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억 횡령뒤 튀어도, 반년간 몰랐던 건보공단…특별감사 착수

중앙일보

입력 2022.09.25 15:33

업데이트 2022.09.25 15:48

서울 영등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 영등포남부지사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 영등포남부지사의 모습. 연합뉴스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 직원이 46억원을 횡령하고 해외로 도피하는 사건이 발생해 정부가 감사에 착수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직원의 대형 횡령 사건이 발생한 건보공단에 대해 특별 감사를 진행한다고 25일 밝혔다.

복지부는 감사과, 보험정책과, 정보화담당관 등 관련 부서로 구성된 합동 감사반을 건보공단에 파견해 이날부터 10월 7일까지 2주간 특별감사를 한다.
복지부는 “이번 횡령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해 특별감사를 통해 한 점의 의혹도 없도록 철저히 살펴보겠다”며 “특히 건강보험재정관리 현황과 요양급여 비용 지급 시스템 운영 전반에 대한 현황과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점검해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건보공단은 23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22일 오전 업무점검 과정에서 채권담당 직원의 약 46억원 횡령 사실을 확인했다”라며 “확인 즉시 경찰에 형사고발 조치하고 계좌 동결하는 등 피해 최소화를 위해 경찰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공단 재정관리실 3급 팀장 최모(44)씨는 지난 4월부터 6개월간 진료비 지급 보류금 46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4월~7월까지 여러 번에 걸쳐 총 1억원을 횡령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처음에는 1만원 정도로 소액을 자기 계좌로 이체하면서 돈을 빼내는게 가능한지 테스트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최씨는 이후 금액을 늘려갔다. 4개월에 걸쳐 1억원을 빼낸 데 이어 이달 16일에는 3억원, 21일에는 42억원을 빼돌렸다. 그는 지난 17일 “독일에 사는 누나네 놀러 가겠다”라며 휴가계를 냈고 해외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최씨가 노린 건 요양기관(병원)이 건보에 진료비 지급 청구 신청을 했지만 채권압류 등으로 지급 보류된 돈이다. 건보공단은 의료법 위반 혐의가 있는 ‘사무장 병원’ 등을 적발하면 병원 측이 혐의를 벗을 때까지는 진료비를 지급하지 않고 보류할 수 있다. 최씨는이런식으로 지급 보류된 돈을 병원에 지급한 것처럼 허위로 입력하고 병원 계좌 대신 자기 계좌로 송금했다. 최씨는 부장-실장 대신 위임전결(결재권 위임)하는 시스템을 이용해 상급자의 눈을 피해 ‘셀프 결제’ 했다. 지급 보류된 돈에 대한 지급 결정과 지급 계좌변경을 직원 한 사람이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최씨의 범행 사실을 6개월간 누구도 몰랐다. 건보는 42억원이 빠져나간 다음날에야최씨의 횡령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최씨는 이미 출국 한 상태로 신병 확보는 물론 횡령한 돈을 환수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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