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류 최대 우주망원경 제임스웹 3개월, 우주 비밀 열리기 시작했다

중앙일보

입력

[최준호의 사이언스&] 제임스웹이 포착한 행성과 별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근적외선 카메라에 포착된 해왕성 이미지. 왼쪽 위로 태양계 행성의 위성 중 가장 크다는 트리톤이 회절 스파이크 형태로 빛을 내고 있다. [사진 NASA]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근적외선 카메라에 포착된 해왕성 이미지. 왼쪽 위로 태양계 행성의 위성 중 가장 크다는 트리톤이 회절 스파이크 형태로 빛을 내고 있다. [사진 NASA]

근적외선으로 들여다본 태양계 마지막 행성 해왕성 

반투명 유리구슬이 빛을 발한다면 이런 모습일까. 칠흑의 우주에 떠있는 천체 하나가 마치 영혼의 흔적인 듯 영롱한 흰색 빛을 내뿜는다.  둘레엔 두 줄 고리가 선명하다. 그 너머엔 태양계 행성의 위성 중 가장 크다는 트리톤이 여덟갈래 푸른색 ‘회절 스파이크’모습으로 등장한다. 나머지 15개의 위성 중 6개도 조그만 흰 점의 모습으로 떠 있다. 마치 손으로 정교하게 그려낸 듯한 이 천체의 정체는 넵튠(Neptune), 즉 해왕성이다. 지난해 12월25일, 크리스마스에 지구를 떠나 150만㎞ 떨어진 라그랑주 포인트 L2지점에 정착한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이 근적외석 카메라(NIRCam)로 찍어 지구로 보내온 사진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22일(한국시간) 해왕성 사진을 공개하면서 “웹이 수십 년 만에 해왕성의 고리를 가장 선명하게 포착했을 뿐 아니라 이 거대 얼음행성을 완전히 새로운 관점으로 잡아냈다”고 평가했다.

태양계의 마지막 행성, 지구~태양 간 거리의 약 30배 거리(태양에서 약 45억㎞)로 떨어져 있는 해왕성의 모습이 자세히 찍힌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89년 보이저 2호가 해왕성을 근접비행하면서 메탄으로 뒤덮여 온통 푸른색으로 빛나는 모습을 고화질로 찍어 보내왔다. 둘의 차이라면 보이저 2호에 달린 카메라는 광학, 즉 가시광선으로 해왕성을 관측했다면, 제임스웹은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을 이용했다는 점이다. 적외선은 파장이 더 길어 행성의 고리처럼 어두운 물체에 대해 더 선명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처음으로 찍은 외계행성의 이미지. 지난달 22일 NASA가 공개했다. 근적외선과 중적외선의 파장대별로 다른 HIP 65426 b의 모습을 담아냈다. [사진 NASA]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처음으로 찍은 외계행성의 이미지. 지난달 22일 NASA가 공개했다. 근적외선과 중적외선의 파장대별로 다른 HIP 65426 b의 모습을 담아냈다. [사진 NASA]

385광년 너머 외계행성 직접 포착한 제임스웹 

인류 최대 적외선 우주망원경인 제임스웹이 우주의 비밀 보따리를 하나씩 풀어내고 있다. 천문학자를 비롯한 과학자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제임스웹이 사진을 보내올 때마다 경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첫 공개한 사진부터 충격이었다. 지구에서 46억 광년 떨어진 은하단 SMACS 0723을 중심으로 130억 광년 떨어진 초기 우주 은하들이 함께 나타났다. 12시간 반의 노출이었지만, 허블 우주망원경이 수개월을 다중 노출해 찍은‘울트라딥필드’사진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 1일에는 첫 번째 외계행성의 이미지를 공개했다. ‘HIP 65426b’으로 불리는 이 행성은 지구에서는 빛의 속도로 385년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먼 우주에 있다. 목성보다 12배나 크지만, 태어난지는 1000만~2000만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아기 행성’이다. 행성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한다. 태양처럼 빛을 내는 항성(별)의 빛을 반사할 때야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태양계 밖의 외계행성의 경우 지금까지 항성의 앞을 가리며 돌아나갈 때 항성의 빛이 변화하는 것을 포착하는 방식으로 그 존재를 파악했다. 하지만 초고성능의 적외선 우주망원경인 제임스웹은 달랐다. 코로나그래프라는 장비를 이용해 항성의 빛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항성보다 1만배나 어두운 외계행성을 찍을 수 있었다. 제임스웹은 지난달 26일에는 지구에서 약 700광년 떨어진 WASP-39b 라는 외계행성에서 이산화탄소를 발견했다. WASP-39b 행성이 항성 앞을 지나갈 때 망원경에 장착된 분광기가 행성의 대기를 통과하는 항성의 빛을 찍는 방법이었다. 이 때 통과된 빛은 대기의 성분에 따라 제임스웹의 분광기에 여러가지로 다르게 포착된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근적외선과 중적외선 카메라로 포착한 카트휠 은하와 주변 은하들. [사진 NASA]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근적외선과 중적외선 카메라로 포착한 카트휠 은하와 주변 은하들. [사진 NASA]

'생명체 사는 외계행성을 찾아라' 

임명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제임스웹이 대기 구성성분에서 산소나 메탄 성분을 대량으로 발견되면 인류는 처음으로 생명체가 살고 있는 외계행성을 발견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1934~1996)은 지구 외 또 다른 행성에 지적 생명체가 존재하고 있고 인류는 멀지 않은 미래 그 외계 생명체와 만날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바 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이외에도 지난 3개월간 오로라가 빛나는 목성의 모습, 별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타란툴라 성운, 독특한 수레바퀴 모양의 카트휠 은하, 별들의 요람이라 불리는 용골자리 대성운 등 기존 우주망원경으로는 찍을 수 없거나,  관측할 수 있다 하더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먼 천체의 모습을 선명하게 찍어 전송해왔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앞으로 또 어떤 천체의 모습을 보내올까.  NASA에 따르면 제임스웹이 풀어줄 우주 비밀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지금까지 우주천문학은 은하가 형성되기 시작한 우주 역사의 시대를 아직 관찰하지 못했다. 은하의 중심에 있다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생겨난 이유도 알지 못한다.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암흑물질이나 암흑에너지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이 모두가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풀어줄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다.

NASA가 지난 9월 6일 공개한 타란툴라 성운.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근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했다. [사진 NASA]

NASA가 지난 9월 6일 공개한 타란툴라 성운.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근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했다. [사진 NASA]

양성철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올해 말까지 제임스웹이 보여줄 천체는 NASA가 지난해말까지 전세계 과학자들로부터 받은 연구계획서 중 엄선한 것”이라며“올해는 제임스웹의 뛰어난 성능을 보여줄 수 있는 대중적 연구주제가 주로 채택됐다”고 말했다. 그는 “제임스웹의 성능에 걸맞는 심도있는 연구주제는 올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관측되고 실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회절(回折ㆍdiffraction) 스파이크

천체를 찍을 때 밝은 광원에서 뻗어나오는 여러 갈래의 뾰족한 선(線) 모습을 말한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찍은 사진에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6각형의 18개 거울로 이뤄진 특이한 구조의 거울이 빛의 왜곡(회절) 현상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스파이크는 광원이 아주 밝아서 천체망원경의 단일 지점으로 빛이 모이는 경우에 생겨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