와 관련, "검사 중단 여부를 조속하게 전문가들과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처럼 백신 접종 완료자에게도 입국 1일차 PCR검사를 의무화한 나라는 없지 않느냐"라는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밖에 국민연금의 지급 보장과 관련해 조 후보자는 "지급 보장을 전제하지 않고는 연금 개혁을 논할 수 없다"면서 "연금 개혁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조금 정확한 문구가 필요하다고 한다면 적극적으로 협의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보건복지부를 보건부와 복지부로 분리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던 것과 관련해서는 “보건과 복지서비스는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