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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7명꼴' 코로나로 줄었던 자살 다시 늘어...10대서 10% 급증

중앙일보

입력

“19살 여자입니다. 자해하려다 한번 들어와봤어요. 극단선택 충동도 있고요. 고3이라 바빠야 하는데 하는 게 없어요. 무기력한 게 제일 힘들어요.”

지난해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의 SNS 기반 청소년 상담 ‘다들어줄개’에서 한 10대 청소년이 털어놓은 사연이다. 이 학생은 코로나19 등으로 오랜 시간 우울감을 느끼고 있다며, 약을 먹고 자해를 여러 차례 시도했다고 털어놨다.

코로나19 2년 차인 지난해 자살사망자가 증가세로 돌아서고, 특히 10대 자살률이 전년보다 10.1%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회복 단계에서 자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사망자는 1만3352명으로 전년보다 157명(1.2%) 증가했다. 하루 평균 자살 사망자는 36.6명이다.

코로나19 첫 해인 2020년 자살사망자는 전년보다 4.4% 줄었는데, 지난해 소폭 증가한 것이다.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자살률은 26명으로 전년(25.7명)보다 0.3명(1.2%) 늘었다. 남성(1.2%)과 여성(1.4%)에서 모두 증가했고, 남성 자살률(35.9명)이 여성(16.2명)보다 2.2배 높았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80세 이상(61.3명)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았고 70대(41.8명), 50대(30.1명), 60대(28.4명) 등의 순이었다.

서울 마포대교에 생명의전화가 설치돼 있다. 뉴스1

서울 마포대교에 생명의전화가 설치돼 있다. 뉴스1

보건복지부는 “자살은 사회 구조적, 개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므로 어느 하나로 원인을 설명하긴 어렵다”면서도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우울감 및 자살생각률 증가, 10~20대 청소년·청년층 자살률 증가 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복지부가 올해 6월 발표한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울위험군(우울감이 중증도 이상인 사람의 비율)은 코로나 직전인 2019년 3.2%에서 올해 6월 기준 22.6%로 5배 급증했다. 자살생각률도 같은 기간 4.6%에서 12.7%로 3배 증가했다. 지난해 우울증 진료 환자도 93만3481명으로 전년(84만8430명)보다 10% 상승했다.

연령별 자살률 증가폭을 보면 10대(10.1%)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이어 20대(8.5%), 70대(7.7%)에서 많이 늘었다. 60대(-5.7%), 40대(-3.4%), 80세 이상(-2.2%) 등에서는 줄었다.
청소년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비대면 수업에 익숙했다가 다시 등교가 이뤄지면서 대인관계에서 오는 어려움 등이 우울을 늘린 요인이 됐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0~20대는 그간 학교를 못 가고 네트워크 형성이 잘 안 돼 고립되기 쉬웠는데 일상회복이 진행되면서 오히려 대인관계 등에서 어려움을 겪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들어줄개’에서는 지난해 일평균 169건, 총 6만3410건의 상담이 이뤄졌는데 기타(37.3%) 사유를 제외하면 대인관계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33.6%로 가장 많았다.

전영숙 다들어줄개 상담팀장은 “갑자기 만나는 친구와 어떻게 지낼지 등 대인관계에서의 불안감을 호소하는 중고생들이 많았다”라며 “사이버 폭력을 당해 학교 화장실에서 손목을 그었다거나 친구와의 서먹함 때문에 외톨이가 된 기분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70대에서 자살이 증가한 것에 대해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감염재난에서 의료, 가족 접근성이 떨어지는 만큼 노인은 소외되는 경향이 있다”라며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도 홍콩에서 노인자살이 늘었다”라고 했다.

자살 관련 이미지. 중앙포토.

자살 관련 이미지. 중앙포토.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기구(OECD)최고 수준이다. 회원국들과 비교를 위해 OECD 기준 인구로 연령 구조 차이를 제거한 뒤 표준화 사망률을 봤더니, 한국은 23.6명으로 평균(11.1명)의 2배를 넘어서며 1위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2, 3년간 코로나19에 따른 영향들이 본격화하면서 극단선택이 더 늘 수 있는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백 교수는 “아직 추세를 언급하긴 어렵지만 향후 더 늘 수 있다”라며 “직업이나 경제적 변화에 따른 영향을 세분화해 분석해야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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