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하면 학점 인정…최대 1억5000만원 종잣돈도 지원”

중앙일보

입력 2022.09.2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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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대학의 길, 총장이 답하다

이길여 총장은 “판교 테크노밸리와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스타트업 CEO, 인공지능·반도체 전문가 등을 길러내겠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이길여 총장은 “판교 테크노밸리와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스타트업 CEO, 인공지능·반도체 전문가 등을 길러내겠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가천대는 올해 새로운 비전을 발표했다. 학생 성공을 위한 ‘플랫폼 대학’이 되어 5년 내 국내 10대 대학, 10년 내 글로벌 100대 대학이 되겠다는 목표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최근 창업대학을 만들고 본격 운영을 시작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어느 대학도 해본 적 없는 체계적이고 파격적인 학생 창업 지원을 하겠다”는 이길여 총장에게 구체적인 계획을 들어봤다.

창업대학을 만든 이유는 뭔가.
“번득이는 아이디어 하나가 세상을 바꾸는 시대다. 학생들의 창업 열기도 어느 때보다 뜨겁고 대학의 기능도 교육, 연구뿐 아니라 창업이 강조되고 있다. 학생 창업에 대한 지원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학생이 원하는 꿈을 이루게 해주기 위해 파격적인 창업 지원을 결정했다. 일률적인 지원이 아니라 창업대학에서 특화된 커리큘럼과 전문가 멘토링을 통해 재학 중 스타트업을 창업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어떻게 운영하나.
“9월부터 본격 운영을 시작했다. 1단계로 3학기 이상 이수한 학생 중 선발 절차를 거쳐 30명을 선발해서 한 학기 동안 창업에 관한 기본 소양을 가르친다. 이 학생들은 창업 관련 6개 과목을 듣고, 창업활동장학금 100만원, 기업가들의 창업 실무 멘토링 등을 받는다. 1단계를 이수한 학생 중에서 사업화 가능성 평가를 거쳐 2단계 창업활동 프로젝트 대상 15명을 뽑는다. 소수정예로 최대 3학기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창업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우수 팀으로 선정되면 최대 1억5000만원의 종잣돈을 지원한다. 선정되지 않아도 시제품 제작과 멘토링 등의 기회가 있다. 또 3학기 최대 36학점을 ‘창업학’ 전공으로 인정해준다. 학생이 창업을 위해 휴학해야 하는 부담 없이 ‘올인’할 수 있게 해주기 위해서다. 창업지원금은 천양현 코코네 회장이 전액 지원한다. 투자가 있어야 우수한 학생이 모이고, 그중에서 한두개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한게임 재팬, NHN 재팬 대표를 지낸 천양현 회장은 2008년 제2의 창업으로 코코네를 설립했다. 아바타 기반의 콘텐트 기업인 코코네가 성공하면서 천 회장은 일본 땅에서 두 번이나 창업에 성공한 인물이 됐다. 가천대가 학생 창업가를 키우겠다고 하자 천 회장은 한 사람을 추천했다.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였다.

장대익 서울대 교수를 창업대학장으로 영입했다.
“장 교수는 인간 본성을 연구하는 과학철학자인 동시에 온라인 교육플랫폼을 만든 창업가이기도 하다. 창업은 결국 사람 마음을 읽는 데에서 성패가 갈리는데, 장 교수가 적임자라고 봤다. 우리의 비전을 보고 장 교수도 흔쾌히 응했다.”

서울대 교수가 다른 사립대로 자리를 옮기는 일은 매우 드물다. 장 교수는 “가천대의 비전이 처음엔 믿어지지 않아서 나름대로 조사를 해봤더니 지난 10년간 ‘퀀텀 점프’를 한 대학이란 걸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제안 받은 지 2주 만에 결정하고 와보니 대기업에 있다가 유니콘 기업에 온 기분이다. 성장 포텐셜이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창업 환경도 중요한데.
“올해 초 준공한 AI공학관 한 개 층을 창업대학 전용으로 쓴다. 공간조성비용 30억원도 코코네 그룹이 지원한다. 창업 교육은 예전부터 해오고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N-TREE(엔트리)’ 캠프다. 모든 신입생이 조별로 2박 3일간 강화캠퍼스에 가서 창의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뭐든지 만들어보는 경험을 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채용 연계 인턴십을 만들었다는데.
“정부의 ‘소프트웨어 전문인재 양성사업’에 선정돼 9월부터 3년 6개월간 52억5000만원을 지원받고 ‘가천대-카카오엔터프라이즈 SW아카데미’를 개설했다. 카카오가 필요로 하는 소프트웨어 교육을 미리 가르치는 것이다. 매 학기 50~60명씩 총 390명을 모집해 학기중 336시간, 방학 중 320시간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교육생 중 최대 150명은 카카오공동체의 채용 연계형 인턴십 자격을 준다. 소프트웨어 뿐 아니라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과정을 밟고 있다.”
정부에서 반도체 인재 양성을 강조하고 있다.
“기술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반도체 인력 확보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우리는 이를 예견하고 시스템반도체학과를 신설하고 반도체설계(팹리스) 전문인재 양성과정도 신설했다. 팹리스 과정은 지난 5월부터 교육을 시작했는데, 8개월간 시스템반도체 전문 교육을 하고 연계된 반도체 기업에 취직, 투입하는 방식이다. 이와 별도로 4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팹리스 아카데미’도 운영한다. 주당 9시간 수업을 받고 방학에는 업체에서 현장실습도 하면서 경험을 쌓을 수 있다.”
변화 속도가 빠른 대학이란 인상이다.
“20여년간 혁신과 도전을 거듭해왔다. 예전에는 주목받지 못하는 대학이었지만, 지금은 20위권에 진입했고 빠르게 성장한 대학으로 기대를 받으며 10위권 진입에 도전하고 있다. 학생이 성공하는 대학을 만들겠다는 일념뿐이다. 이제는 구성원의 자부심도 높다. 사활을 거는 심정으로 낡은 제도는 털고 새로운 것을 찾고 변화를 시도한 결과다.”

이길여 총장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퀸즈 종합병원(Queen’s Hospital)에서 레지던트 수료, 일본대 의학부에서 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가천대 길병원, 가천문화재단, 가천박물관 설립자로 가천길재단 회장을 맡고 있다. 국민훈장 무궁화장과 과학기술훈장 창조장(1등급)을 받았으며, ‘국제라이온스 인도주의상’을 수상했다. 뉴스위크 ‘2012 세계를 움직이는 여성 150인’에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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