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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30일 ‘점령지 4곳 편입선언’…핵 사용 명분 만들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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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공화국 마리우폴에서 주민들이 러시아 합병에 관한 투표를 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 4개 지역에서 27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투표는 투명 투표함 안에 투표용지를 접지 않고 넣게 해 사실상 공개투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공화국 마리우폴에서 주민들이 러시아 합병에 관한 투표를 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 4개 지역에서 27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투표는 투명 투표함 안에 투표용지를 접지 않고 넣게 해 사실상 공개투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가 본토 합병을 위해 주민투표를 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점령지 4개 지역이 이르면 오는 30일 러시아에 편입될 전망이다.

24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23일 시작된 우크라이나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주의 러시아 합병에 관한 주민투표가 오는 27일 끝난다. 그 뒤 28일 관련 법안이 러시아 두마(하원)에 제출될 예정이며, 다음 날 법안이 채택되면 승인이 이뤄진다. 한 러시아 하원의원은 타스통신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30일 편입을 승인하는 자리에 직접 참석해 상·하원 의원을 모두 모아놓고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와 BBC에 따르면 주민투표는 내부가 훤히 보이는 투명 투표함 안에 투표용지를 접지 않고 넣는 등 사실상 공개 투표로 진행 중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 외무장관은 24일 유엔총회 연설 뒤 기자회견에서 “향후 러시아 헌법에 추가로 명시될 영토를 포함한 러시아 전 영토는 국가의 ‘완전한 보호’ 아래에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합병한 지역 방어를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근거를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답하면서다. 라브로프는 “러시아의 모든 법규와 원칙, 전략 등이 전부 적용된다”고 강조하면서 핵무기 사용에 대한 러시아 군사교리를 강조했다. 러시아 군사교리에 따르면 “적의 군사 공격에 따른 국가 존립에 위협이 발생할 경우” 핵무기 사용을 허용한다고 나와 있다. 우크라이나는 합병 주민투표가 일어나는 와중에도 4개 지역 영토를 탈환하기 위해 “계속 공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병합 주민투표하는 점령지 4곳

러시아 병합 주민투표하는 점령지 4곳

조셉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정책 고위 대표는 이날 BBC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으로 밀려나는 등 좌절을 겪으면서 궁지에 몰렸기 때문에 확실히 위험한 상황”이라면서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건 엄포가 아니고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내부에선 반발 시위가 격해지고 있다. 독립적인 시위 감시단체인 OVD-인포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나흘 동안 러시아 전역에서 예비군 소집 반대 시위가 벌어졌으며, 40개 이상의 도시에서 2000여 명 넘게 체포됐다.

군 동원 대상자 비율이 대도시보다 주로 지방·소도시에서 훨씬 높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푸틴 대통령을 옹호하던 지역 사회 지도자들도 항의에 나섰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시베리아에 있는 사하자치공화국의 사르다나 아브크센티에바 하원의원은 소셜미디어(SNS)에 “마을 주민이 300명인데 남성 47명이 소집됐다. 이런 숫자가 나온 근거가 무엇인가”라며 비판했다. 사하족을 비롯한 일부 소수민족 단체는 푸틴 대통령에게 중단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국영방송 러시아투데이(RT)의 보도국장 마르가리타 시모니안은 “민간인은 35세까지 모집될 수 있는데 소집 서류가 40대에도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징집을 피해 육로로 이어지는 조지아·핀란드·몽골·카자흐스탄 등을 통해 탈출하려는 사람들로 접경 지역은 붐볐다. 러시아 독립언론 모스크바타임스는 “조지아 국경 앞 한 검문소 앞에 2300여 대의 차량이 서 있다”고 전했다.

“러, 계엄령 내려 남성 출국금지 가능성”

핀란드 국경수비대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사흘 동안 입국한 러시아인 수가 평소보다 2배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핀란드로 향하는 차량 행렬이 이어지자 페카 하비스토 핀란드 외교장관은 23일 “앞으로 며칠 안에 관광을 목적으로 국경을 넘으려는 러시아인의 입국을 크게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자국 병력이 자발적으로 항복하거나 전투를 거부하면 최대 10년까지 구금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에 최종 서명했다.

러시아 독립언론 메두자는 소식통을 인용해 “곧 계엄령을 도입하고 남성의 출국을 금지하는 조치가 발표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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