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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아시아 외환위기 우려, 원화·바트화 가장 취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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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아시아에 25년 만에 ‘제2의 외환위기’ 불안이 드리우고 있다. 이 지역 경제의 양대 축인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 가치 하락이 계속된다면 자본의 아시아 이탈을 가속화해 1997년 발생한 외환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6일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의 달러 대비 환율을 전 거래일보다 0.0378위안 올린 7.0298위안으로 고시했다.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는 ‘1달러=7위안’ 아래로 위안화 가치가 내려가는 ‘포치(破七)’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2020년 7월 이후 2년2개월 만이다. 엔화 가치도 지난 22일 장중 한때 달러당 145.9엔까지 밀리며 1999년 8월 이후 최저치로 폭락했다. 미국의 강도 높은 통화긴축 정책으로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이는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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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주요국 통화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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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와 엔화 가치 급락세가 계속될 경우 아시아 시장엔 후폭풍이 일 수 있다. 미 자산운용사 BNY멜론에 따르면 위안화는 아시아 통화국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분의 1을 넘는다. 세계에서 셋째로 많이 거래되는 통화인 엔화는 신흥국 통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엔화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꼽은 신흥국 통화 간 상관관계 지수는 지난주 0.9로, 2015년 이후 가장 높다.

이런 상황에서 위안화와 엔화 가치가 동반 하락하면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급격한 자본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 비슈누 바라탄 미즈호은행 수석 경제전략 담당은 “엔화와 위안화의 약화는 아시아 전체 통화시장의 불안을 일으킨다”며 “(아시아는) 이미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수준의 스트레스로 향해 가고 있다. 다음 단계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수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임계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본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통화전략가를 지낸 짐 오닐은 “‘달러당 150엔’ 선이 뚫리면 1997년 외환위기 수준의 혼란이 나타날 수 있다”며 “자본이 아시아에서 대거 이탈하는 트리거(방아쇠)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위안화와 엔화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일본 금융 당국이 지난 22일 24년 만에 외환시장에 직접 매수 개입하며 엔화 가치 방어에 나섰지만 시장은 하락 추세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3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며 달러를 회수하는데 일본은 제로 금리를 유지하며 엔화 공급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에 대응하는 게 급선무다. 이를 위해 인민은행은 지난 8월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7개월 만에 0.05%포인트 인하한 데 이어 추가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블룸버그는 아시아 외환위기에 취약한 곳으로 무역 상황이 좋지 않은 국가들을 꼽았다. 트란 투이 레 맥쿼리캐피털 전략가는 “한국의 원화, 필리핀 페소, 태국 바트 등 경상수지 적자 상태에 있는 국가의 통화가 가장 취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한국의 경상수지는 10억9000만 달러(약 1조5000억원) 흑자였지만, 경상수지의 핵심인 상품수지는 -11억8000만 달러로 2012년 4월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김영환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부장은 “8월 경상수지가 적자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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