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출' 만기 3년 더 연장…5차 링거에 ‘깜깜이 부실’ 커진다

중앙일보

입력 2022.09.27 08:00

업데이트 2022.09.27 16:54

27일 정부와 금융권은 9월 말 종료 예정이던 중소기업ㆍ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를 1년 더 연장하고, 만기 연장은 최대 3년 미뤄주는 ‘연착륙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 신발 상점 모습.연합뉴스

27일 정부와 금융권은 9월 말 종료 예정이던 중소기업ㆍ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를 1년 더 연장하고, 만기 연장은 최대 3년 미뤄주는 ‘연착륙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 신발 상점 모습.연합뉴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의 대출 만기가 최대 3년간 더 연장된다. 이 기간 차주(대출자)는 대출 만기를 연장하거나, 채무를 조정하는 새출발기금을 선택할 수 있다. 정부의 ‘링거’ 처방으로 당분간 자영업자의 상환 부담은 덜었지만, 관련 대출의 ‘깜깜이 부실’ 우려는 커지고 있다.

정부와 금융권은 9월 말 종료 예정이던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를 1년 더 연장하고, 만기 연장은 최대 3년 미뤄주는 ‘연착륙 방안’을 27일 발표했다. 2020년 4월 첫 조치가 시작된 뒤 다섯 번째 연장이다. 첫 조치 시작부터 따지면 대출만기 연장은 최대 5년6개월에 이른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만기연장·상환유예 관련 간담회에서 “이번 방안은 종전의 4차 재연장과 달리 부실의 단순 이연이 아닌 근본적 상환능력 회복을 위해 선제적으로 상환 계획을 마련토록 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채무조정이 필요한 차주는 새출발기금 등 채무조정 프로그램으로 상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부여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6월 말까지 금융권이 지원한 금액은 잔액 기준으로 약 141조4000억원이다. 지원액의 88%(124조7000억원)가 차주의 만기연장이고, 나머지는 원리금 상환 유예 금액(16조7000억원)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금융당국은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이달 말 금융지원 조치를 공식 종료하고, ‘주거래금융기관 책임관리체제’로 전환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고물가·고금리·고환율(원화가치 하락) 등 ‘3고(高)’ 위기가 커지고, 정치권의 잇따른 재연장 요구에 정책 기류가 바뀌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여건 악화로 이번 달 (관련) 조치를 끝낼 경우 자영업자들이 대거 채무불이행에 빠질 우려가 커졌다”며 “이들의 온전한 회복을 위해 충분한 위기대응 시간을 줘서 차주와 금융권 모두 충격 없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재연장으로 자영업자는 상환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대출 만기를 연장하거나 채무를 조정하는 새출발기금을 이용할 수 있어서다. 이번 연착륙 방안은 차주별 특성에 따라 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 유예, 새출발기금 등 세 가지로 나뉜다.

만기연장은 최대 3년간 지원한다. 만기연장을 이용 중인 차주는 대출 만기를 6개월 또는 1년씩, 2025년 9월까지 늘릴 수 있다. 그동안의 일괄 만기 연장이 아니라 금융권 자율협약에 따른 관리 체계로 바뀐다. 다만 차주가 만기연장 여부나 급격한 금리 인상 등에 대한 불안 없이 정상 영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만기연장 조치를 최대 3년간 지원하겠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대출 원금이나 이자를 유예한 차주는 내년 9월까지 유예 기간이 연장된다. 최대 1년간 원리금을 갚는 기간을 미뤄주는 대신, 이들은 상환계획을 세워야 한다. 내년 3월까지 금융사와 협의해 유예기간 종료 이후 원리금을 어떻게 갚을지 상환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기존 조치와 가장 큰 차이점은 차주가 만기연장ㆍ상환유예가 아닌 새출발기금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 달 4일 출범하는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채무를 감면하거나 대출금리를 깎아주는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다.

90일 이상 연체한 부실차주는 순부채에 한해 원금의 60~80%를 감면해주는 게 특징이다. 기초수급자와 중증장애인 등 상환 능력이 거의 없는 취약계층의 감면율은 최대 90%다. 채무조정 한도는 담보 10억원, 무담보 5억원 등 총 15억원이다. 신청·접수 기간은 대출 만기연장과 동일한 3년이다. 만기 연장에 따른 추가적인 부실 차주에 대한 안전장치(새출발기금)인 셈이다.

새출발기금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중소기업은 신속금융지원을 받는다. 30억원 이상 대출 기업을 대상으로 신용위험평가를 진행해 자율 경영개선 권고, 워크아웃, 회생절차 등을 진행한다.

문제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빚 상환과 관련한 연착륙을 유도하면서 관련 대출의 ‘깜깜이 부실’ 우려도 커졌다는 점이다. 특히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가 연장될수록 원금은 물론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한계 차주(한계기업 포함)는 늘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0.22%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수치로 보면 건전해 보이지만 통계상 착시효과다. 정부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를 위해 대출 만기를 미뤄준 영향이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자조차 못 갚는 부실차주에 대한 정리 없이 대출 만기를 2년 6개월이나 미뤄놨다”며 “최근 대출 금리도 빠르게 뛰고 있는 만큼 드러나지 않은 잠재 부실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물가가 치솟는 등 국내외 경제가 갈수록 악화해 대출 만기 연장 같은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다”면서도 “대출 유예가 무작정 지속할 수 없는 만큼 (자영업자들의) 정상영업 이후엔 빚을 갚을 수 있는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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