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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경찰이 “증거불충분” 판단한 네이버·차병원 압수수색…“사실상 성남FC 의혹 재수사”

중앙일보

입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검찰이 26일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네이버 본사와 분당 차병원 등 10여 곳을 26일 압수수색했다. 기업들이 ‘성남FC’에 낸 후원금이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한 청탁의 대가(뇌물)라는 의혹과 관련해서다.

 지난 13일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성남FC에 수십억원대 후원금을 낸 6개 기업중 두산건설이 낸 후원금만 ‘분당두산타워’ 부지 용도 변경 청탁의 대가라고 보고 이 대표 등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네이버와 차병원 등에 대해선 대가성 입증을 위한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날 압수수색은 검찰이 이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는 의미다.

검찰, 성남FC 후원금 수사 확대…네이버·차병원 등 압색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유민종 부장검사)의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는 네이버 본사와 차병원 사무실 외에 네이버의 후원금을 받은 ‘희망살림’이 설립한 취약계층 빚 탕감 운동을 위해 설립한 주빌리은행(서울 성동구 소재)과, 주빌리은행과 ‘빚 탕감 프로젝트’를 함께 한 성남금융복지상담센터(성남 중원구)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성남FC 구단 사무실 모습.뉴시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성남FC 구단 사무실 모습.뉴시스

네이버, 희망살림 통해 우회 지원…차병원, 용도변경 특혜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인 2013년 10월 통일교 기업 일화로부터 성남FC를 인수했다. 성남FC는 이 대표의 시장 연임에 성공해 구단주를 겸할 당시인 2014~2017년 지역에 연고를 둔 기업 6곳에서 후원금과 광고비 명목으로 178억원을 거둬들였다. 네이버는 공익 사단법인 ‘희망살림’을 통해 성남FC를 우회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네이버는 같은 기간 서민들의 빚 부담 경감을 목표로 설립된 ‘희망살림’에 40억원을 기부했다. 희망살림은 2015년 19억원, 2016년 20억원을 성남FC에 광고비로 후원해 2년간 메인 스폰서 자격을 따냈다. 당시 지역 정가에선 “왜 네이버가 다른 기관의 광고비를 대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26일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모습.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유민종 부장검사)는 26일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네이버, 차병원 관련 사무실 10여 곳을 압수수색 중이다. 연합뉴스

26일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모습.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유민종 부장검사)는 26일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네이버, 차병원 관련 사무실 10여 곳을 압수수색 중이다. 연합뉴스

 당시 희망살림의 공동대표 중 하나가 이 대표의 측근인 이헌욱 변호사였다. 그는 2016~2017년 성남FC 감사를 지냈고, 이 대표가 경기지사에 당선된 이후엔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으로 일했다. 이 대표는 희망살림이 설립한 주빌리은행 공동은행장도 맡았었다. 역시 친이재명계 인사로 분류되는 제윤경 전 경기도일자리재단 대표이사도 희망살림과 주빌리은행의 상임이사 출신이다. 성남시 2014년 10월 주빌리은행과 손잡고 ‘빚 탕감 프로젝트’를 운영했고 성남 지역 시민단체인 성남금융복지상담센터가 그 창구역할을 맡았다.

 차병원은 2015년 성남FC에 33억원의 광고비를 냈다. 이후 용도변경 등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차병원그룹은 2009년 5월 당시 이대엽 성남시장과 옛 분당경찰서 부지를 의료복합단지로 용도변경하고 바로 옆 분당보건소 부지를 차병원그룹에 매각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당시 민주당 부대변인이었던 이 대표는 “차병원에 대한 특혜”라며 반대했고 2010년 시장 당선 후에는 MOU 백지화를 선언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26일 이 대표가 공동은행장을 맡았던 주빌리은행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 주빌리은행 본점 모습.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유민종)는 이날 오전부터 네이버 본사와 차병원 사무실, 주빌리은행 본점 등 10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26일 이 대표가 공동은행장을 맡았던 주빌리은행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 주빌리은행 본점 모습.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유민종)는 이날 오전부터 네이버 본사와 차병원 사무실, 주빌리은행 본점 등 10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뉴스1

 그러던 그는 성남시장에 2013년과 2015년 차병원과 줄기세포 의료시설(클러스터) 유치·건립 협약식을 여는 등 입장을 선회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에서 퇴임하기 직전이던 2018년 2월 야탑동에 있는 분당차병원(현재 250%)과 분당경찰서 부지(200%)의 기준용적률을 각각 460%로 상향하는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결정했다. 그러면서 시에 기부채납하는 비율은 법정 최저치인 10%로 정했다.

 검찰은 경찰이 ‘증거불충분’으로 판단한 이들의 성남FC 후원 경위 역시 두산건설과 다를 바 없다고 의심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두산건설이 2015년~2018년 성남FC에 낸 56억3000만원의 광고비와 후원금이 2015년 7월 두산그룹의 분당구 정자동 병원 부지 3000여평을 상업용지로 용도를 변경해 준 것의 대가로 보고 이 대표 등에게 제3자 뇌물제공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넘겼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는 기소를 위한 보완 수사에 그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지난 16일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두산건설과 성남FC, 성남시청 등 20여 곳을 추가로 압수수색했고 그 대상엔 이 대표의 ‘복심’인 정진상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의 자택도 포함됐다. 검찰은 지난 24일에 전 성남FC 대표 곽선우 변호사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곽 변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이재명 시장이 정실장에게 전권을 맡겼으니 정실장과 논의하라고 해서 정실장이 사실상 구단주라고 생각했다”며 “정실장은 모든 경기를 다 참관하고 구단 워크숍에도 모두 참여했으며 인사채용에도 관여했다”고 말했다. 이어 곽 변호사는 “경찰 조사 단계에선 소환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이유는 모른다”고 덧붙였다. 지역 법조계 인사는 “검찰이 사실상 전면적인 재수사에 돌입한 것”이라며 “네이버나 차병원 관계자들의 진술 변화 여부에 따라 기소 범위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성남FC 후원금 관련 의혹에 대해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자신의 페이스북 등에 “‘용도변경 조건으로 광고비를 받았다’고 가정해도 이재명 개인 아닌 성남시민이익(공익)이 되니 이론적으로 뇌물(사익추구)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럴수록 불의는 커지고, 바라보는 국민의 분노는 더욱 뜨거워질 것”이라며 “욕설 외교, 굴욕 외교로 쏠린 국민 관심을 야당 수사로 돌리고자 하는 윤석열 대통령·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저급한 국면전환 전략에 국민들은 속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최근 사건을 총괄하는 수원지검 2차장 검사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가까운 김영일 전 평택지청장으로 교체된 것을 거론하며 “한 장관이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수사를 지휘하는 담당 검사를 돌연 교체한 직후 수사가 확대됐다”며 “김 검사는 과거 1조원대 다단계 사기로 '제2의 조희팔' 사건으로 불린 IDS홀딩스 사건에서 구속 중인 주범에게 수십 차례 편의를 제공해 논란이 된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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