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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키부츠 7년전 초연 땐 한국 관객들 얌전…망한 줄 알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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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뮤지컬 ‘킹키부츠’의 프로듀서 할 러프틱이 이태원의 한 스튜디오에서 ‘킹키부츠’를 상징하는 부츠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뮤지컬 ‘킹키부츠’의 프로듀서 할 러프틱이 이태원의 한 스튜디오에서 ‘킹키부츠’를 상징하는 부츠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한국 초연 때랑 가장 큰 차이요? 열광적으로 바뀐 한국 관객들 반응이죠.”

지난 7월 5번째 시즌을 개막한 뮤지컬 ‘킹키부츠’ 한국판 공연을 보기 위해 내한한 원작 프로듀서 할 러프틱은 한층 뜨거워진 뮤지컬 문화에 놀란 눈치였다. 2014년 막을 올린 한국 초연을 이듬해 1월에 본 후 7년 만의 내한이다.

23일 서울 용산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는 “초연 땐 관객들이 너무 얌전해서 공연이 망한 줄 착각했는데 어제 공연은 시작부터 열광적이더라”면서 “한국 배우·스태프들도 뛰어났다. 공연을 수없이 봤는데도 여러 번 눈물이 날 만큼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미국 브로드웨이 안팎에서 35년 간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 연극 ‘앤젤스 인 아메리카’ 등 히트작을 내온 베테랑 제작자다.

‘킹키부츠’는 2013년 브로드웨이 초연 후 영국·일본·캐나다 등 세계 18개국에서 흥행한 작품이다. 영국 노샘프턴의 망해가던 신사화 공장이 드랙퀸(여장 남자)을 위한 하이힐 부츠를 개발하며 기사회생한다는 내용. 1979년 실화를 토대로 한 동명 영국 영화(2005)가 뮤지컬로 새로운 생명력을 얻었다. 이 뮤지컬 음악을 맡은 팝스타 신디 로퍼가 수상한 토니상 최우수 음악상, 그래미상을 비롯해 토니상 6관왕, 올리비에상 3관왕 등을 차지했다.

뮤지컬 ‘킹키부츠’ 한국판 공연은 누적 관객수가 35만명에 달한다. [사진 CJ ENM]

뮤지컬 ‘킹키부츠’ 한국판 공연은 누적 관객수가 35만명에 달한다. [사진 CJ ENM]

한국에선 CJ ENM이 첫 글로벌 뮤지컬 공동 제작에 참여하며 2014년 전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을 선보였다. 코로나 시기 진행한 시즌4(2020)까지 지금껏 관람한 누적 관객 수가 35만명. 다음 달 23일까지 충무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시즌5도 연일 만석이다.

가업인 구두 공장을 되살리기 위해 전통을 뒤집는 초보 사장 ‘찰리’와 80㎝ 굽으로 세상의 편견을 찍어 누르는 드랙퀸 ‘롤라’. 두 주인공이 보수적인 공장 직원들과 빚어내는 변화의 춤 사위에 반한 회전문 관객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할 러프틱 프로듀서는 “‘킹키부츠’는 결국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는 아들들의 이야기다. ‘나 자신과 모든 사람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자. 내 생각을 바꾸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포용이 주요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킹키부츠’란 제목부터 난관이 많았다고 하는데.
“원작이 영국 영화인데 영국에서 ‘킹키(Kinky)’는 ‘이상한(Odd)’ 정도의 의미지만 미국에선 좀 더 변태스러운 뉘앙스가 많다. ‘킹키부츠’란 제목으론 다들 티켓도 못 팔 거라고 했다.(웃음) 힐을 신고 공장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춤출 남자 배우를 찾는 것도 힘들었다.”
‘킹키부츠’를 하며 가장 보람 있던 순간은.
“CJ ENM이 2012년 글로벌 공동 제작을 제안했을 때다. 미국 관객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는데 한국에서도 잘될 것 같다고 해서 기뻤다. 그만큼 보편적 시각에서 소구력이 있다는 의미였다.”

그는 지난 10년간 인터넷의 발달로 각국의 뮤지컬 문화가 국경을 넘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게 된 것을 가장 큰 변화로 꼽았다.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성공을 “축하한다”면서, 자막의 장벽을 넘어 급부상한 K콘텐트가 뮤지컬로 제작될 가능성도 높게 봤다. “‘기생충’을 보러 영화관에 갔을 때 처음엔 이국적이어서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한 가족이 같이 먹고 살기 위해 한 행동이 점점 수렁에 빠져드는 걸 보며 특이하면서도 공감할 만한 보편적 주제라 느꼈다. 만든 사람이 천재적이었다”는 그는 뮤지컬화 가능성을 가늠하는 잣대로 공감대를 첫손에 꼽았다.

“결국 얼마나 공감할 만한가가 관건이죠. 제작을 결정하기 전에 늘 ‘이 작품을 내가 보고 싶은가. 가족을 데려가서 보고 싶은가’라고 자문해요. 이 부분에 자신 없으면 과감하게 내려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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