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우즈’에 세계가 반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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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프레지던츠컵 포섬 경기 18번홀에서 버디 퍼트를 성공한 김주형. [AP=연합뉴스]

프레지던츠컵 포섬 경기 18번홀에서 버디 퍼트를 성공한 김주형. [AP=연합뉴스]

한국이 속한 인터내셔널팀이 25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 할로 골프장에서 벌어진 2022 프레지던츠컵 최종일 싱글 매치 12경기에서 5승6패1무승부를 기록했다. 프레지던츠컵은 미국과 인터내셔널(세계 연합)팀의 골프 대항전이다. 인터내셔널은 최종 합계 12.5-17.5로 미국에 졌다. 인터내셔널은 9년 연속 패배하면서 통산 1승12패1무를 기록하게 됐다.

스포츠 스타는 큰 대회에 나갔을 때 참모습을 알 수 있다. 타이거 우즈는 어려운 버디 퍼트를 성공한 후 모자를 집어 던지기도 했다. 이후 그는 캐디에게 물었다. 내 모자가 어디 갔느냐고. 극도의 몰입과 흥분 속에서 자신의 무슨 행동을 했는지도 모른 것이다. 이런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는 무의식 속에서 가장 멋진 우승 세리머니가 나온다.

25일 열린 프레지던츠컵 사흘째 포섬 경기에서 김주형은 이경훈과 함께 스코티 셰플러, 샘 번스를 상대했다. 김주형은 10번 홀에서 약 3m가 넘는 버디 퍼트를 성공한 후 폭발했다.

공이 홀에 들어가기도 전에 버디를 확신하고 캐디에게 공을 가져오라고 했다. 2017년 조던 스피스가 디 오픈에서 우승할 때 그랬다. 극도의 몰입 속에서 퍼트를 성공시켰을 때 아드레날린 분출과 함께 나오는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11번 홀은 더 강렬했다. 이 홀에서 김주형은 이글을 잡았는데 역시 퍼트한 후 공이 홀에 떨어지기도 전에 퍼터를 그린에 던져두고 12번 홀로 이동했다.

이날 오후 열린 포볼 경기에서 김주형은 김시우와 함께 잰더 셰플리-패트릭 캔틀리를 상대했다. 셰플리-캔틀리는 미국의 막강 듀오다.

강렬한 세리머니와 클러치 능력으로 대회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EPA=연합뉴스]

강렬한 세리머니와 클러치 능력으로 대회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EPA=연합뉴스]

김주형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김주형은 1번 홀에서 미국 관중들에게 소리를 더 지르라고 유도했다. 그러자 미국 라이더컵 캡틴을 역임한 폴 에이징거는 “김주형이 나의 최애 선수”라고 말했다.

오전 포섬 경기에서 이글을 잡았던 김주형은 11번 홀에서 20m에 가까운 이글 퍼트를 넣고는 가슴을 두드렸다. 흥분해서 가슴을 두드리는 귀여운 곰돌이처럼 보였다. 또 다른 방송 해설자인 저스틴 레너드는 “어떻게 이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나”라고 했다.

18번 홀 버디가 압권이었다. 김주형은 미국 선수들보다 50~60야드 뒤에서 두 번째 샷을 해야 했다. 약 240야드로 부담스러운 거리였다. 그의 뒤에는 경기를 끝낸 미국의 저스틴 토머스, 조던 스피스, 콜린 모리카와 등이 몰려 있었다. 역시 부담스러운 존재들이다. 김주형은 2번 아이언을 휘둘러 핀 3m 옆에 공을 붙였고, 버디 퍼트를 넣어 승리를 확정했다.

기자회견에서 “미리 세리머니를 준비했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김주형은 “퍼트에 집중했지만, 이 공이 들어가면 어떤 행동을 할까 생각한 것도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그 퍼트를 보면서 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도 그걸 성공시키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다. 넣을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의 클러치 능력과 세리머니는 우즈를 연상케 했다. 김주형은 우즈의 광팬이기도 하다.

프레지던츠컵 포섬 경기 18번홀에서 버디 퍼트를 성공한 뒤, 손에 든 퍼터를 떨구는 김주형. [AP=연합뉴스]

프레지던츠컵 포섬 경기 18번홀에서 버디 퍼트를 성공한 뒤, 손에 든 퍼터를 떨구는 김주형. [AP=연합뉴스]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양용은이 2009년 PGA 챔피언십에서 우즈를 꺾고 이기는 장면에서 영감을 받았느냐, (우즈라는) 골리앗을 쓰러뜨린 일이 (막강한) 미국을 상대하는 인터내셔널 팀에게 영향을 줄 것 같은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김주형은 “우즈의 팬이었기에 양용은이 이기기를 원하지 않았다. 당시 7세에 불과했지만, 양용은의 승리에 실망했다”고 털어놨다. 양용은은 서운하겠지만, 김주형의 어퍼컷처럼 그의 발언도 강렬했다.

인터내셔널 팀의 캡틴인 트레버 이멜만(남아공)은 “지난 7월 디 오픈 대회장에서 김주형이 다가와 ‘프레지던츠컵에서 뛰고 싶다’고 말했다”는 사연을 소개했다. 캐머런 스미스(호주) 등 일부 선수들이 LIV로 빠질 예정이어서 충원이 필요했지만, 김주형은 원래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주형은 집요했고 이멜만은 그에게 전화번호를 줬다. 이후 문자가 여러 번 왔다고 했다. 이멜만은 “김주형을 선발하는 것은 도박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다. 스무살의 어린 선수가 팀의 정신적 리더가 됐다. 김주형은 글로벌 슈퍼스타가 될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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