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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성호의 이코노믹스

과거 다섯 차례 주가 하락, 환율 정점을 고비로 멈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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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2007~2008년 같은 대란 오나

신성호 전 IBK투자증권 대표이사

신성호 전 IBK투자증권 대표이사

주가는 늘 과거 사례를 반복해왔다. 왜 그런지는 2000년 이후 다섯 차례의 주가 정점 이후 경험이 참조된다. 특히 주가 정점 이후 2년간 주가 추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그래픽 참조〉.  음영(陰影)은 주가 정점 이후 첫 1년이고, 여백은 주가 정점 2년 차다.

주목 사안은 주가의 추세적 하락 기간이 짧다는 점이다. 각 하락 과정에서 A~E는 주가의 추세적 하락이 멈춘 시점인데, 모두 주가 정점 1년 이내에서 주가 하락이 멈췄다. 짧은 주가 하락 기간은 우리의 경기순환 주기가 짧기 때문이었다. 부연하면 우리의 경기확장 기간은 1970년 이후 평균 33개월, 수축 기간은 평균 20개월이었다. 이처럼 경기 확장·수축 기간이 짧기에 주가의 추세적 상승·하락 기간이 짧았는데, 빠른 주가 하락 속도 때문에 경기수축 기간보다 주가 하락 기간이 짧았다.

금융위기 재연은 지나친 우려
자금 스케줄 이미 공표된 상황
물가도 정점 지나면 둔화할 듯
2023년 하반기부터 안정 기대

주가 하락이 멈췄어도 당시 대부분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주가 하락이 멈춘 이후에도 분기별 이익이 번갈아 들쭉날쭉했기 때문이다. (기업이 컸던 B 제외) 그러나 낙폭이 컸기에 주가가 주식가치 대비 워낙 낮았다. 특히 주당순자산 비율(PBR, 주가/1주당순자산)이 1 이하로 떨어져 주가가 주식의 최저가치를 밑돌았다. 이러한 점이 주가 하락을 억제했다. 그 결과 추세적 하락을 멈춘 이후의 주가는 일정 범주에서 등락하는 박스권 주가를 나타낸다.

추세적 하락 기간은 통상 1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사례에서 주가의 추세적 상승은 주가 정점 2년경과 이전인 A1, B, C1, D1에서 시작했다. 거론 시점부터 기업이익이 추세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다섯 사례의 주가 하락 폭 차이는 컸다. 사례 I, II, III의 하락률은 54%, 44%, 57%나 된다. 반면 IV, V의 하락률은 26%, 24%였는데, I~III은 해외의 큰 부담과 연계된 하락이었다. 사례 I의 폭락은 주가를 터무니없이 상승시킨 세계적 IT 거품 후유증 때문이었다. 사례 II는 미국·이라크 간 전쟁 관련 불안감 증폭 때문인데, 당시 각국 주가가 폭락했다.

사례 III은 미국발 금융위기 시절(미국 기준 2007년 11월~2009년 3월)이다. 해당 기간에 우리 주가의 최대 하락은 2008년 8~10월에 있었는데, 석 달간 하락이 금융위기 기간 중 하락의 60%가량 되었다. 당시 폭락은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등 금융업체 전반의 위기와 미국 하원의 구제금융법안 부결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이었다. 세계적 부도 위험이 주가를 억눌렀다.

경기하강 자체로는 하락 크지 않아

사례 IV, V의 하락률은 사례 I ~ III보다 적었다. 해외 쪽 큰 부담 사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요컨대 주가 하락이 단지 경기하강 만에 의한 것이라면 그 충격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러나 경기하강이 심한 투기 후유증(IT 거품), 불확실성 증폭(미국·이라크 전쟁), 대형 부도위험(미국발 금융위기)과 맞물린 경우엔 폭락했다. 결국 향후 주가전망과 관련해서는 경기요인 외에 큰 부담 발생 가능성과 가치대비 주가 수준의 과다 여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향후 투자의 초점은 물가, 상장사 이익, 금리, 환율 관련 사안이라 하겠는데, 물가상승을 촉발한 자원가격 상승세는 꺾인 듯하다. 그렇다면 물가 문제는 자원수출 국가와 자원수입 국가 사안에서 자원수입 국가 내 문제로 바뀌는 것 같다. 각국 제조업체의 제품과 서비스 가격 상승, 이로 인한 임금 상승 등 2차 물가상승 압박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부(富)의 분배는 자원수입국 내부 사안으로 귀착되는데, 올해 국내 가구의 소득은 1분기 10.1%, 2분기 12.7%씩 늘었다. 이렇게 늘어난 소득이 상품가격 상승(원가상승을 제품가격에 전가)을 가능하게 했다. 같은 이유로 인해 다른 국가의 소득도 정도 차이는 있지만 증가했기에 수출도 그럭저럭 유지될 듯싶다.

따라서 기업 이익은 내년 상반기까지 들쭉날쭉하겠지만, 추세적으로 악화할 것 같지 않다. 추세적으로 이익이 줄지 않으면 그간 주가 낙폭이 컸기에 주가는 그림의 네 경우와 같이 일정한 범주에서 등락할 듯하다. 4분기 중의 연말 배당투자와 신년에 대한 기대도 주가안정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내년 상반기~하반기 증시 반등 기대

주가의 추세상승 반전과 관련해서는 한국은행의 내년 상반기 중 경기바닥 견해가 주목된다. 특히 전년 동기 대비로 작성된 한은의 예상 성장률을 직전분기 대비 관점에서 보면, 성장률 바닥이 올해 하반기일 가능성 있는데, 2000년 이후 주가 바닥은 통상 성장률 바닥 분기 전후에서 형성되었다. 이를 고려하면 주가의 추세적 상승시도가 빠르면 올해 연말~내년 상반기 중에, 늦어도 내년 하반기에는 이루어질 것 같다.

현실적으로 현재 주가는 이익 대비 워낙 낮다. 그래서 경기수준이 낮아도 경기방향만 돌아서면 주가의 추세적 상승은 가능한데, 현재 우리 주가수익비율(PER, 주가/1주당 순이익)은 10배를, PBR은 1배를 하회한다. 주가가 주식의 최저 가치를 밑도는데, 현재 미국주식의 PER도 2000년 이래의 평균 정도이다. 특히 미국의 기업이익은 기복을 겪지만, 추세적으로 2024년 1분기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금리상승 부담인데, 증권시장에서는 0%였던 미국 기준금리가 4% 내외로까지 상승이 예상된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금융위기 시절 같은 주가 폭락을 우려한다. 그러나 주가 폭락 우려는 과한 것 같다. 주가 폭락은 큰 부도 위험을 유발할 정도로 자금 사정 악화(금융위기 시절), 가치 대비 과도하게 높은 주가(IT 거품 시절) 상황에서 발생하는데, 현재 상황은 거론된 사안에 해당하지 않는다.

투기적 환율 급등은 지속성 없어

무엇보다 향후 자금 사정이 큰 부도 위험을 받을 정도로 급박하진 않다. 이미 공표된 미국의 금융정책에 따라 각국의 각 경제 주체들이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금 주가는 가치 대비 원만하거나 낮다. 특히 국내 주식의 장기 투자수익률은 대부분 3%를 밑도는 예금금리보다 못할 게 없다. 또 여전히 금리상품은 물가를 방어하지 못한다. 실물경기에 대한 불안이 진정되면 시중 자금은 곧 증권시장 쪽으로 유입될 것 같다.

한편 그간 미국금리 상승에 따른 원화가치 하락이 주가에 적지 않은 부담을 끼쳤는데, 원화가치는 8월 후반부터 투기의 막바지 과정에서 발생하는 양태로 급락했다. 그러나 이제 각국이 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미국금리 인상도 후반부인 만큼 달러가치의 지나친 강세가 계속되기는 어렵다.

투기적 환율급등의 지속성도 오래가지 못한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시절에도 가파른 원화가치 하락은 두 달에 그쳤다. 현재 달러 강세·원화 약세로 인해 주가가 받는 부담은 4분기 중에 해소될 듯싶다. 결국 환율 정점을 고비로 대체로 주가 바닥이 형성되는 현상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가 바닥 콕 잡아내긴 어려워

1년을 넘는 주가 하락 과정에서 종합주가지수가 32%나 하락했다. 하락 정도와 예전 사례를 고려하면 향후에 발생할 웬만한 부정적 사안은 주가에 상당히 반영된 듯하다. 요컨대 주가가 금리 급등과 원화가치 하락에 놀라 하반기부터 내년 초까지의 상장사 이익감소·둔화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하락했다. 이처럼 지나치게 하락했기에 향후 주가는 추세적 하락을 이어가기보다는 일정 폭 내에서 등락할 것 같다.

바닥권에서 등락했던 예전 사례의 반복인데, 이미 유럽에선 영국·독일·프랑스가, 아시아에선 일본·인도·중국이, 미주에선 캐나다·브라질 주가가 추세하락에서 벗어나 박스권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자본시장에서 우리 주가의 후행성을 고려하면, 해외주가 추이는 우리 주가전망에 참조될 듯하다.

한국은행 경제전망을 고려하면 주가의 추세상승 시도가 빠르면 올해 4분기, 늦어도 내년 하반기엔 있을 것 같다. 특히 지난해 6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정점이었던 점과 짧은 경기수축 기간(평균 20개월)을 고려하면 추세의 반전을 기대해 볼 만하다.

물론 주가 예측은 참고 사항에 불과하다. 실로 주가 바닥을 정확하게 잡아내긴 극히 어렵다. 그래서 주가가 바닥에 가깝다고 여겨지면 그때부터는 위험대비 기대수익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추세 반전 초기 주가는 통상 급반등하기 때문이다. 또 주가가 상승 추세로 접어들면 대체로 1년 안쪽에 직전 고점을 회복했다. 우량주를 중심으로 시차를 둔 주식분할 매수, 즉 시간 포트폴리오의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신성호

전 IBK투자증권 대표이사, 우리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9월에는 주가의 추세하락을 거론했고, 이제는 악재가 모두 노출되었다고 보고 있다. 저서로는 『주식투자 할 때와 멈출 때』가 있다.

신성호 전 IBK투자증권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