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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인플레이션 두 달 연속 하락…집값 하락 전망 역대 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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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1년의 물가상승률 전망인 기대인플레이션이 두 달 연속으로 하락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은 물가 상승을 장기간 끌고 가는 요인인 만큼, 물가 상승 압력도 줄어들 전망이다. 물가 상승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소비심리도 다소 개선됐다. 다만 원화가치가 추락해 수입물가가 뛰는 등 물가의 불안 요소는 적지 않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9월 소비자 동향 조사’에 따르면 이달 기대인플레이션은 전달보다 0.1%포인트 내린 4.2%로 집계됐다. 고물가와 기상악화로 가격이 크게 오른 배추가 23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되어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9월 소비자 동향 조사’에 따르면 이달 기대인플레이션은 전달보다 0.1%포인트 내린 4.2%로 집계됐다. 고물가와 기상악화로 가격이 크게 오른 배추가 23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되어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9월 소비자 동향 조사’에 따르면 이달 기대인플레이션은 전달보다 0.1%포인트 내린 4.2%로 집계됐다. 기대인플레이션은 지난 7월 역대 최고치인 4.7%까지 치솟은 뒤 두 달 연속 하락하고 있다.

기대인플레이션 하락은 국제 유가 등이 떨어지며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다소 둔화한 게 영향을 미쳤다. CPI 상승률은 지난 7월 6.3%로 1998년 11월(6.8%)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후, 8월에는 5.7%로 하락했다. 통상 기대인플레이션은 CPI 상승률에 후행하는 경향이 있다.

기대인플레이션은 향후 1년간 CPI 상승률에 대한 전망이다.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상품 가격과 임금을 끌어올려 물가 상승을 장기간 이어지게 하는 요인이다. 한은은 지난 7월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며, 기대인플레이션 안정을 주요 근거로 삼았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물가 상승세 둔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소비심리는 두 달 연속 개선됐다. 9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1.4로 전달보다 2.6포인트 상승했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주요국 통화 긴축, 경기 불확실성 확대 등이 지속하고 있으나 고용과 대면 서비스 소비가 양호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국제 유가 하락으로 물가 상승세가 둔화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수 수준이 100 이하인 만큼, 여전히 경기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우세했다. CCSI는 장기평균치(2003년 1월~2021년 12월)를 기준으로 100보다 크면 경제 상황을 낙관적, 작으면 비관적으로 해석한다.

아파트 매매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며 1년 뒤 주택가격이 현재보다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은 크게 늘었다. 주택가격전망 CSI(67)는 전달보다 9포인트 하락했다. 지난달 기록한 사상 최저치를 한 달 만에 다시 경신했다. 주택가격 전망지수는 1년 뒤 집값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는 지수로 100보다 낮을수록 집값이 내릴 것이라고 답한 가구가 많다는 의미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기대인플레이션 하락 등 물가 급등세 둔화에 대한 전망은 커지고 있지만, 변수는 많다. 원화가치가 연일 추락하며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예상보다 국제 유가는 빨리 떨어지고 있지만, 환율 절하로 그 효과가 상쇄되고 있다”며 “걱정하는 것은 물가가 내려오는 속도가 굉장히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통화정책도 더 강도 높은 긴축으로 돌아설 수 있다. 당장 10월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한은은 그동안 경기 둔화 등을 우려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밝혀왔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강도가 더 세지며 금리 인상에 속도를 더 내야 할 처지가 됐다. 긴축 정도를 느슨하게 하다 물가가 다시 오를 경우 치러야 할 비용은 더 크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이 총재는 “물가가 5~6% 상승하는 한 한은 입장에서는 다른 것을 희생하더라도 물가안정이 가장 중요하다”며 “목표를 다 달성하긴 어렵지만, 물가를 먼저 잡아야 하고 그로 인해 생기는 여러 부작용은 재정정책을 통해 보완책을 마련해 가자는 것이 한은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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