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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없는 통보였다"...커지는 신규 광역소각장 설치 갈등

중앙일보

입력

24일 오후 4시 30분 서울 마포구청 앞. 서울시의 신규 광역자원회수시설(쓰레기 소각장) 후보지 결정에 반대하는 주민 500여명(주최 측·경찰 추산)이 모인 집회가 열렸다. 참가자들 손엔 ‘소각장 추가 결사반대’ 문구가 적힌 노란 현수막과 ‘마포구를 살려주세요’ ‘전면 철회’ 등이 쓰인 손팻말이 들려 있었다.

이들은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소각장 백지화를 위한) 어떤 약속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운 20~30대 부부, 허리가 굽어 거동이 불편한 노인 등도 “구청장 나와라”라는 구호를 수십번 외쳤다. 집회 참가자들은 상암동 일대에서 한 시간가량 가두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24일 서울 마포구 구청 앞에서 MBC까지 '소각장 반대'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마포구소각장신설백지화투쟁본부와 주민들. 이수민 기자

24일 서울 마포구 구청 앞에서 MBC까지 '소각장 반대'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마포구소각장신설백지화투쟁본부와 주민들. 이수민 기자

"이미 소각장 운용 중인데...또" 

집회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소각장 추가 신설을 반대하는 이유로 우선 ‘형평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명모(44)씨는 “마포구가 이미 하루 750t씩 되는 광역 쓰레기를 태우고 있는데 여기에 1000t을 더 들여온다는 건 불공평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 “상암동이 녹지도 많고 자연 친화적이어서 아이를 위해 이사 왔는데 (소각장이) 추가로 들어선다면, 다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상암동엔 2005년부터 마포구 외 종로·중·용산·서대문 5개 구에서 발생한 생활 쓰레기를 하루 750t까지 처리하는 마포자원회수시설(마포 소각장)이 이미 운용 중이다. 기존 시설은 2035년 철거 예정이었다.

마포 소각장에서 900m 떨어진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윤선영(48)씨는 “지금도 아침에 창문을 열면 ‘재 냄새’가 나곤 하는데 1000t을 더 태운다는 건 상상하기도 싫다”며 “각 자치구에서 나온 쓰레기는 해당 자치구에서 알아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쓰레기 배출량도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각장 반대 피켓을 들고 있는 마포구 주민들. 이수민 기자

소각장 반대 피켓을 들고 있는 마포구 주민들. 이수민 기자

상암동 후보지 선정 이유는 

상암이 최적지로 꼽힌 이유는 이랬다. (광역소각장) 입지선정위원회는 상암 후보지의 경우 소각장 영향권역(반경 300m) 안에 주택이 없다는 점과 시유지라 토지 취득을 위한 비용·절차가 불필요한 점, 쓰레기를 소각할 때 발생하는 열을 지역난방에 활용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점 등이다.

2026년부터 생활 폐기물을 수도권 매립지에 묻지 못한다. 서울시 ‘안’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서울시는 2019년 소각장 후보지 공모에 나섰지만, 25개 자치구 중 지원한 곳이 단 한 곳도 없었다. 결국 지난해 3월 입지선정위가 꾸려졌다.

서울시는 소각장을 지하화하고 청정 기술 및 최신 설비를 도입할 방침이다. 또 예정 부지 인근에 거주하는 상암동 주민을 위해 1000억원 규모의 주민편익시설을 건립하고, 연간 100억원의 기금도 풀 예정이다. 더욱이 신규 소각장을 스키장·암벽장을 설치한 덴마크 아마게르 바케 소각장처럼 ‘명소’로 짓겠다는 게 서울시 입장이다.

24일 오후 6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앞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마포구 주민들. 이수민 기자

24일 오후 6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앞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마포구 주민들. 이수민 기자

"타 후보지 평가점수 공개하라" 

그러나 설득되지 않았다. 주민들은 “입지 선정 자체가 ‘소통 없는 통보’였다”며 “(선정과정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모차에 태운 딸과 함께 집회 현장을 찾은 홍대성(42)씨는 “마포소각장은 과거에도 병원·기업 폐기물 등을 불법적으로 반입해 문제가 될 만큼 관리가 잘 안 됐던 곳”이라며 “아무리 최첨단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해도 눈에 보이지 않는 유해물질이 어디서 얼마나 나오고 있는지 알 도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마포소각장신설백지화투쟁본부(투쟁본부)는 입지 선정 과정에서의 절차적 문제도 지적했다. 변행철 투쟁본부 위원장은 “평가항목의 배점이 상암 부지 위주로 편향됐다”며 “회의록 및 공람을 전체 공개해 다른 후보지들 평가 점수까지 모두 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입지선정위가 ‘폐기물처리법’에 따라 정족수 10명을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몇 차례 회의한 것도 일부 문제 삼았다.

윤재삼 서울시 자원회수시설추진단장은 유해물질이 대거 배출될 수 있다는 주민 우려에 “최고 수준의 오염방지 시설이랑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좀 더 청정하고 안전한 시스템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다음 달 5일 주민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26일부터…吳시장 자택 앞 시위한다"  

한편 투쟁본부는 소각장 백지화를 위해 26일부터 매일 오전 6시~9시·매주 토요일 오후 3시 오세훈 서울시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겠단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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