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푸틴 핵 위협에 경고 높인 美 "단호 대응…러에 재앙적 결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 위협 발언에 대한 서방의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어느 때보다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상황이라는 진단 속에 미국은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을 통해 예비군 부분 동원령을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을 통해 예비군 부분 동원령을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美 "러, 선 넘으면 재앙"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5일(현지시간) NBC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러시아가 선을 넘으면(핵을 사용하면) 러시아에 재앙적인 결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미국은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비공식 채널을 통해 그것(단호한 대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러시아 측에) 자세히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설리번 보좌관은 같은 날 CBS를 통해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우린 직접적이고, 비공개로 러시아 측과 고위급에서 소통해 만약 핵무기를 사용하면 러시아는 재앙적인 결과에 직면할 것이고, 미국과 동맹들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며 "그것이 무엇을 수반할지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이어 영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우크라이나의 노력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21일 푸틴의 핵 위협과 관련 "만약 우리가 (미국의 전략 태세를) 바꿔야 한다면 변경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번 설리번 보좌관의 발언은 이보다 분명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P=연합뉴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P=연합뉴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21일 우크라이나 전장에 보낼 예비군 30만 명 동원령을 발표하는 한편, 유사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ABC에 따르면 설리번 보좌관은 "푸틴 대통령이 예비군 30만 명 동원령을 내리고, 우크라이나 점령지에 대한 합병 주민투표를 했다"며 "이는 러시아의 힘이나 자신감의 징후가 아닌, 정반대다. 러시아와 푸틴이 형편없이 싸우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내부 상황에 대해선 "푸틴의 국가 통제로 인해 외부에서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면서도 "푸틴이 수십만 명의 젊은이를 불러들이려 했던 것을 밀어내는 것은 궁극적으로 러시아 국민들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CBS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푸틴의) 핵전쟁 위협에 대해 크렘렌궁과 소통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모스크바가 그(핵전쟁) 결과가 끔찍할 것이란 점을 우리로부터 전해 듣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경고했다.

또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의 핵 위협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할진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미 행정부가 러시아의 위협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FT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는 전술 핵무기 사용"  

전쟁 당사자인 우크라이나 측은 푸틴의 핵 위협에 대한 세계적 경각심을 요청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25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의 핵 위협에 "이전까진 허세였을지 몰라도, 이제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푸틴)는 전 세계를 겁주고 싶어한다. 이것이 그의 핵 협박 첫 단계"라며 "나는 그가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계가 (그의) 핵 위협을 저지하고 억제할 수 있도록 계속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F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푸틴 대통령과 여러 차례 통화한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은 26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푸틴은 올 인(all in)했다"며 "그가 패배를 받아들일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조셉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는 지난 24일 "푸틴 대통령의 핵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러시아군이 궁지에 몰렸기 때문에 확실히 위험한 순간"이라고 진단했다.

푸틴 대통령과 여러 차례 만난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도 지난 21일 "그의 핵무기 위협이 엄포라고 보지 않는다"며 푸틴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주 4개 지역을 러시아에 합병하려는 것은 러시아가 "자국 영토 보호"란 핵 사용의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은 25일 "서방의 관리들과 분석가들은 푸틴이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는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저지하기 위해 전장에서 전술 핵무기를 시험하거나 사용하는 것일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가짜 위협"..."아직 러 핵 전략 변화 없어" 분석도  

반면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는 25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의 무력 과시와 가짜 위협에 귀 기울여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계속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 AFP=연합뉴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 AFP=연합뉴스

FT에 따르면 이날 익명을 요구한 5명의 서방 관리는 "크렘린궁의 공식적인 핵 전략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푸틴의 핵 위협이 실제로 일어날 것 같지 않다"고 진단했다.

또 매체는 전문가를 인용해 핵무기 배치는 복잡하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서방이 정보 위성 등을 통해 이를 포착하고, 실제로 무기를 사용하는 수준에 도달하기 전에 경고 등 대응할 수 있다고 전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핵 정책 프로그램의 공동 책임자 제임스 액톤은 "푸틴은 핵무기를 실제로 사용하기보단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핵 위협을 이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