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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만㎞ 떨어진 소행성 충돌…인류 첫 지구 방어 실험 성공

중앙일보

입력

26일 오후 7시 14분(미 동부시·한국시간 27일 오전 8시 14분).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10개월 전에 쏘아올린 '쌍소행성 궤도 변경 실험'(DART·다트) 우주선이 약 1100만㎞의 우주 공간을 날아가, 목표물인 소행성 '디모포스'(Dimorphos)'와 충돌했다. 520㎏의 자판기 크기에 불과한 다트 우주선은 이날 디모포스와 충돌함으로써 '지구 방어'라는 임무를 마치고 우주에서 사라졌다.

충돌 2.5분 전 다트 우주선이 보낸 소행성 디모포스와 디디모스. 나사 출처. 로이터=연합뉴스

충돌 2.5분 전 다트 우주선이 보낸 소행성 디모포스와 디디모스. 나사 출처. 로이터=연합뉴스

26일 디모포스가 모습을 드러내자 나사의 다트 팀이 환호하고 있다. 나사 출처. AP=연합뉴스

26일 디모포스가 모습을 드러내자 나사의 다트 팀이 환호하고 있다. 나사 출처. AP=연합뉴스

충돌 직전 다트가 전송한 디모포스의 지표면. 나사 출처. AP=연합뉴스

충돌 직전 다트가 전송한 디모포스의 지표면. 나사 출처. AP=연합뉴스

다트 우주선은 지난해 11월 23일 발사됐다. 10개월여를 날아간 다트 우주선은 소행성과 충돌 4시간 전, 약 9만㎞ 거리에서 스마트 항법 비행체제로 전환한 뒤 관제팀 지시 없이 자율 비행을 했다.

디모포스는 충돌 1시간 전까지만 해도 다트 우주선의 카메라에 한 점의 빛으로 잡혔다. 우주선이 극초음속 미사일 수준인 시속 2만2000㎞(초속 6.25㎞)의 속도로 접근하면서 점차 소행성의 모습이 드러났다. 다트 우주선은 자갈·바위로 뒤덮인 디모포스 지표면의 선명한 이미지를 마지막으로 전송한 뒤 신호가 끊겼다.

나사가 공개한 다트 우주선이 소행성과 충돌하기 직전 시뮬레이션 장면. 로이터=연합뉴스

나사가 공개한 다트 우주선이 소행성과 충돌하기 직전 시뮬레이션 장면. 로이터=연합뉴스

다트 우주선의 목표물이었던 디모포스는 지름 160m로, 이탈리아 콜로세움 경기장 크기의 소행성이다. 자신보다 다섯 배 더 큰 소행성 '디디모스'(Didymos·지름 780m)를 11시간 55분마다 공전하며 쌍소행성을 이루고 있다. 태양 주위를 돌며, 지구와 4800㎞ 이내로 접근하는 지구 근접 천체로 분류됐다.

인류가 지구 방어를 위해 우주 공간에서 소행성을 대상으로 실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트 우주선이 장기간 비행 끝에 목표물을 찾아내 정확히 충돌 임무를 수행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큰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나사는 이 실험에 3억800만 달러(약 4290억원)를 투입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나사는 다트 우주선이 성공적으로 소행성과 충돌하면서, 디모포스의 공전주기를 10분가량 단축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향후 수주에 걸쳐 지상과 우주에서 관측한 실제 소행성의 궤도 변경 상황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나사는 두 소행성은 지구 충돌 가능성이 없으며, 이번 충돌 실험으로도 그 가능성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빌 넬슨 나사 국장은 "우리는 지구 차원의 노력을 통해 우리의 행성을 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로리 글레이즈 나사 행성과학 책임자 역시 "위험한 소행성 충돌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잠재적 능력을 갖춘 새로운 시대에 들어섰다"고 선언했다. 나사와 협업한 미국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실험실 소속 랄프 섬멜 소장은 "인류 최초로 천체의 궤도를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증명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트 우주선의 충돌 이후 상황은 이탈리아 우주국의 큐브샛 '리시아큐브'과 촬영해 지구로 전송한다. 두 대의 광학카메라를 장착한 리시아큐브는 우주선과 소행성 충돌 3분 뒤 55㎞ 상공을 지나면서 촬영한다.

2년 뒤엔 유럽우주국과 '헤라 미션'을 통해 정확한 결과를 확인하게 된다. 우주선 본선과 큐브샛 두 대가 2026년 디디모스와 디모포스 궤도에 도착해 충돌구 크기와 분출량, 궤도 변화 등을 정밀하게 관측하게 된다.

나사는 이 결과물을 향후 지구에 위협이 되는 소행성으로부터 지구를 방어하는 전략 수립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번 실험과 같이 우주선을 운동 충격체로 활용해 소행성의 충돌 궤도를 바꿔놓는 방안이 지구 방어에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연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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