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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중앙일보 공동 기획

저소득층·다문화 가정 지원해 교육 불균형 해소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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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코로나19와 대한민국: 성찰과 제언

엄문영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엄문영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엔데믹에 접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코로나는 우리 주변을 감싸고 있다. 어른 뿐 아니라 아이들의 삶도 바꿔놨다. 학습은 물론 친구 관계, 학교 등교 등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2020년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로 인해 학교는 아침에 일어나면 무조건, 예외없이 가는 곳이라는 통념을 바꾸어 놓았다. 2020년 교육부는 3차에 걸쳐 개학을 연기했다. 입시를 앞둔 고3, 중3부터 순차적으로 개학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2021학년도 수능은 처음으로 12월에 치러졌다.

이렇듯 코로나는 우리에게 너무나 당연시됐던 학교라는 장소, 선생님·친구들과의 만남을 아주 ‘특별한 것’으로 바꾸어 놓았다.

코로나 이전 공교육은 성토의 대상이었다. 입시위주의 경쟁, 학습격차, 사교육 시장의 과대한 팽창, 학교폭력, 인성교육 부재 등이 비판받았다. 이럴 바에야 학교가 왜 필요한가 하는 냉소가 학생과 교사·학부모의 머릿속에 스며들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지금도 이런 문제는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역설적이게도 학교가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곳이었던가 하는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됐다. 학생들이 친구와 선후배, 선생님들과 관계 맺기를 통해 지식 습득 이외에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웠던 곳이었음이 새삼 드러났다.

코로나 이후 학업 격차 더 벌어져
작년, 고2 국어 ‘보통 이상’ 최저
학력·정서 고려한 교육 지원 필요
팬데믹 대비, 온라인 학습 준비를

코로나 후 학생 정신건강 낮아져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중앙일보 공동기획2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중앙일보 공동기획2

필자가 최근에 수행한 한 지역의 학생종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 시기 중학생의 정신 건강이 이전보다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1〉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림 1〉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림1〉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 2016~2018년 중학교 시절을 보낸 학생들(파란색)에 비해 코로나가 발생한 2020년을 포함하여 2019~2021년 중학교 시절을 보낸 학생들(빨간색)의 정신건강 수준이 더 떨어지고, 해마다 더 가파르게 떨어지는 결과를 볼 수 있다. 흔히, 교육격차나 교육불평등을 이야기할 때 학업적인 측면만을 고려하기 쉽다. 그러나 학업적인 측면 못지 않게 사회·정서적 측면, 문화적 측면의 학생들간 격차도 만만치 않다. 어쩌면 학생들의 삶은 부모·친구들과의 인간관계, 자신의 감정 관리 등에 의해 직접적으로 먼저 영향받기 쉽다. 또한, 이러한 정신적이고 정서적인 부분은 학업에 대한 자신감 등으로 이어져 학업과 높은 관련성을 갖는다. 학업성취도와 관련된 많은 연구들이 지적인 역량 이외에 자기 자신에 대한 학업적 자신감, 교우관계의 안정성, 부모의 적절한 기대와 관심 등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강조해 오고 있다. 다시 말해 학업 성취와 교육이 원만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학교·교사·학생·학부모 간에 서로 의미있는 관계 형성과 좋은 자극들이 우선시돼야 한다. 역설적으로 코로나로 인해 학교가 가진 전통적인 기능으로서 관계 맺기와 이에 기초한 사회성 발달과 지적인 수준 향상간의 관계가 더욱 드러나게 된 것이다.

코로나가 학생들의 학업적 측면엔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전체적인 학업 수준과 학생들간 학업 격차가 코로나 이전보다 더 나빠졌다. 지난 6월 13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21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결과 및 대응 전략 방안’에 의하면, 코로나 기간 전국의 중3, 고2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중위권 비율이 감소한 반면 ▶기초학력 미달의 하위권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3, 고2 학생 2만 2297명, 448개 학교 표집조사) 전수조사가 아니라 표집조사라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2017년 이후와 비교하면 2021년의 과목별·성별·지역별 성취도는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그 격차는 더 커졌다. 예를 들어, 2021년 고2 학생의 국어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2017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나타났다. 고2 학생의 수학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14.2%(2019년 9%, 2020년 13.5%)로 높아졌다. 성별로는 중3, 고2 학생 모두 남학생의 학업성취도가 여학생보다 전반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특히 고2 남학생의 국어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11.1%로, 여학생(2.9%)과 큰 격차를 보였다.

읍·면 지역 학생 성취도 낮아

〈그림 2〉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림 2〉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지역적 편차도 드러났다. 대도시 학생들에 비해 읍·면지역 학생들의 성취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도시 중3 학생들은 모든 교과에서, 고2 학생들은 수학에서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읍·면지역 학생들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코로나로 인해 학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온라인 교육이 준비없이 병행되면서 이전보다 학생들의 전반적인 학업 수준과 학생 간의 격차도 더 커졌음을 의미한다. 〈그림2〉를 보면 위 그래프와 같은 전반적인 학력수준의 저하와 아래 그래프와 같이 하위권 학생이 증가하면서 상위권과 격차가 더 커진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학교는 저성취 학생, 정서적 격차를 메워줄 필요가 있는 학생들을 우선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제2차대전 이후 196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불평등에 대한 관심이 크게 확산되면서 빈곤과 불평등 해소를 위한 교육불평등 해결은 중요한 사회 과제가 돼왔다. 학교가 과연 학생들의 학업 성취를 높이고, 빈곤과 불평등을 해소하는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를 규명하기 위해 미국은 1960년대 존스홉킨스 대학의 콜먼 교수에게 연구를 의뢰했다. 그 결과 교사, 교육과정, 시설 등의 학교 그 자체 자원보다는 학생의 가정환경과 친한 친구들의 가정환경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후 교육계는 교육의 기회균등을 위해서 학교가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야 할 대상이 어려운 가정환경에 놓인 학생들임을 분명히 하였다. 1966년 발표된 ‘콜먼 보고서’는 학생들의 학업 수준과 정서적 격차를 메우려면 학교가 학생의 가정환경 요소를 정확히 이해하고, 학부모의 적정한 기대수준과 관심, 교사와 학부모간 학생을 위한 원활한 의사소통이 매우 중요하며, 이것이 바로 가정이나 사교육기관 단독으로 할 수 없는 학교의 본연의 기능임을 역설적으로 알려주는 역할을 하였다.

코로나는 학교가 가진 소중한 기능에 대한 근본적인 존재감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 상처를 어떻게 단단한 디딤돌로 삼을 수 있을까?

첫째는 학교와 가정이 학생의 정서와 학습성장을 위해 지원·협력적인 교육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특히, 저소득층, 다문화 가정 등 취약계층에 있어 학력과 정서를 모두 고려하는 종합적인 교육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교육부가 계획하고 있는 교감, 담임·상담·특수·보건교사로 구성된 다중지원팀 운영, 교육지원청별 학습종합클리닉센터 설치, 중장기 교육결손 해소 지원방안 제시,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 수립 등은 매우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인다. 둘째, 가정에서의 지원과 소통이 의미 있으려면 평생교육 차원에서 부모들에게 자녀교육에 대한 올바른 환경 조성과 지원에 필요한 시·도교육청, 교육지원청, 단위학교 차원의 연수 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한다. 학교와 가정의 손발이 맞아야 정서와 학업에 있어서 균형적인 격차 해소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셋째, 향후 유사한 팬데믹 상황에 대비하여 학교에 최고급·최신의 인터넷 네트워크망이 설치되고, 각종 스마트기기·컴퓨터 등 온라인 학습에 불편이 없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그동안 한국의 인터넷 환경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해 왔지만, 정작 단위학교들 수준에서는 노후한 컴퓨터, 불안정한 인터넷망의 문제가 이번 코로나 시기 온라인 교육의 문제로 드러났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의 학업과 정서적 수준과 격차를 계속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국가 차원의 실태조사, 빅데이터 수집과 분석, 전문가에 의한 장기 계획 마련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과거를 통해 배우고, 현재를 파악하고 있어야, 미래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는건 당연한 이치다.

코로나로 인해 그동안 한국 교육에서 이러한 당연한 논리가 전적으로 지켜지지는 못했음이 드러났다. 코로나로 인한 상처가 앞으로의 디딤돌이 되기 위해서는 학교교육이 목표로 삼는 학생의 학업 및 정서적 수준의 향상과 격차 해소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적절한 정보가 있어야 관련한 실증적 연구도 가능해진다. 한국 교육의 인프라와 교사·학부모의 역할을 재정비하는데 코로나가 쓰지만 몸에 좋은 약으로 작용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엄문영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