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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출산율 정책 철저한 반성” 뒤 나온 이민 이슈…오세훈 “외국인 육아 도우미 제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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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27일 저출산 문제와 관련해 “출산율을 높이는 데만 초점을 맞췄던 기존 정책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시작으로 포퓰리즘이 아닌 과학과 데이터에 기반한 실효성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인구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고자 한다. 지난 16년간 인구문제 해결을 위해 280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올해 2분기 출산율은 0.75명까지 급락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인구감소와 100세 시대의 해법을 찾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도록 전면 개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모두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모두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나아가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풀어가기 위해선 지역이 스스로 동력을 찾고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 정책을 지방균형발전과 연계해 해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윤 대통령은 “중앙 지방 협력회의, 이른바 제2 국무회의를 각 지방자치단체를 돌며 정례화해 지자체장들과 함께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어가는 길을 모색하겠다”며 “새롭게 출범한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도 세종시에 설치해 균형 발전의 구심점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위원들에게는 “어느 한 부처에만 국한되지 않는 문제인 만큼 함께 치열하게 고민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저출산 문제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날 국무회의가 처음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현금 복지 명목으로 돈을 폭탄 투하하는 정책은 그 생명을 다했다”며 “이에 윤 대통령이 인구정책 컨트롤타워의 전면 개편, 지방균형 발전, 양육 환경 개선 등 보다 근본적인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제시한 것”이라고 전했다.

여권 내에선 인구 감소의 근본적인 대책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거론한 ‘이민청’ 신설을 대안으로 꼽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외국인 육아 도우미 정책을 윤 대통령에게 제안했다. 오 시장은 페이스북에 “외국인 육아 도우미는 양육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라며 “경제적 이유나 도우미의 공급 부족 때문에 고용을 꺼려왔던 분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라고 썼다. 이어 “한국에서 육아 도우미를 고용하려면 월 200만~300만원이 드는데, 싱가포르의 외국인 가사 도우미는 월 38만~76만원 수준”이라며 “출범할 범정부 TF에서 비중 있게 논의해 주실 것도 건의 드렸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국무회의에선 외국에서 훌륭한 인재들이 유입되면 단순 인구 증가뿐 아니라 인적 자본 확충 면에서도 국가에 보탬이 된다는 의견 등도 제시됐다. 이에, 윤 대통령은 이민 정책의 변화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대신, 윤 대통령은 “인구 위기는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는 어려운 문제지만 적어도 우리 정부 임기 내 추세를 돌릴 수 있는 전기를 만들도록 노력하자”며 “특히 모든 부처는 정책 추진 시 인구 감소로 인한 성장동력 하락 등 인구 정책의 관점에서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한 뒤 세종시 아이누리 어린이집을 방문해 아이들과 시장놀이를 함께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한 뒤 세종시 아이누리 어린이집을 방문해 아이들과 시장놀이를 함께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국무회의 뒤 윤 대통령은 인근의 아이누리 어린이집을 찾았다. 윤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어린이집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잘 길러내는 것이 가장 소중하다”며 “저출산 위기 상황에서 정부는 부모급여 도입과 보육 교직원 처우 개선, 어린이집 환경 개선을 국정과제로 선정해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가정의 양육 부담 완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가족 속에서 자연스럽게 돌봄과 교육이 이루어졌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지역사회와 국가가 보육의 책임을 대신 해야 한다”며 “교육과 돌봄이 통합적으로 제공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당부했다.

▶윤 대통령=이용해 보니까 어떠세요.
▶학부모=안심하고 아이들을 보낼 수 있어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나는 어린 영유아들은 집에서만 있는 줄 알았더니 두 살이 안 된 아기들도 여기 오는구나. 돌이 좀 지나서 걸을 정도가 되는 아기들이 오면 그 아이들은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요.
▶보육교사=오감 놀이가 가장 많이 이루어지고 있어요.

윤 대통령은 어린이집에서 운영 중인 ‘이야기 할머니’ 프로그램도 참관했다. 이야기 할머니 사업은 국가가 비용을 지원하고 일정 교육 과정을 이수한 노년층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방문해 아이들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프로그램이다. 윤 대통령은 “어르신은 아이들과 함께 보람된 사회참여 기회를 얻고 아이들은 어르신의 연륜과 지혜를 배우는 일자리 사업모형을 지속 발굴·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다자녀 공무원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부부간 가사 분담을 강조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특히 남성용 앞치마와 요리책을 선물하며 “여성 직장인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남편의 가사 분담 아니겠느냐. 이 선물은 남편용이다. 저도 예외가 아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후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후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 아울렛 화재 조문=이날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전날 7명의 목숨을 앗아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대형 화재를 언급하며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애도했다. 그러면서 “이번 화재는 최근에 건립된 현대식 시설에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것”이라며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소방당국 등 관계부처는 현재의 재난관리 방식을 원점에서 다시 들여다보는 계기로 삼아주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오후에 직접 화재 현장을 방문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현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소방관들의 노고를 격려했다. 이어 유가족들을 만나 “어떻게 위로를 드려야 할지 몰라 마음이 착잡하다”며 “희생자분들 모두 열심히 살아온 분들임을 잘 알고 있다. 화재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겠다”고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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