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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색칠하는 대신 물감 붓고 흘려 예술적 작품 뽑아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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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소중 친구들이 붓을 잡았을 때 항상 ‘금손’이 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 손을 탓하는 대신 물감을 붓고 흘려 ‘우연’으로 인한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이래나(왼쪽) 학생모델·김도경 학생기자가 플루이드 아트에 대해 알아보고, 아크릴 물감을 캔버스에 붓고 흘려 아크릴 플루이드 작품을 만들었다.

이래나(왼쪽) 학생모델·김도경 학생기자가 플루이드 아트에 대해 알아보고, 아크릴 물감을 캔버스에 붓고 흘려 아크릴 플루이드 작품을 만들었다.

‘유동적인’ ‘유동체’라는 뜻을 가진 플루이드(fluid) 아트는 붓질할 필요 없이 바탕에 흐를 수 있는 액체 재료를 붓고 떨어뜨려 작품을 만드는 미술 방식입니다. 플루이드 아트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김도경 학생기자와 이래나 학생모델이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예술마을에 있는 HEY!LEE(헤이리)아트크래프트스튜디오를 찾았어요. 한국아트크래프트협회 부회장이면서 이곳을 운영하는 이지연 대표가 반갑게 맞이했죠.

“1930년대 멕시코 3대 벽화가 중 한 명인 다비드 알파로 시케이로스가 그 당시 화가들이 사용했던 물감 대신 에나멜 페인트, 페인트 스프레이, 에어브러시, 스프레이 등 현대적 장치를 사용해 예상치 못한 모양과 질감을 만들어 자신만의 독특한 미술 기법을 구사한 것이 플루이드 아트의 기원이라고 해요. 재료로는 아크릴 물감, 레진(수지)을 많이 쓰고 그 외에도 흘림이 가능한 다양한 재료를 사용할 수 있죠. 누구나 쉽게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바탕에 재료를 붓는 작업이어서 일반 그림보다 재료 비용이 더 들 수 있고 마를 때까지 긴 시간이 소요됩니다.”

플루이드 아트는 아크릴 물감, 레진 등 흘림이 가능한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누구나 쉽게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플루이드 아트는 아크릴 물감, 레진 등 흘림이 가능한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누구나 쉽게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플루이드 아트를 검색하면 ‘마블 플루이드 아트’ ‘마블+플루이드 아트’라고 나오기도 해요. 이 대표는 “플루이드 아트가 정식 명칭”이라고 설명했죠. “5~6년 전부터 혼자 작업하다가 수업 문의를 많이 받았어요. 당시 해외에선 플루이드 아트가 잘 알려졌지만 국내에선 관련 자료조차 찾기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2019년에 ‘마블+플루이드 아트’ 브랜드와 문화체육관광부 민간자격 등록을 하고 국내 최초로 전문적인 플루이드 아트 교육 프로그램을 열었어요. SNS 등에 해시태그로 브랜드를 홍보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마블 플루이드 아트’를 혼용하기 시작했죠. 정확한 명칭을 혼동하시는 분이 많아 ‘마블 플루이드 아트’는 브랜드 이름이라는 걸 제대로 알리려고 해요. 층이나 무늬를 말할 때 쓰는 ‘마블(Marble)’을 브랜드 이름에 넣은 건, 이 단어가 사람들에게 친숙하고 플루이드 아트는 흐를 수 있는 재료로 무늬를 만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어요. 이를 통해 쉽게 플루이드 아트를 떠올릴 수 있도록 하려고 했죠."

“플루이드 아트의 종류와 기법이 궁금해요.” 도경 학생기자가 질문했죠. “크게 아크릴과 레진 플루이드로 나눌 수 있어요. 아크릴 플루이드는 불투명한 채색감, 레진 플루이드는 투명한 채색감이 특징이죠. 둘의 큰 차이점은 재료입니다. 아크릴 플루이드는 아크릴 물감과 아크릴 물감의 점도를 낮춰 잘 흐르고 마른 뒤 색을 선명하게 해주는 미디엄(플루이드 미디엄·푸어링 미디엄 등)이 필요해요. 레진 플루이드는 수지를 굳혀 작품을 완성하는데요. 레진과 색을 내는 조색제, 레진을 굳게 하는 주제·경화제가 필요하죠. 레진은 제품에 따라 주제와 경화제를 넣는 비율이 다 다르기 때문에 설명서를 꼭 확인해야 해요.” 공방을 둘러본 래나 학생모델은 자연 소재 작품이 많은 점을 궁금해했죠. “플루이드 아트에 사용하는 레진은 합성수지(플라스틱) 재료예요. 플라스틱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하지만 지구를 아프게 하잖아요. 서로 공존해서 잘 살아가고 싶은 마음에 자연을 작품에 담았죠.”

레진을 사용해 파도가 치는 바닷가를 표현한 레진 플루이드 작품.

레진을 사용해 파도가 치는 바닷가를 표현한 레진 플루이드 작품.

기법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이 대표는 그중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네 가지 기법을 소개했죠. ‘푸어링’은 캔버스 위에 유동성 있는 액체를 직접 부은 뒤 캔버스를 움직여 모양을 조절해요. ‘플립 컵’은 종이컵 안에 액체를 차곡차곡 쌓고 캔버스 위에 컵을 엎어 놓은 뒤 컵을 들어 올려 액체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게 하죠. ‘트리링’은 종이컵 안에 액체를 쌓아 캔버스에 나무의 나이테 모양으로 원형을 그리며 붓는 기법이고, ‘스와이프’는 캔버스에 액체를 직접 부은 뒤 물티슈나 키친타월로 쓸어 모양을 만듭니다. “플루이드 아트를 할 때는 화학재료에 알레르기 반응이 생길 수 있으니 장갑을 꼭 끼고 환기도 잘 시켜야 해요. 옷 등에 묻지 않도록 주의하고요.”

플루이드 아트가 처음인 소중 학생기자단은 초보자가 쉽게 할 수 있는 플립 컵 기법으로 아크릴 플루이드에 도전했습니다. 네 가지 색 아크릴 물감, 작은 캔버스, 미디엄, 실리콘 오일, 종이컵, 저울, 가위, 마스킹 테이프, 압정, 토치, 나무 스틱 등이 준비됐죠. 캔버스 뒷면 모서리에 맞춰 마스킹 테이프를 붙이고, 압정을 네 모서리 안쪽에 높낮이를 맞춰 깊이 꽂아요. “마스킹 테이프와 압정을 사용하는 이유는 캔버스 뒷면에 재료가 묻지 않기 위해서죠. 특히 부은 재료를 이동시킬 때 캔버스를 만지지 않고 압정을 잡아 움직이면 손에 재료가 잘 묻지 않아요. 작품이 마른 뒤 테이프와 압정 모두 떼어내죠.”

아크릴 플루이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사용할 색의 물감과 미디엄 등 재료를 준비하는 김도경(왼쪽) 학생기자·이래나 학생모델.

아크릴 플루이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사용할 색의 물감과 미디엄 등 재료를 준비하는 김도경(왼쪽) 학생기자·이래나 학생모델.

다음으로 장갑을 끼고 저울을 이용해 아크릴 물감과 미디엄을 1:10 비율로 맞춰 넣어요. 네 가지 색에 맞춰 4개의 종이컵에 각각 미디엄 30g씩 넣습니다. 기본이 되는 흰색과 본인이 원하는 색 세 가지를 골라 각각의 종이컵에 3g씩 부어요. 도경 학생기자는 노란색·하늘색·초록색, 래나 학생모델은 하늘색·파란색·남색을 골랐죠. 물감을 넣고 나무 스틱으로 종이컵 바닥과 옆을 싹싹 긁어주며 잘 섞습니다. 그래야 기포가 덜 생기고 색이 또렷하게 나와요. 래나 학생기자가 “계량을 잘못하면 어떻게 되나요?”라고 질문했죠. “약간의 오차는 괜찮아요. 하지만 색마다 비율을 잘 맞춰야 부었을 때 흐르는 정도가 같아 원하는 모양을 잘 잡을 수 있죠.”

“물감과 미디엄을 잘 섞은 후 실리콘 오일을 한두 방울 넣을 거예요. 실리콘 오일은 세포(Cell) 모양의 무늬가 자연적으로 생기게 해주죠. 시중에서 판매하는 실리콘 오일은 다 사용 가능한데, 식용유·참기름 등 식용 오일은 재료를 굳지 않게 하고 부패할 수 있으니 사용하지 않는 게 좋아요. 나중에 재료를 부으면 세포 모양과 함께 기포가 생겨 이물질이 묻은 것처럼 보이는데, 토치로 살짝 열을 가해주면 기포가 터져요. 만약 세포 모양을 싫어하거나 환공포증이 있다면 실리콘 오일을 넣지 않아도 돼요.”

캔버스를 기울여 액체를 잘 퍼트려주는 스트레치 작업을 통해 색의 위치와 무늬의 크기를 조절한다.

캔버스를 기울여 액체를 잘 퍼트려주는 스트레치 작업을 통해 색의 위치와 무늬의 크기를 조절한다.

이제 빈 종이컵을 하나 더 준비해 4가지 색을 조금씩 넣어 3분의 2를 채울 거예요. 맨 마지막에 넣은 컬러가 캔버스에 먼저 깔리고, 맨 처음 넣은 컬러가 나머지 재료 위를 덮게 된다는 점에 주의하며 색을 쌓으면 돼요. 흰색이 중간중간 들어가면 색의 경계를 만들어줘 작품이 더 선명하게 보일 수 있어요. “캔버스로 종이컵 윗면을 덮고, 종이컵 바닥을 살짝 누르며 뒤집은 후 핀으로 바닥에 구멍을 뚫어요. 공기가 들어가게 해서 내용물이 잘 빠져나오기 위함이죠. 종이컵에 물감을 3분의 2만 채우는 이유가 공기 때문이에요. 재료가 내려오면 종이컵을 열어요.”

두 사람이 각자 종이컵을 들자 내용물이 캔버스 위에 퍼졌어요. “와! 예쁘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죠. 이어서 내용물을 캔버스 전체로 잘 퍼트려주는 ‘스트레치’ 작업을 합니다. 두 손으로 캔버스 뒷면에 꽂은 압정을 들고, 좌우로 캔버스를 기울여줘요. 기울이는 횟수가 많을수록 물감이 퍼져 세포 모양도 커지죠. 모서리를 깔끔하게 처리하기 위해 엄지와 검지로 꼬집어주듯이 쓸어주면 돼요. 전체적으로 내용물을 잘 펴주고 말리면 완성이죠.

플루이드 아트는 재료의 비율을 잘 맞춰야 흐르는 정도가 같아 원하는 모양을 잘 잡을 수 있어 계량이 중요하다.

플루이드 아트는 재료의 비율을 잘 맞춰야 흐르는 정도가 같아 원하는 모양을 잘 잡을 수 있어 계량이 중요하다.

감을 잡은 소중 학생기자단이 큰 캔버스로도 아크릴 플루이드를 해봤습니다. 색만 바꿔 다시 한번 플립 컵 기법을 사용했죠. 재료 양을 늘리고 싶다면 물감과 미디엄의 비율을 맞춰서 추가하면 돼요. 도경 학생기자는 핑크색을 주로 사용해 여러 번 기울여 세포 모양이 큰 작품을, 래나 학생모델은 파란색·노란색·보라색이 잘 어우러지고 작은 세포 모양이 많은 작품을 만들었죠.

도경 학생기자가 “미디엄 없이도 작품을 만들 수 있나요?”라고 물었죠. “물풀이나 공예용 글루를 사용해도 돼요. 그 대신 잘 흐를 수 있도록 물감과 풀을 같은 양으로 맞춰야 해요. 물로도 가능한데, 물감 제품에 따라 물의 비율이 달라 흐르는 정도는 올리고당 농도처럼 되게 맞춰줘요. 단, 풀과 물은 작품이 변색될 수 있고 말렸을 때 코팅된 느낌이 없어요.”

레진 플루이드로 만든 테이블. 플루이드 아트는 인테리어 소품을 만들 때도 활용 가능하다.

레진 플루이드로 만든 테이블. 플루이드 아트는 인테리어 소품을 만들 때도 활용 가능하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예쁜 색과 모양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져요. 빨리 재료가 말랐으면 좋겠어요”라고 입을 모았어요. 완성된 작품은 직사광선을 피해 습기가 적당히 있는 곳에서 말립니다. 너무 건조하고 직사광선이 닿는 곳이면 그림에 균열이 생길 수 있거든요. 드라이기 등을 사용해 억지로 급하게 말리면 그림이 뒤틀릴 수 있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만든 작은 캔버스 작품은 마르기까지 최소 하루, 큰 캔버스는 3일 정도 걸려요. 실내 온도, 물감의 두께, 캔버스의 크기 등에 따라 일주일도 걸릴 수 있죠.

이 대표는 마지막으로 플루이드 아트의 장점을 얘기해 줬어요. “플루이드 아트는 심리 치료는 물론, 안 쓰는 테이블·쟁반·도마 등에 접목해 업사이클링할 수 있죠. 가장 큰 매력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거예요. 같은 색을 사용해도 모양과 무늬는 항상 다르죠. 또한 아크릴과 레진 플루이드를 합쳐 색다른 작품을 만들 수도 있답니다.”

다양한 기법을 사용한 아크릴 플루이드 아트 작품

플루이드 아트는 액체를 어떤 방식으로 붓고 쏟을 것이냐에 따라 기법이 다양하다. 그중 스와이프, 플립 컵, 트리링 기법으로 만든 작품을 살펴봤다.

스와이프

캔버스에 액체를 부어 물티슈나 키친타월로 쓸어내는 기법. 주로 비나 눈이 오는 모습, 파도가 치는 바다를 표현할 때 사용한다. 액체를 쓸어낼 때 어떤 색이 강조될 것인지 정해야 하는데 쓸어낼 색과 범위를 미리 캔버스에 스케치해두는 것도 좋다. 이 작품은 가운데를 중심으로 위아래로 쓸어내 파도를 만들었다. 작품이 마른 뒤 레진·유리조각·와이어를 덧붙여 고래를 만들었다.


트리링

액체가 흘러내린 모양이 동그랗게 보여 ‘링 푸어’, 소용돌이처럼 물감이 흐른다고 해서 ‘스월(Swirl) 푸어’라고도 불린다. 주로 나무나 암석, 지층의 단면을 표현할 때 사용한다. 액체를 부을 때 원의 크기, 캔버스를 기울이는 정도에 따라 색깔 간의 간격 차이가 발생한다. 이 작품은 추가로 땅속 천연 원석 느낌을 주기 위한 아이템을 붙여 거친 질감을 더했다.

플립 컵

종이컵 안에 액체를 쌓아 층을 만들고, 캔버스로 종이컵 입구를 막고 뒤집어준다. 컵 바닥에 작은 구멍을 뚫어 공기가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액체가 퍼지는 효과를 낸다. 이 기법은 액체를 직접 붓거나 쓸지 않아 우연이 작용할 확률이 높다. 이 작품은 실리콘 오일을 사용하지 않고, 캔버스의 기울임을 크게 해 색들의 간격이 크며 완성 후 펜으로 선을 그렸다.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플루이드 아트 취재를 하기 위해 공방에 들어가니 바다·고래 등이 그려진 크고 작은 캔버스들이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았어요. 이지연 대표님에게 플루이드 아트에 대해 궁금한 점을 여쭤보고 직접 아크릴 물감으로 만들기도 했어요.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을 부어 만드는 것이라 쉬울 줄 알았는데 색을 고르는 것부터 정확하게 계량하는 것까지 세심함이 필요했죠. 캔버스에 부은 물감을 좌우로 움직여 생각보다 멋진 무늬가 만들어져서 정말 기뻤어요. 플루이드 아트는 스트레스 풀기에 좋고 전문가가 아니라도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어 초보자도 자신 있게 도전할 수 있어요. 소중 친구들도 시간을 내서 플루이드 아트 체험을 해보길 바라요.

김도경(인천 경명초 6) 학생기자

제게 플루이드 아트는 낯선 분야였어요. 이지연 대표님을 만나 물감이 흘러가는 대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작품화한 독특한 방식의 미술 분야라는 걸 알게 됐죠. 어려울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만드는 게 흥미롭고 제 개성을 듬뿍 담을 수 있어 뿌듯했어요. 원하는 색의 아크릴 물감을 골라 계량하고 캔버스에 쏟은 후 작품을 만드는 데 예쁜 그림이 만들어져 신기했죠. 특히 대표님이 작품에 환경 메시지도 담으셨다고 하셔서 플루이드 아트가 단순히 그림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나만의 플루이드 아트 작품을 제작한 이번 취재는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답니다.

이래나(서울 창도초 6) 학생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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