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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8% 확률을 엿새만에 2번이나…10억 챙긴 '홀인원'의 반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금융감독원에서 수사의뢰한 홀인원 보험사기 사건을 접수해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한다고 27일 밝혔다.

골프 홀인원 이미지. 중앙포토

골프 홀인원 이미지. 중앙포토

 금감원이 지난해 하반기 착수한 기획조사에서 홀인원 보험금을 부당하게 수령한 것으로 추정되는 168명(391건)이 대상이다. 총 편취 금액은 10억원이다. 금감원은 2017년 1월 이후 홀인원 보험금 청구사례에 대해 올해 6월까지 기획조사를 하고 7월 말 국수본에 보험사기 혐의자에 대한 수사의뢰를 했다.

‘홀인원 보험’은 아마추어 골퍼가 홀인원에 성공하면 축하 만찬과 라운딩 비용, 기념품 구매 비용 등을 보상해주는 상품이다. 금감원은 홀인원 횟수·보험금 수령액이 과도하거나 보험 설계사가 주도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를 조사대상자로 우선 선정했다.

허위비용 청구·보험금 집중 수령·보험 설계자 주도

 보험사기가 의심되는 유형은 크게 세 가지다. 허위 비용을 청구하거나 반복적인 보험 가입으로 보험금을 집중 수령하고 설계사가 주도해 보험금을 편취한 것으로 보이는 경우다. 홀인원 보험에서 보장하는 손해는 홀인원 성공 후 계약자가 실제 지출한 비용 등에 한정된다. 한 혐의자는 경기도 포천과 강원도 속초에서 같은 날 30분 시차를 두고 서로 다른 카드로 결제된 6개의 영수증을 제출했다. 타인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영수증을 낸 것이다.

 엿새 동안 홀인원 보험을 바꿔가며 가입한 뒤 2번의 홀인원을 기록해 보험금을 수령한 경우도 있었다. 첫 번째 홀인원에 성공하고 닷새 뒤 새로운 보험에 가입한 후, 다음날 두 번째 홀인원에 성공했다며 보험금을 청구한 사례가 해당한다. 미국 골프 전문지 골프다이제스트에 따르면 아마추어 골퍼가 홀인원을 할 확률은 0.008%, 1만 2000분의 1 정도로 추산된다. 주 1회 라운딩을 나간다고 가정해도 57년이 걸린다. 같은 설계자가 모집한 보험 가입자들(3명)끼리 동반 라운딩을 하면서 순차적으로 홀인원 보험금을 한 차례씩 수령한 사례도 있었다.

 국수본이 지난 7월 4일부터 연말까지 시행하는 ‘2022년 보험사기 특별단속’에는 홀인원 보험사기도 단속대상으로 포함된다. 국수본은 각 관할 관서를 중심으로 신속히 수사를 진행하고 수사결과를 금융감독원과 공유할 계획이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의 모습. 중앙포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의 모습. 중앙포토

 국수본은 “보험 계약자가 캐디 등과 공모해 보험회사에 허위로 발급받은 홀인원 증명서를 제출하거나, 실제 지출하지 않은 비용을 청구하는 등의 행위는 보험사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금감원도 “보험사기는 선량한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 등 경제적 피해를 불러온다”며 “보험사기 제안을 받거나 의심 사례를 알게 된 경우 금감원 또는 보험회사가 운영하는 보험사기신고센터에 적극 제보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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