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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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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현주 기자 중앙일보 기자
최현주 금융팀 기자

최현주 금융팀 기자

‘달러 패권’의 시작점엔 금이 있다. 18세기 산업혁명이 진행되며 이전까지 거래수단인 금 외에 좀 더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화폐가 인기였다. 은행에 금을 맡기면 같은 가치의 화폐로 교환해줬다. 당시 세계 무역을 장악했던 영국의 화폐인 파운드가 기축통화(국제간 금융 거래의 기본 화폐)로 쓰였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벌어졌고 영국은 전쟁 자금 마련을 위해 파운드 발행을 늘렸다. 화폐 가치는 떨어졌고 불안해진 사람들은 파운드를 금으로 바꿨다. 영국은 이를 감당할 만큼의 금이 없자 금본위제도(금과 화폐의 일정량을 등가관계로 유지)를 포기했다. 1944년 세계 주요 국은 당시 전 세계 금의 80%를 보유한 미국 화폐인 달러를 기축통화로 정했다.

1960년 베트남 전쟁이 시작됐다. 미국은 15년간 이어진 전쟁 자금 마련을 위해 달러를 무한정 찍어냈고 결국 금도 바닥을 보였다. 1971년 미국도 금본위 제도를 포기했다. 달러는 더는 금으로 바꿀 수 있는 금태환이 아닌 종이돈(피아트 머니)일 뿐이었다. 1974년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대신 석유수출대금을 달러로 받으라는 협정을 맺었다. 종이돈은 페트로 달러(오일 머니)가 됐고, 현재까지 세계 기축통화다.

최근 미국은 물가 안정을 이유로 기준 금리를 공격적으로 높이고 있다. 지난 6개월간 3%포인트 올렸다. 그런데 사실 금리 인상 외에 물가 안정을 위한 별 조치도 없어 보인다. 예컨대 중국을 겨냥한 높은 관세는 여전하다. 무역 장벽 축소는 뛰는 물가를 잡기 위한 강력한 조치로 꼽힌다. 에너지 대란을 겪고 있지만, 화석연료 산업을 배척하는 태도도 여전하다.

그런데도 여전히 미국은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전 세계가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미 한화 가치는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이로 인해 대출금리 인상, 소비 위축, 경기 침체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달러 패권의 부정적 효과가 지속한다면 결국 균열이 생기게 된다. 세계 무역 결제의 70%를 차지하는 달러 가치가 1%만 하락해도 각국의 자산 감소는 천문학적이다. 세계 경제가 혼란에 빠지면 결국 미국도 피해를 피할 수 없다. 포도 한 알 먹기 위해 포도밭 전체를 태우는 누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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