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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히잡 시위' 50명 사망…당국 인터넷 끊자, 머스크 나섰다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히잡을 부적절하게 착용했단 이유로 경찰에 끌려간 뒤 의문사한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22)로 인해 촉발된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여성, 생명, 자유”를 외치던 시위대의 구호는, 시간이 지나면서 “독재자에게 죽음을”로 바뀌며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17일 아미니의 장례식 직후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현재 이란 전역 80여 개 지역으로 확산됐다. 이날까지 어린이를 포함한 사망자는 최소 50명이라고 밝혔다. 전날 이란 국영언론은 최소 35명이 사망했다고 했지만, 인권단체들은 실제 사망자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에브라임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시위대를 ‘폭도’라 칭하며 “국가 안보와 평화에 반하는 폭도들을 단호하게 처리하겠다”며 강경 진압 의지를 밝혔다. 앞서 이란 정부는 2009년 부정선거 의혹, 2017년 경제정책 실패, 2019년 유가 인상을 계기로 촉발된 전국적 시위 때도 군·경을 투입해 진압한 바 있다. 2019년에는 진압 과정에서 1500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었다.

이라크 자치 쿠르드족 수도 아르빌에 있는 유엔사무소 앞에서 여성들이 이란의 마흐사 아미니 사진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라크 자치 쿠르드족 수도 아르빌에 있는 유엔사무소 앞에서 여성들이 이란의 마흐사 아미니 사진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란 치안 당국은 이번에도 보안군을 투입해 강경 진압에 나섰다. NYT는 이란 보안군이 수도 테헤란을 포함한 많은 도시에서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다고 전했다. 일부 도시에선 경찰이 민간인 거주 아파트 창문을 향해 총을 쏘고 최루탄을 투척했다. 국제엠네스티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보안군에 끌려가 구금된 상태라고 전했다. 언론인 최소 17명도 구금됐다. 시위대는 이런 군‧경에 저항해 군용차량에 불을 지르고, 여성의 복장을 폭력적으로 단속해온 일명 ‘도덕 경찰’의 본부를 폭파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 13일 이란의 복장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끌려갔다가 사흘만인 16일 사망한 쿠르드족 여성 아미니로 인해 촉발됐다. 인권단체는 아미니가 체포된 뒤 경찰의 구타로 머리에 치명상을 입었다고 주장하지만, 경찰은 부인하고 있다. 여성 권리를 위해 활동해온 이란의 인권변호사 샤디 사드르는 “시위대의 분노 포인트는 단지 아미니의 죽음에 대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그를 체포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위대에는 분노한 젊은 여성들이 대거 동참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일부 여성들이 거리에서 히잡을 벗어 찢은 뒤 불태우는 영상이 게재됐다. 히잡을 벗은 채 경찰 앞에서 춤을 추거나, 광장에서 자신의 머리카락을 직접 자르는 여성들의 영상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란 시아파의 성지로 불리는 보수적인 도시 쿰과 마샤드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시위대는 여성들에 박수를 보내면서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아미니 사건은 이란의 개인 자유에 대한 제한, 여성에 대한 엄격한 복장 규정, 제재로 휘청거리는 경제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에 불을 붙였다”고 전했다. 특히 보수 강경파인 라이시 대통령의 집권 이후, 정부 관료들의 지속적인 부패와 부적절한 코로나19 대응, 광범위한 정치적 탄압 등으로 지난 수년간 쌓였던 국민적 불만도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이란 최고 종교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겨냥해 “이슬람 공화국의 신정 통치를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NYT는 이번 시위가 이란 공화국 건국 이후 처음으로 테헤란 북부의 고층아파트에 거주하는 부유층부터 남부의 노동계급 시장 상인, 쿠르드족·투르크족 및 기타 소수 민족이 하나로 뭉쳐 같은 목소리를 내는 최초의 사건이라고 전했다. 알리 바에즈 국제위기그룹 이란 책임자는 “젊은 세대가 위험을 감수하며 이런 구호를 외치는 것은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는 자포자기 심정의 표출”이라며 “이란인들이 지금의 체제에서 개혁이 가능하다고 더 이상 믿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시위대가 경찰의 오토바이를 불태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의 시위대가 경찰의 오토바이를 불태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CNN은 이란 당국이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에 시위 현장 모습의 유포를 막기 위해 인터넷 접속을 전면 차단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인터넷 접속차단 감시단체 ‘넷블록스’는 이번 주 최소 세 차례 모바일 인터넷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는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이란에 제공하기로 했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도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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