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해초 다 사라진 죽음의 바다…남해 데드존 모습 '충격' [영상]

중앙일보

입력 2022.09.26 02:00

업데이트 2022.09.26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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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남해 진해만의 빈산소 발생 해역을 수중 카메라로 촬영한 모습. 사진 김일남 인천대 교수

남해 진해만의 빈산소 발생 해역을 수중 카메라로 촬영한 모습. 사진 김일남 인천대 교수

지난 21일 경남 창원시 진해 앞바다. 굴 양식을 위한 부표들이 떠 있는 바다 위에서 연구진들이 측정 장비를 배 밖으로 던졌다. 바닷속의 산소 농도를 측정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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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 장비가 수심 17m 해저면에 도착하자 산소 농도 수치가 모니터 장비에 찍혔다. 리터당 0.35㎎으로 ‘빈산소’ 기준인 3㎎/L에 한참 못 미쳤다. 빈산소는 바닷물에 녹아있는 산소 농도가 부족한 현상을 말하는 데, 1㎎/L 미만은 산소가 거의 없는 무산소 상태로 볼 수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진해만에서 수심별 산소 농도를 측정하기 위해 장비를 바닷속으로 넣고 있다. 천권필 기자

국립수산과학원이 진해만에서 수심별 산소 농도를 측정하기 위해 장비를 바닷속으로 넣고 있다. 천권필 기자

“바닷속 생물들도 물속에서 산소로 호흡하기 때문에 산소가 없으면 살 수가 없는데요. 이렇게 산소 농도가 낮으면 물고기들은 피해 가겠지만, 이동이 힘든 게나 바닥에 사는 성게 같은 저서생물들은 폐사할 수 있어요” 

빈산소를 모니터링하는 임재현 국립수산과학원 박사가 산소 수치를 가리키며 설명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국립수산과학원이 이날부터 이틀 동안 진해만 일대의 산소 농도를 조사한 결과, 태풍의 영향으로 다소 약화했던 빈산소수괴가 다시 형성돼 진해만 일대에 넓게 퍼진 것을 확인했다. 빈산소수괴는 빈산소가 나타나는 바다 저층의 물로 ‘산소부족 물덩어리’라고도 한다.

여름철마다 ‘데드존’으로 변하는 진해만

하늘에서 본 진해만의 모습. 천권필 기자

하늘에서 본 진해만의 모습. 천권필 기자

진해만은 1960년대 이후 산업화와 함께 육상에서 바다로 오염 물질이 유입되면서 여름철에 수온이 높아질 때마다 산소 부족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진해만은 전 세계적으로도 ‘계절성 데드존(Dead Zone)’이 나타나는 연안 지역 중의 하나로 알려졌다. 데드존은 산소가 고갈돼 생물이 살 수 없는 곳을 말한다.

임 박사는 “오염물이 많은 연안에서는 퇴적물에 쌓여있는 유기물이 분해하면서 많은 산소가 소모되는데, 여름철이 되면 표층과 저층의 수온 차이로 인해 해수 교환이 막히면서 표층으로부터 산소 공급이 차단돼 산소 농도가 낮아지게 된다”며 “온난화의 영향으로 수온이 상승하면 빈산소수괴의 초기 발생 시기가 빨라지고 지속 기간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소 사라진 죽음의 바닷속 충격 모습

남해 진해만의 빈산소 발생 해역을 수중 카메라로 촬영한 모습. 사진 김일남 인천대 교수

남해 진해만의 빈산소 발생 해역을 수중 카메라로 촬영한 모습. 사진 김일남 인천대 교수

데드존 현상이 여름마다 반복되면서 진해만의 해양 생태계는 말 그대로 초토화된 상태다. 김일남 인천대 해양학과 교수 연구팀이 지난달 4일 진해만 일대를 수중 촬영한 결과, 죽음의 바다로 변한 실태가 그대로 드러났다.

빈산소가 심각한 저층에서는 물고기는 물론 어떤 생명체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무산소존에 사는 박테리아로 추정되는 물체들이 거미줄처럼 여기저기에 깔려 있어 마치 다른 행성을 보는 듯했다.

진해만에서 빈산소가 발생하는 면적이 확대되고 있다. 위에서부터 1998년과 1993년, 2010년 8월 빈산소 발생 해역. 김일남 교수 연구팀 제공

진해만에서 빈산소가 발생하는 면적이 확대되고 있다. 위에서부터 1998년과 1993년, 2010년 8월 빈산소 발생 해역. 김일남 교수 연구팀 제공

문제는 한반도 주변의 해수면 온도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진해만의 데드존 현상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1989년부터 2010년까지 진해만 일대의 빈산소 농도를 비교한 결과, 진해만 내에 빈산소가 발생하는 영역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를 보였다.

김일남 교수는 “최근 30년 동안 진해만 일대에 산업화나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오염도가 많이 증가하지 않은 상황에서 데드존이 빠르게 확산된다는 건 해수면 온도 상승 등 기후 변화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데드존이 더 확산되면 인근에서 양식하는 생물들이 집단 폐사하는 등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문제는 데드존 해역에서 온실가스가 방출되면서 기후변화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연구팀 조사 결과, 진해만의 빈산소가 발생하는 곳에서 온실가스의 일종인 메탄의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

김 교수는 “유기물이 쌓인 퇴적층에서 산소가 없어지면 박테리아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메탄이 형성된다”며 “바다에서 대기로 방출되는 온실가스가 늘어나게 되면 지구 온난화를 더 가속화하는 양의 되먹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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