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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생의 말하기 공식, 논리력 ‘이것’ 기억하세요

중앙일보

입력 2022.09.27 06:00

이운정의 슬기로운 말하기 교실 8화 논리적으로 말하기.

이운정의 슬기로운 말하기 교실 8화 논리적으로 말하기.

우리 아이 말 습관, 이런 게 고민이에요

“두서 없이 말을 해서 무슨 내용인지 이해를 못 하겠어요.”
“아이가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이가 말을 할 때마다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뭐야?”라고 자꾸 묻게 돼요.”

현장학습을 다녀온 아이가 그날 있었던 일을 신이 나서 이야기합니다.
“엄마 아빠, 나 오늘 오리 봤다! 그런데 친구가 넘어졌어. 다쳐서 피도 나긴 했는데 안 울고 다시 놀았어. 딸기가 진짜 맛있었어. 아, 맞다! 내가 생태공원에 갔는데 아빠랑 캠핑가서 봤던 그 나무도 있었어.”

신나서 이야기하는 아이의 모습이 귀여워 귀를 기울여 아이의 말을 듣습니다. 하지만 들을수록 도무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양육자의 마음은 복잡해집니다. ‘논술 학원을 보내야 하나?’, ‘스피치 학원에 상담을 가볼까?’ 머릿속에 생긴 물음표가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여유가 없는 날이면 인내심에도 한계가 찾아옵니다. 두서없는 아이의 말을 듣다가 결국 이렇게 묻습니다.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도대체 뭐야?”

논리정연하게 말하기 위해서는 ‘스토리텔링’을 꼭 알아야 합니다. 하고 싶은 말에 스토리텔링 사례를 넣으면 재미있게 말하기를 넘어 설득하는 말하기를 할 수 있습니다.

설득하는 말하기, 이야기에서 시작됩니다  

‘스토리텔링’이란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단어, 이미지, 소리’ 등의 요소를 가지고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 전달하는 걸 의미합니다. 어려운 정의는 잠시 제쳐놓고, 우리가 흔히 보는 광고를 한번 떠올려 볼까요? 광고는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말하기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건강보조식품은 체지방을 분해하는 요소가 40% 함량되어 있습니다. 임상실험결과 3개월 이상 꾸준히 복용했을 경우 평균 10kg의 감량 효과가 있습니다.”
VS
“아이 낳고 15kg이 쪄서 이것저것 안 해본 다이어트가 없지만 효과가 하나도 없었어요. 하지만 이건 달랐죠. 제가 넉 달째 먹고 있는데, 10kg이 빠져서 결혼 전에 입었던 청바지가 쏙 들어가요!”

어떠세요? 같은 건강보조식품에 대한 설명이지만, 전혀 다르게 와 닿습니다. 누구나 “3개월 이상 꾸준히 복용했을 경우 평균 10kg의 감량 효과가 있다”는 건조한 설명보다 “출산 후 10kg이 빠져서 결혼 전 입었던 청바지가 쏙 들어간다”는 말에 더 관심이 쏠립니다.
육아에 관한 정보를 얻을 때도 양육자는 성공 사례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다음의 글을 읽어보세요. 어떤 이야기에 더 마음이 움직이나요?

아이를 키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가 아이를 믿어 주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주양육자의 믿음을 바탕으로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무한한 도전을 하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주변에서 아이의 능력을 의심하거나 가치를 저평가 하더라도 부모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아이의 특별한 점을 잘 살피며 그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VS
“이 아이는 지능이 떨어져서 학교 생활을 하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특수학교로 전학 가기를 권합니다.”
교장의 말을 듣고 엄마는 마음을 굳게 먹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은 아이의 가능성을 믿어야 한다고요.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아이에게 전학을 가야 한다고 전하며 이렇게 말했지요.
“너는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어. 그래서 너에게 맞는 학교를 가야 한단다.”
이 일화의 주인공은 토마스 에디슨의 어머니입니다.

이렇게 자기가 말하고 싶은 바를 예시, 경험담, 사례, 에피소드로 재해석한 게 ‘스토리텔링’입니다. 우리가 타인의 말을 들을 때는 자기의 배경지식을 끌어와 ‘이해’를 하는데요. 이때 공감 포인트가 있으면 몰입도가 더 커집니다. 듣는 이가 이야기에 공감해야 재미를 느끼고, 마음마저 움직이는 겁니다.

이런 사례도 있습니다. 스토리텔링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에서 한 가지 실험을 합니다. 밸런타인데이에 일본 아오모리 현에서 사과를 판매했는데요. A 가판대에서는 “달고 맛있다”고 홍보하고, B 가판대에서는 “사랑의 노래를 들려준 사과”라고 홍보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B 가판대의 사과가 6배 이상 더 많이 팔렸거든요.

짧은 시간 안에 소비자를 설득해야 하는 광고에 스토리텔링이 가장 많이 활용되는 건 그래서입니다. 이야기의 힘이죠. 말하기에 스토리텔링 기법을 적용한다면 우리는 광고처럼 눈길이 가고, 설득력 있는 말하기를 할 수 있습니다.

하버드생처럼 논리적으로 말하기, ‘오레오’ 공식  

물론 스토리텔링을 한다고 모든 이야기가 다 재미있게 들리는 건 아닙니다. 말의 구조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특히 공식적인 말하기에서는 스토리텔링 내용을 어느 순서에 넣어 말할 것인지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때 논리적인 말하기 공식 ‘오레오(OREO)’를 알면 도움이 됩니다. 하버드 대학교 학생들은 자기 생각을 상대방에게 논리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졸업 전까지 이 공식을 익히는 연습을 한다고 해요. ‘의견→이유→사례→의견’의 구조로 글을 쓰거나 말하는 방법입니다.  

오레오 공식은 토론, 프레젠테이션, 연설 등 대부분의 대중 스피치 영역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 공식이 가장 빛을 발하는 건 면접입니다. 영재원, 특목고, 대학 입학 등 중요한 입시에서 면접은 전체 합격 점수의 30% 전후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관문인데요. 이때 스토리텔링과 오레오 공식을 이용한 답변에는 힘이 실립니다. 아래 두 학생의 답변을 비교하며 읽어보세요. 어느 쪽이 더 마음에 와 닿는지요.

심리학 현상 중에 ‘초두효과’가 있습니다. 처음 뇌에 입력된 정보가 나중에 입력된 정보보다 기억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합니다. 무엇이든 첫 경험이 뇌리에 깊이 남는 건 그래서입니다. 말하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중요한 내용을 첫 문장에 말하면 상대방에게 내 이야기의 핵심을 훨씬 더 강렬하게 남길 수 있습니다.

위의 예시를 한번 살펴볼까요. “저의 장점은 성실하다는 것입니다”라는 첫 문장을 들은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왜 그렇지?’라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어떻게 성실하다는 건지 이해가 잘 안 되는데, 예를 들어줄 수 있나요?’라는 질문으로 의식의 흐름이 이어집니다.

여기서 구체적인 이야기, 즉 스토리텔링을 예시로 들어주면 됩니다. 이 사례에 공감이 간다면 청중은 이야기에 푹 빠져들 겁니다. 그 후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지?’라는 질문을 다시 하게 됩니다. 기억이 ‘망각 곡선’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망각 곡선은 독일의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Hermann Ebbinghaus)가 제시한 개념인데요. 우리의 뇌가 새로 학습한 내용을 얼마나 빨리 잊어버리는지 그래프로 보여줍니다.

뇌는 10분 후부터 망각이 시작되어 20분만 지나도 앞서 들은 이야기의 50%가량을 잊어버린다고 합니다. 오레오 공식의 마지막이 처음과 같은 ‘Opinion(의견) : 핵심 주제 문장’으로 끝나는 건 그래서입니다. 핵심 주제를 담은 문장을 한 번 더 강조해서 말해줘야 그 이야기를 오래 기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해보세요

①무엇이든 경험하세요  
음식을 맛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재료가 풍부해야 합니다.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사 구조를 제대로 갖추기 위해서는 먼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갈등 하나 없이 단순한 삶을 사는 사람의 이야기보다 역경을 딛고 일어난 사람의 이야기가 더 재밌게 들리는 이유죠. 아이들에게 직접 보고, 듣고, 느끼고, 체험할 기회를 자주 만들어 주세요. 많은 경혐은 말의 첫 번째 재료입니다.

②독서로 경험을 저장하세요
직접 체험하는 건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있습니다. 하지만 책은 언제, 어디서든 읽을 수 있습니다. 독서로 쌓은 배경지식도 말하기의 좋은 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자기가 읽은 내용을 스토리텔링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책을 읽고 난 뒤 독후 활동을 하는 게 좋습니다. 단순히 어떤 내용이었는지 팩트 체크하는 수준을 넘어, 느낀 점과 생각의 변화 등을 글로 적어둡니다. 이렇게 저장한 이야기는 훌륭한 말하기 재료가 됩니다.

‘우정’을 주제로 말하기를 했던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있습니다. 그 아이는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면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나눠줄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했는데요.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마음을 자기가 읽었던 책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 빗대어 말했습니다. 소년에게 밑동까지 내어주는 나무의 모습을 보며 자기도 좋아하는 친구를 기쁜 마음으로 도와주고 싶다는 이야기를 풀어나간 겁니다. 이 말하기는 자기가 전하고 싶었던 주제를 확실하게 보여주었을 뿐 아니라, 듣는 이에게 잔잔한 감동까지 남겼습니다.

③양육자는 MC가 되어주세요
아이의 말이 스토리텔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양육자의 질문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장황하게 말을 할 때 적절한 질문을 던지면, 거기에 답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지거든요. 이때 잠시 생각하고 답을 할 수 있는 ‘오픈형 질문’을 던지세요. “예, 아니요”로 대답할 수 있는 폐쇄형 질문은 이야기를 만드는 효과가 없습니다. 방송에서도 게스트가 말을 잘할 수 있게 좋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명 MC’로 칭송을 받죠. 집에서는 양육자가 명 MC가 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체험학습을 다녀와서 이야기할 때 맞장구를 치며 6하원칙에서 빠진 부분을 물어보세요.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라고 꼬리 질문을 하다 보면 아이도 상대방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궁금해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말할 수 있게 됩니다. 다만 취조하듯 물어봐서는 안 됩니다. 아이의 이야기가 정말 궁금해서 물어본다는 진실한 태도와 말투로 접근해야 아이도 신이 나서 말을 이어갑니다.

스토리텔링으로 말하기 실천 가이드  

① 가족 브이 로그 만들기
일상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찍는 걸 브이 로그(Vlog)라고 합니다. 비디오 블로그(Video Blog)라는 뜻이죠. 꼭 온라인에 올리지 않더라도, 일상기록처럼 매일 자기 전에 ‘하루 중 가장 즐거웠던 일’을 주제로 아이와 말하는 모습을 찍어보세요. 일기를 쓰는 것도 하루를 기록하는 좋은 방법이지만 직접 말을 하면 스토리텔링의 실전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말할 수 있도록 삼각대에 카메라를 고정하고 양육자와 아이가 편하게 대화를 나눕니다. 오늘 하루 중 가장 좋았든 일과 아쉬웠든 일을 말해보고 촬영한 영상을 되돌려 보세요. 화면 속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이야기가 더 재미있게 들리는지 대화를 나눠보면 더욱 좋습니다. 실제로 스피치 수업에서 이런 활동을 합니다. 명절이나 여름휴가가 끝난 후, 서로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카메라 앞에서 이야기하는 겁니다. 이 활동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쏟아냅니다.


② 단어카드로 하는 스토리텔링 게임  
집에 있는 단어카드를 활용한 게임입니다. 단어카드는 한글을 배울 때 단어를 적어 놓은 카드를 말합니다. 단어카드가 없으면 직접 만들어도 좋습니다. 30~50장 정도의 단어카드를 섞은 뒤, 눈을 감고 카드를 3장 뽑습니다. 이후 뽑힌 단어가 들어간 이야기를 만들어봅니다. 예를 들어 ‘오리, 비행기, 사과’를 뽑았다면 이 세 단어를 넣어 말하기를 해보는 겁니다. 보통 아이들은 ‘오리가 비행기를 타고 사과를 먹으러 갔습니다’처럼 단순한 글짓기를 하기 합니다. 이때 규칙을 추가하면 이야기를 더 구체적이고 풍부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에 해당하는 내용이 들어가고, 최소 3문장 이상을 말해야 한다는 등입니다. 아래 말하기의 예시를 보면 이해가 더 잘 될 겁니다. 온 가족이 모여 게임을 한 뒤, 누가 만든 이야기가 더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지 투표도 해보세요.

*뽑힌 단어 카드: 오리, 비행기, 사과
*규칙:6하원칙(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의 내용이 들어가고, 최소 3문장 이상의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예시)
어느 더운 여름 날, 지오는 용인의 공원에 놀러가서 ‘오리’를 봤어요. 그 오리는 뒤뚱뒤뚱 걸어서 땅에 떨어진 ‘사과’를 먹고 있었습니다. 지오는 그 사과를 들어서 오리에게 먹여주었어요. 그리고 오리와 함께 지오가 가고 싶었던 하와이에 ‘비행기’를 타고 가는 상상을 했답니다.

단어카드 게임에 익숙해졌다면 ‘스토리큐브’ 게임도 좋습니다. 시중에 판매하는 보드게임인데요. 이 보드게임을 활용하면 더 심화한 규칙을 적용해 이야기를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유튜브에 ‘스토리큐브’를 검색하면 활용 방법을 안내한 영상도 많으니 참고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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