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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이재명 연결고리 이화영 구속여부가 수사 분기점…"이화영이 道에 아태협도 소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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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25일 방북 결과를 발표하는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 그는 당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의 초청으로 북한을 방문해 조선아태평화위원회 김성혜 실장을 비롯한 북측 고위관계자와 남북교류협력 사업에 대해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경기도

2018년 10월 25일 방북 결과를 발표하는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 그는 당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의 초청으로 북한을 방문해 조선아태평화위원회 김성혜 실장을 비롯한 북측 고위관계자와 남북교류협력 사업에 대해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경기도

쌍방울그룹의 정·관계 유착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민선 7기 경기도 대북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지난 22일 당시 평화부지사를 맡아 경기도의 대북 협력 사업을 주도했던 이화영 킨텍스 대표이사에 대해 쌍방울 관계사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또 검찰은 경기도와 쌍방울 사이의 연결고리로 떠오른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관계자들을 줄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검찰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아태협 회장 안모씨를 소환해 조사했고 지난 23일에도 아태협 관계자 A씨 등을 불러서 조사했다. 경기도와 아태협이 함께한 대북사업에 쌍방울의 후원을 받게된 경위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재명 취임 후 대북사업 활짝, 이화영 소개로 아태협과 행사

민간 단체인 아태협은 2018년 11월 고양시,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각각 열린 ‘아시아태평양의 평화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아태 국제대회)’를 경기도와 공동 주최했다. 대회 추진 비용을 전액 예산으로 조달하려던 경기도는 도의회의 반대에 부딪혀 각 대회에 3억원씩을 투입하는 데 그쳤다. 이때 쌍방울은 아태협을 통해 행사 비용 수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 7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집무실에서 이화영 킨텍스 대표이사(당시 평화부지사)에게 임용장을 수여하고 있다. 경기도

2018년 7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집무실에서 이화영 킨텍스 대표이사(당시 평화부지사)에게 임용장을 수여하고 있다. 경기도

2018년은 3차례 남북정상회담으로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이에 ‘9·19 선언’이 채택되는 등 남북관계에 장밋빛 전망이 나오던 시기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그해 7월 정무직 부지사 명칭을 ‘연정부지사’에서 ‘평화부지사’로 바꿔 그 자리에 이화영 대표이사를 앉혔다.

이 대표이사는 같은 해 10월 2차례 북한을 방문했다. 그는 같은 달 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태협 주최로 열리는 아태 국제대회에 북한 대표단이 파견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파주 임진각 일원에서 열리는 평화통일마라톤대회의 코스를 개성공단까지 연장하고, 북한 음식점 옥류관 직영점을 경기도에 유치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아태협은 경기도와 아태 국제대회를 개최하기 전까지만 해도 널리 알려진 대북사업 단체가 아니었다. 그전까진 일제강점기에 강제동원된 희생자들의 유골을 송환하는 사업에 주력해 왔다. 그런데 2018년 8월과 12월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초청으로 2차례 평양을 방문하면서 대북지원 단체로 성격이 변했다. 통일부에 ‘대북지원사업자 지정’ 신청을 한 것도 2018년이다. 아태협은 2019년 3월 통일부의 사업자 승인을 받았다. 아태협 관계자는 “경기도와 함께 사업을 하게 되면서 단체의 사업 목적이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2019 아태 평화 국제대회 리셉션 및 개회식.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경기도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2019 아태 평화 국제대회 리셉션 및 개회식.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경기도

아태협을 경기도에 소개한 사람이 이 대표이사였다고 한다. 경기도 지역 정가 한 관계자는 “이해찬 전 대표의 측근인 이 대표이사는 이재명 대표의 경기지사 선거 캠프에 합류하면서 이 대표와 가까워졌다”며 “대북·통일 전문가임을 과시해 온 이 대표이사가 아태협을 경기도의 대북 교류 협력 파트너로 추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화영·아태협의 연결고리 ‘쌍방울’

이 대표이사는 2018년 이재명 경기지사 캠프의 공동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고 경기도지사직 인수위원회에서도 기획운영분과위원장을 맡았다.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임명되기 직전까지 직함이 쌍방울의 사외이사(2017년 3월~2018년 6월)였다.

쌍방울 측은 이 대표이사가 사외이사를 지낼 당시는 물론, 평화부지사·킨텍스 대표이사를 지낸 올해 중순까지 법인카드 여러 장과 차량 등을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쌍방울이 이 대표이사에게 제공한 정치자금 성격의 금전이 4억원 이상에 이른다고 보고 있다. 이중 법인카드 사용액이 3억원 정도라고 한다. 검찰은 쌍방울 측이 이 대표이사의 측근 A씨의 이름을 직원 명부에 올려 제공한 급여 9000만원 등도 이 대표이사에 대한 불법 정치자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중 검찰이 뇌물 혐의에 해당한다고 본 것은 평화부지사·킨텍스 대표이사 재직 중 2억5000여만원에 달하는 법인카드 사용액 등이다.

경기도와 2018년과 2019년 2차례에 걸쳐 '아시아태평양의 평화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를 치른 아태평화교류협회는 쌍방울 본사에 입주해 있다. 아뉴스1

경기도와 2018년과 2019년 2차례에 걸쳐 '아시아태평양의 평화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를 치른 아태평화교류협회는 쌍방울 본사에 입주해 있다. 아뉴스1

아태협은 경기도와 함께 제1회 아태 국제대회가 치른 뒤인 2019년 1월 쌍방울그룹의 서울 중구 신당동 사옥에 이어 2020년 이전한 용산구 서빙고동 사옥에 무상으로 사무실을 제공받아 사용해왔다. 아태협 회장 안씨도 2019년 1월 쌍방울 계열사 나노스(현 SBW생명과학)의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지역 정가와 법조계에선 쌍방울 측이 대북 사업권을 노리고 아태협을 통해 경기도를 우회 지원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쌍방울 그룹 관계사의 홈페이지엔 아직도 북한 광물채굴권과 옥류관 유치 사업 등의 사업 계획을 소개하는 내용이 남아 있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아태협이 이 대표의 선거를 도운 정황도 포착했다. 수원지검 공공수사부(정원두 부장검사)는 지난 9일 지난 대선 기간 유사 선거 운동 조직을 만들어 이 대표에 대한 사전 선거 운동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유사 기관 설치 등)로 아태협 간부 전모씨를 불구속기소 했다. 아태협 여성분과위원장이던 전씨는 ‘아태충청혁신포럼’이란 조직을 만들어 대전·충남 지역에서 이 대표를 위한 선거 운동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수부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화영 대표이사에 대한 인신이 확보되는 대로 이재명 대표와 쌍방울 그룹 사이의 유착 의혹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표이사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는 오는 27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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