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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대우조선 분식, 우리은행 횡령…핵심 조연은 회계법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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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이장우 명예교수(경북대·전 한국경영학회 회장)

이장우 명예교수(경북대·전 한국경영학회 회장)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오스템임플란트·우리은행 횡령 등 대규모 경제 사건의 공통점은 모두 회계법인 부실 평가가 자리했다는 점이다.

연초 역대 최대 규모인 20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우 삼덕회계법인이 2020년, 인덕회계법인이 2021년 외부감사를 맡았다. 두 기간 모두에서 횡령이 발생했지만 회계법인은 눈치채지 못했다.

역대 최대 규모 분식회계가 발생한 대우조선의 경우 감사인인 안진회계법인이 분식 사실을 묵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계법인은 우리은행의 600억원대 횡령 사건에서도 부실 감사 논란에 휩싸여 있다.

안진은 교보생명과 풋옵션(주식을 특정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 분쟁 중인 어피니티컨소시엄에 유리한 가치 평가를 해줬다는 논란도 겪고 있다. 현재 안진 소속 회계사 3명은 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법원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교보생명 풋옵션 평가 과정에서 의뢰인인 어피니티와 부정한 공모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20만원 아래의 교보생명 주식을 41만원으로 높여 고객인 어피니티에 유리한 가치 평가를 해준 혐의다.

최근에는 안진 가치평가에 문제가 없다고 본 한국공인회계사회 판단도 재조명되고 있다. 교보생명은 앞서 두 차례에 걸쳐 회계사회에 안진과 소속 회계사 징계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회계사회는 안진 회계사와 어피니티 관계자 사이에 주고받은 문서가 200건 이상 있었지만 이를 공모행위가 아닌 통상적 업무 협의로 봤다.

최근 법원에선 회계사회 판단을 주도한 한 교수를 상대로 검찰 측 증인 신문이 이뤄졌다. 검찰은 어피니티와 안진이 소송으로 갈 가능성이 큰 점을 고려해 유리한 방법을 선택하자는 이메일 증거자료를 제시하며 조사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그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회계사회의 안진 구제를 놓고 ‘제 식구 감싸기’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닌 대목이다.

대형 회계법인에서 연이어 회계 부정 이슈에 휘말린 것은 가볍게 넘길 사안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엔론 사태의 위험을 떠올린다. 임직원 2만여 명을 거느렸던 엔론은 분식회계 사실이 밝혀지며 파산했다. 엔론의 회계조작에는 감사인까지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고, 글로벌 5대 회계법인 아서앤더슨까지 사라졌다.

회계 부실의 후폭풍은 기업과 투자자, 더 나아가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건물은 다시 지을 수 있지만 신뢰는 쉽게 되찾을 수 없다. 우리도 엔론에서 값진 교훈을 얻어야 한다. 회계업계는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기보다는 어렵게 쌓은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법부와 금융당국 역시 회계 부실을 뿌리 뽑기 위한 강력한 처벌 시행의 고삐를 당겨야 한다.

이장우 명예교수 (경북대·전 한국경영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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