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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3D 무릎 지도 따라 센서가 안내인공관절 수술 정확도 높이고 출혈량·통증까지 줄여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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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첨단 로봇 관절수술 도입한 시화병원

강승일 시화병원 관절센터장은 마코 로봇을 활용하면 환자의 무릎 상태를 모니터에서 미리 알 수 있는 데다 뼈를 최소한만 절삭해 출혈·통증 부담이 적다고 강조했다. 인성욱 객원기자

강승일 시화병원 관절센터장은 마코 로봇을 활용하면 환자의 무릎 상태를 모니터에서 미리 알 수 있는 데다 뼈를 최소한만 절삭해 출혈·통증 부담이 적다고 강조했다. 인성욱 객원기자

퇴행성 무릎관절염 환자에게 주어지는 최후의 선택지가 인공관절 수술이다. 그런데 환자마다 무릎 손상 정도, 관절의 변형 상태가 제각각이어서 환자마다 최상의 무릎을 만들 ‘지도’가 다르다. 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한 시화병원은 지난 6월 최첨단 관절 수술용 로봇으로 꼽히는 마코 스마트로보틱스(이하 마코 로봇)를 인공관절 수술에 도입했다. 이 병원 강승일(정형외과) 관절센터장은 “전체 무릎 인공관절 수술의 80%에서 이 로봇을 활용하며 치료 효과를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시화병원이 새로 들인 마코 로봇은 환자별 최상의 무릎 인공관절 수술법을 안내한다. 먼저 환자 다리뼈의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물을 마코 로봇에 입력하면, 로봇은 환자의 무릎 정보를 모니터에 3차원 지도로 구현한다. 이 지도에서 수술 전 퇴행성 관절의 절삭 부위를 계산한다. 수술 당일 의사는 환자의 허벅지 뼈(대퇴골)와 정강이뼈(경골)에 센서를 각각 1개씩 부착한다. 각 센서엔 신호 발생 장치가 4개씩 있다. 이 센서는 안테나 역할을 담당한다. 그리고 의사는 ‘포인터’를 이용해 환자의 수술 부위 곳곳에 100여 개의 점을 찍고, 각각의 점이 로봇이 사전에 인식한 지점과 같도록 일대일로 매칭한다. 환자마다 무릎 모양이 다른데, 로봇이 인식하는 지점과 일치해야 로봇이 환자의 병변을 정확히 인식해 절삭 부위를 알려줄 수 있어서다. 이 센서가 연결되면 수술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강 센터장은 “수술 전 이 센서를 연결하기까지 20분가량이 소요되면서 전체 수술 시간은 1시간~1시간 반가량 진행된다”고 말했다.

인대 조작 않고도 관절 균형값 알려줘

인공관절 수술의 성패는 다리 축을 일(一)자로 만들면서 ‘관절의 균형’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관절의 균형은 무릎을 구부릴 때와 펼 때 관절의 간격이 똑같이 유지되는 상태를 가리킨다. 이 간격이 일정하지 않으면 수술 후 무릎을 구부릴 때마다 아프거나, 다리를 펼 때 인공관절이 달그락거리며 흔들려 불안정하고 무릎의 운동 범위가 좁아질 수 있다. 이 흔들림이 지속하면 뼈와 인공관절의 부착 부위가 떨어지거나 인공 연골이 점차 닳아 재수술 위험이 커진다. 기존의 일반 수술에선 의사의 감각에 의지해 인대를 늘리거나 떼는 방식으로 관절의 균형을 맞춰야 했지만 마코 로봇을 활용하면 수술실에서 무릎을 움직이며 관절의 실시간 균형 상태를 센서를 통해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다. 의사는 모니터를 참고해 인대를 조작하지 않고서 환자의 인대·근육 상태에 따른 최적의 관절 균형값을 맞춘다. 강 센터장은 “마코 로봇은 수술 후의 예상 결과를 수술실에서 실시간 알려줘 필요하면 뼈의 절삭 정도 등 수술 계획을 수술 현장에서 수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첨단 기술을 입은 마코 로봇을 활용한 인공관절 수술은 몇 가지 특장점을 갖췄다. 첫째는 ‘뼈 절삭량의 최소화’다. 인공관절을 넣기 위해선 무릎을 이루는 대퇴골과 경골의 손상받은 관절 일부 또는 전체를 잘라야 한다. 마코 로봇은 수술 전 찍은 3차원의 CT 영상물을 토대로 무릎을 분석해 뼈를 최소한만 잘라내도록 범위를 설정해 준다. 강 센터장은 “뼈를 이렇게 적게 잘라도 다리가 펴질까에 대해 의심할 정도로 마코가 알려주는 절삭 범위는 의사의 예상보다 적은 경우가 많지만 기존 수술보다 수술 성과가 향상됐다”고 말했다. 마코 로봇은 사전에 설정한 수술 계획에 따라 뼈의 절삭 범위를 알려주는 가상의 경계 구역인 ‘햅틱존’을 수술 도중 모니터로 실시간 알려준다. 뼈를 자르던 로봇 팔이 햅틱존의 경계선을 벗어나면 자동으로 작동을 멈춘다. 이를 통해 뼈 주변 인대·근육의 손상을 막고, 필요한 부분만 뼈를 잘라낼 수 있다. 강 센터장은 “뼈를 너무 많이 깎으면 관절이 느슨해져 인공관절이 덜그럭거리고 인공관절의 수명이 단축돼 재수술해야 할 수 있다”며 “뼈는 한 번 깎으면 돌이킬 수 없으므로 뼈를 사전 계획대로 절삭하는 햅틱존 기능이 중요한 이유”라고 소개했다.

퇴원도 기존 수술 대비 28시간 빨라져

둘째는 ‘출혈량·통증 감소’다. 기존의 일반 수술에선 다리 축 정렬을 맞추기 위해 허벅지 뼈에 구멍을 내고 지름 1㎝, 길이 15㎝ 내외의 기다란 쇠 구조물인 절삭 가이드를 넣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절삭 가이드가 뼛속 혈관을 건드려 출혈량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마코 로봇은 뼈에 구멍을 뚫지 않고 무릎에 센서를 붙여 다리 축을 계산하므로 그만큼 출혈량·통증이 적다. 강 센터장은 “일반적으로 인공관절 수술 후 혈액 주머니(320mL 기준) 2개가량을 수혈했지만 마코 로봇 수술을 받으면 수혈량이 이보다 적거나 수혈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수혈에 따른 합병증과 감염 위험이 낮은 이유다. 출혈이 부담스러웠던 심장질환자, 간·콩팥 기능 저하자뿐 아니라 대퇴골이 많이 휘거나 과거 금속판 삽입술을 받은 사람 등 뼈 문제로 절삭 가이드를 넣지 못하는 사람도 마코 로봇을 사용하면 안전하게 수술받을 수 있다. 통증 감소 효과도 입증됐다. 마코 로봇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가 수술 후 8주간 느낀 통증은 일반 수술 환자보다 55.4% 더 적었고, 진통제 사용량도 더 적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셋째는 ‘절삭 정확도 향상’이다. 마코 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수술 전 찍은 CT 영상에서 환자의 무릎 정보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관절의 절삭 부위를 로봇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미리 계산한다. 이때 계산된 좌표에 따라 수술을 진행하면 오차 범위를 0.5㎜ 이내로 줄여 수술 정확도를 높인다. 2019년 ‘무릎 수술 저널’에 따르면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의 수술 전 허벅지·정강이 뼈 절삭 계획과 실제 절삭 결과를 비교했더니 94.29%가 계획 범위의 0.5㎜ 이내에서 절삭됐다. 이는 회복 시간을 줄이는 데도 기여했다. 2018년 영국 정형외과학회지에 따르면 마코 로봇 수술 후 환자가 누운 상태에서 다리를 들어 올리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20시간으로, 의사의 손기술에 의지하는 일반 수술(31시간)보다 짧았다. 수술 후 무릎 가용범위는 104.1도로 일반 수술(93.3도)보다 10.8도 더 컸고, 퇴원까지 걸린 시간은 77시간으로 일반 수술(105시간)보다 28시간 더 빨랐다. 강 센터장은 “3개월 전 마코 로봇을 도입한 이후 무릎 인공관절 수술 성과와 환자 만족도 모두 높아졌다”며 “마코 로봇 수술 건수가 2배 이상 늘면 마코 로봇을 한 대 더 들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강승일 관절센터장 조언 인공관절 수술 전 체크 포인트

□ 단계·나이 등 고려해 수술은 신중하게
퇴행성 무릎관절염 4기라면 인공관절 수술이 적극적으로 권장되지만 3기인 경우 나이, 무릎 상태 등을 고려해 인공관절 수술, 약물을 이용한 보존적 치료, 절골술 등에서 치료법을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나이가 비교적 젊다면 인공관절 수술보다 절골술을 먼저 고려할 수 있다.

□ 기저질환 있으면 의료진에게 알리기
심뇌혈관·콩팥·간 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다면 수술 전 의료진에게 이를 알려야 한다. 간경화가 있거나 간 수치가 높은 환자는 인공관절 수술 후 진통제·아스피린 등을 먹을 때 간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수술 전 종합검진을 받는 것도 좋다. 초기 심근경색을 발견해 스텐트 시술부터 시행하고, 한 달 뒤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시행한 사례도 있다.

□ 혈전증 고위험군은 종합병원 고려하기
인공관절 수술 후 3일 이상 입원하면서 누워 지낼 때 일부 환자는 다리 정맥에 혈전이 생길 수 있다. 혈전이 혈관을 타고 돌아 심장·뇌·폐 등을 막는 색전증을 유발할 수 있다. 비만·고지혈증 환자이거나 심장 판막에 구멍이 있는 사람이라면 응급 사태에 대비해 심혈관센터의 빠른 처치가 가능한 종합병원이 더 안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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