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잃은 부모가 무슨 할 말이 있어요…”
26일 대전시 유성구 현대 아울렛 지하에서 발생한 화마(火魔)로 30대 아들 A씨를 급작스레 떠나보낸 아버지는 힘겹게 이 말만을 남겼다. 이날 오후 대전 충남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A씨 빈소에선 무거운 적막이 흘렀다.
현대 아울렛 방재실에서 근무하며 소방시설 등을 관리하던 A씨는 이날 야간근무를 마치고 퇴근하기 전 화를 당했다. A씨 가족은 마음을 채 추스르지 못한 듯 빈소 한쪽에서 멍하니 허공을 바라봤다. 그는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말을 하기 힘들다”며 연신 눈물을 삼켰다.
서둘러 빈소를 찾은 친척은 “(A씨가) 1년 전쯤 자격증을 따서 지금 근무하는 데로 직장을 옮겼다”며 “뭐든 열심히 하는 친구였고, (무언가) 하나 시작하면 최선을 다했다. 아들과도 같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다만 사고가 나게 된 원인과 당시 근무 환경에 대해선 “어떠한 계기로 사고가 난 건지 밝혀져야 할 것이다”며 “(사고 당시) 탈출할 수 없었던 환경이었는지 가장 궁금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망자 2명의 빈소가 차려진 대전 유성선병원에서도 유족들의 흐느낌과 울음소리가 연신 흘러나왔다. 이날 사고로 숨진 30대 남성 B씨의 부친은 오후 10시쯤 기자와 만나 “자랑스러운 아들, 하나뿐인 아들이었다”며 “하루아침에 죽어서 아비 앞에 나타나니 황당하다. 너무 황당하다”며 토로했다.
탈의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50대 C씨의 유족은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에 빈소를 차렸다. C씨가 일했던 업체 관계자들이 빈소를 찾아오자 유족은 “상황이 어떻게 된 거냐”며 언성을 높였다.
C씨의 15년 지기라고 하는 박모(66)씨도 갑작스러운 비보에 서둘러 장례식장을 찾았다고 했다. 박씨는 “C씨와 함께 성당을 다녔다. 저번 주일에도 만나서 얘기도 나누고 그랬다”며 “C씨는 성당에서 힘든 일, 어려운 일을 다 맡아 하던 참 착한 분이었다”고 슬퍼했다.
화재로 숨진 7명 중 일부는 장례식장으로 각각 옮겨졌으나 아직 빈소를 차리지 못했다. 장례식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경찰 검시 등 절차가 진행되고 있거나 유족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어 아직 빈소를 차리지 못하는 중이라고 한다.
경찰은 27일 오전 10시부터 소방당국 및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함께 사고 현장에서 정밀 감식할 예정이다. 또한 유족과 피해자 등에게 전담 경찰관을 보내 심리상담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