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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용도 돈 내라”…구글 정책 시행 초읽기에 대학들 비상 “메일 사용 줄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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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구글이 각급 교육기관에 통보한 클라우드 서비스 유료화 시행시점(2023년 1월1일)이 카운트다운에 접어들면서 대학들에 비상이 걸렸다. 구글은 그동안 이메일 서비스인 지메일(Gmail)이나 저장공간 서비스인 드라이브와 클래스룸 등이 포함된 ‘구글 워크스페이스 포 에듀케이션’을 대학 등에 무료로 제공해 왔지만 지난해 유료화 전환을 선언했다.

미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 본사 외벽에 구글 로고가 붙어 있다. 뉴시스

미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 본사 외벽에 구글 로고가 붙어 있다. 뉴시스

구글 “기존에 쓰던 대학들은 2023년 1월부터 유료화”

구글은 지난해 2월쯤 각 대학에 “내년 7월부터 각 대학별 기본 제공 저장 용량을 100테라바이트(TB‧1TB는 1000기가바이트)로 제한한다”고 공지했다. 이 보다 더 많은 양의 저장공간을 사용하려면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시기 구글이 무료로 운영하던 사진·영상 보관 서비스인 ‘구글 포토’를 유료로 전환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국내 4년제 종합대학들은 통상 구글이 제시한 기준의 10배가 넘는 1페타바이트(PB‧1PB는 1000TB)~4PB 내외의 저장 공간을 사용하고 있다. 구글의 통보 이후 국내 주요 대학들은 연합체를 꾸려 구글과 협상해 온 끝에 구글은 기존 고객에 한해 이 정책 시행시기를 약 6개월 유예(2023년 1월 1일 시행)하겠다고 밝혔지만 무료 사용 한도(100TB)는 양보하지 않고 있다. 구글 측은 “일부 고객에 대해선 최대 2024년 4분기까지 시행 시기를 조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만 밝혔다.

“개인 자료는 지워달라” 읍소 나선 대학들

구글이 ‘구글 워크스페이스 포 에듀케이션’ 서비스가 유료화된다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국내 대학들은 비상에 걸렸다. 해당 정책은 각 대학별 기본 제공 저장 용량을 100테라바이트(TB)로 제한하고, 그 이상은 유료로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사진 구글 웹사이트 캡처

구글이 ‘구글 워크스페이스 포 에듀케이션’ 서비스가 유료화된다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국내 대학들은 비상에 걸렸다. 해당 정책은 각 대학별 기본 제공 저장 용량을 100테라바이트(TB)로 제한하고, 그 이상은 유료로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사진 구글 웹사이트 캡처

구글이 물러서지 않으면서 대학들은 재학생들의 이메일 계정 사용 한도를 제한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경희대는 2023년까지 재학생 및 졸업생의 개인 저장 공간 사용 한도를 5GB 이하로 줄여나갈 방침이다. 데이터가 정리되지 않은 채 방치된 계정들은 단계별로 삭제하기로 했다. 방송통신대는 10GB 이상의 저장 공간을 사용하는 학생들의 계정을 정지하거나 해당 계정의 자료를 삭제하는 조치를 연말까지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한 학교 관계자는 “한 사람이 1TB 이상의 대용량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어 작업에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유료 서비스 구매 방침을 확정한 학교도 있다. 서울대는 이르면 내달 중 구글과 ‘구글 워크 스페이스 포 에듀케이션 플러스’ 구매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서울대 측은 1억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계약이 체결되면 재학생의 사용한도는 20GB, 졸업생은 5GB로 제한된다. 서울대 관계자는 “강의 자료뿐만 아니라 개인 자료를 다량 학교 계정에 올려 둔 학생들이 상당히 많다”며 “학생들에게 개인 자료 저장은 다른 서비스를 이용해 달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구글의 대체재를 찾아 나선 경우다. 고려대는 이달 26일부터 메일 계정과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를 구글 대신 네이버웍스로 전환할 방침이다. 다만 용량은 1인당 30GB로 제한된다. 고려대 관계자는 “네이버는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고 말했다.

어떤 경우든 학생들은 울상이다. 이미 학교를 통해 제공되던 구글 계정에 저장해 둔 대량의 자료들을 지우거나 다른 개인 저장 공간으로 옮겨야 하는 처지라서다. 고려대 재학생 이모(23)씨는 “무제한으로 알고 800GB가량 쓰고 있었는데 당황스럽다”며 “자료들을 일일이 다 옮겨야 해서 주말에 날 잡고 종일 데이터 이사를 했다”고 말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대학들이 처음 계약할 때 ‘무제한 무료’라는 점은 명문화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락인 효과’(한 번 서비스를 이용하면 유사한 다른 서비스를 쓰기 어려운 현상)로 인해 쉽게 다른 서비스로 옮기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기업들이 지금은 무료지만 일정 조건 하에서는 유료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사전에 고지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하거나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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