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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에 빠진 여성 구한뒤 떠난 영웅…그는 '맥주병'이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2일 오후 1시 45분쯤 중구 안영동 뿌리공원 주차장에 있던 흰색 승용차가 후진해 2.5m 수심의 유등천으로 추락했다. 운전자 40대 여성 A씨를 구하기 위해 하천으로 뛰어들었던 60대 남성 B씨가 A씨 구조 후 러닝셔츠와 짧은 하의만 입은 채로 서 있다. 사진 MBC '엠빅뉴스' 유튜브

22일 오후 1시 45분쯤 중구 안영동 뿌리공원 주차장에 있던 흰색 승용차가 후진해 2.5m 수심의 유등천으로 추락했다. 운전자 40대 여성 A씨를 구하기 위해 하천으로 뛰어들었던 60대 남성 B씨가 A씨 구조 후 러닝셔츠와 짧은 하의만 입은 채로 서 있다. 사진 MBC '엠빅뉴스' 유튜브

차와 함께 하천에 빠진 여성 운전자를 구하고도 자신의 인적사항을 남기지 않은 채 홀연히 자리를 떠난 남성이 사실은 수영을 잘하지 못하면서도 생명을 구하기 위해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22일 오후 1시 45분쯤 중구 안영동 뿌리공원 주차장에 있던 흰색 승용차 1대가 후진해 2.5m 수심의 유등천으로 추락했다.

MBC에 따르면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에는 하천 앞 주차장에서 후진하던 40대 운전자 A씨의 차는 갑자기 뒤로 후진하더니 주차 고임목을 넘어 안전펜스를 뚫고 하천으로 떨어진 모습이 담겼다. 주차 연습 중이던 A씨는 당시 후진기어를 넣은 상태인 것을 깜빡하고 가속 페달을 밟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겨우 차량에서 빠져나와 차체를 붙잡고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차량이 점점 대각선 방향으로 가라앉고 있어서 자칫하면 심정지가 와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22일 오후 1시 45분쯤 중구 안영동 뿌리공원 주차장에 있던 흰색 승용차가 후진해 2.5m 수심의 유등천으로 추락했다. 운전자 40대 여성 A씨가 기울어진 차체를 붙잡고 있다. 사진 MBC '엠빅뉴스' 유튜브

22일 오후 1시 45분쯤 중구 안영동 뿌리공원 주차장에 있던 흰색 승용차가 후진해 2.5m 수심의 유등천으로 추락했다. 운전자 40대 여성 A씨가 기울어진 차체를 붙잡고 있다. 사진 MBC '엠빅뉴스' 유튜브

지켜보던 시민들이 어쩔 줄 몰라 하며 당황하는 사이, 지켜보던 60대 시민 B씨가 하천 아래로 내려갔다. B씨는 먼저 A씨를 향해 구명환을 던진 뒤, 상의를 벗고 수영을 해서 A씨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사고 발생 8분 만에 A씨를 구조했다.

A씨는 얼굴이 창백해지고 많이 당황한 모습이었지만 구급차로 안전히 이송됐다. A씨가 구급대원들에게 인계된 것을 확인한 B씨는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B씨는 러닝셔츠와 짧은 하의만 입고 가쁜 숨을 몰아쉬는 모습이었다.

대전서부소방서 관계자는 “물에 빠진 채로 오래되면 골든타임이 지나 심정지가 올 수도 있는데, (B씨 덕분에) 빨리 구조돼서 호흡도 안정됐고 기도도 확보돼 있었다”고 밝혔다.

B씨는 “평소에 수영을 원래 잘하셨냐”는 구급대원의 질문에 “잘하지는 못한다. 그런데 사람이 물에 있으니 뛰어들었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B씨는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다는 요청을 극구 거절하고 자신의 차를 타고 홀연히 떠났다. 대전소방본부는 A씨를 구조한 B씨와 그를 도운 30대 남성을 찾아 비공개 표창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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