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산악인 남난희(65)씨가 유럽의 권위 있는 산악상인 ‘알베르 마운트 어워드’를 수상했다.
남씨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스위스 베른의 스위스 알프스 박물관에서 열린 2022 알베르 마운틴 시상식에서 알베르 1세 기념재단이 주는 상을 받았다. 알베르 1세 기념재단은 1984년 한국 여성 산악인 최초로 백두대간 남쪽 구간을 완주한 남씨가 “백두산에서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완전한 백두대간 종주인 ‘평화의 길(Peace Trail)’을 조성하는 꿈을 꾸고 있다”고 소개했다.
남씨는 1984년 1월 1일부터 백두대간 남쪽 구간을 혼자서 76일간 걸어 완주했다. 지금 백두대간 능선은 누구나 갈 수 있는 등산로가 됐지만, 당시엔 길이 없어 지도를 들고 개척해야 하는 험한 곳이었다.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한반도의 산줄기로, 남쪽 구간은 설악산 능선에서 지리산까지 약 700㎞에 이른다.
남씨는 한국 여성 산악계에서 최초 발자국을 넓혀온 맏언니다. 백두대간 완주 후 1986년 여성으로선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강가푸르나봉(7455m)을 등정했다.
1989년 당시 ‘금녀의 벽’이라 불리는 설악산 토왕폭포 빙벽을 두 차례 올랐다. 등반가의 삶 이후엔 지리산학교 교장을 역임하며 치유를 위한 걷기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당신도 걸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해서 함께한 백두대간』을 쓴 작가다.
이인정 아시아산악연맹 회장은 “평생을 산에 대한 열정으로 살아온 산악인”이라며 “30여년 전 홀로 백두대간 완주에 나선 용기와 기록의 가치를 유럽의 산악인과 단체가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알베르 1세(1875~1934년)는 벨기에 왕이자 산악인이었다. 1907년 당시 왕자였던 그는 왕자비와 함께 스위스 엥가딘에 있는 피츠 카랄(3421m) 북동 능선을 세계 최초로 등정했다. 1934년 벨기에 마르쉐 레담의 비외 봉 디외 암벽을 혼자 오르던 중 사고로 별세했다. 알베르 1세를 기리는 흔적은 알프스 곳곳에 남아 있다. 프랑스 몽블랑 트레킹 명소 중 하나인 알베르 산장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