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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외환위기 때와 달라…한·미 통화스와프 불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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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우리가 처한 입장에서 이론적으로 한·미 통화스와프는 필요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10월 추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 총재는 “지난 22일 비상거시경제회의 때 전제조건이 바뀌었고, (10월) 금통위에서 새로운 결정이 날 것이라고 예고했다”며 “그로 인해 지금 국내 금리가 조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미 통화스와프와 관련한 질의에 “통화스와프에는 전제조건이 있고, 전제조건이 맞았을 때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전제조건이 맞지 않는데 마치 지금 한국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스와프를 달라고 하면 오히려 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는 “국민이 불안해하기 때문에 통화스와프를 받아오면 좋은 것은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와 정보교환이 있기 때문에 글로벌 달러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면 (통화스와프)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최근의 원화가치 급락에 대해 과도한 위기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나라와 공통으로 절하된 부분과 추가로 절하된 부분을 구별해 논의하지 않으면 과도하게 위기를 걱정할 수 있다”며 “9월 이후 엔화와 위안화가 절하되며 원화가 한국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비해 더 급격하게 절하되는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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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은행,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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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재가 과도한 우려에 선을 긋는 건 대외신인도나 순대외금융자산 규모에 대한 믿음에서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순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부채)은 7441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였던 2008년 말 순대외금융자산은 -703억 달러였다.

이 총재는 “1997년과 2008년의 상황과 다르기 때문에 이번에 미국과 통화스와프 없이 위기를 해결한다면 여러 가지 좋은 교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질 원화가치는 2012년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금융위기 때만큼 저평가되진 않았지만 하락 속도가 문제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59개국 가운데 여섯 번째로 통화가치가 많이 떨어졌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제결제은행(BIS)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올해 8월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은 100.21이다. 2012년 9월 99.71 이후 약 10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실질실효환율은 물가와 교역 비중을 따져 각국 통화가 어느 정도 구매력을 가지는지 나타내는 통계다. 2010년 수치를 100으로 기준 삼아 오르내림을 보여준다. 숫자가 커질수록 실질적 통화가치가 올라갔다는 의미다.

26일 미국 달러당 원화가치는 1431.3원으로 마감하며 금융위기가 한창이었던 2009년 3월 수준으로 추락했다. 그러나 다른 나라와 견줘 구매력까지 따진 실질실효환율로 본다면 2012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아직 ‘위기급’은 아니다.

문제는 하락 속도다. 올 8월 기준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4.99% 내렸다. BIS가 실질실효환율을 집계하는 59개국 통화 중 한국 원화의 하락 속도가 여섯 번째로 빨랐다. 한국보다 통화가치가 더 많이 내린 나라는 일본(-15.8%), 터키(-13.26%), 헝가리(-9.8%), 프랑스(-5.42%), 핀란드(-5.02%) 등 단 5개국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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