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도, 끝도 아름다운 700홈런…푸홀스의 위대한 여정

중앙일보

입력 2022.09.25 14:47

업데이트 2022.09.25 15:04

 앨버트 푸홀스가 지난 24일(한국시간) LA 다저스전에서 MLB 통산 700호 홈런을 때려낸 뒤 두 팔을 벌리며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앨버트 푸홀스가 지난 24일(한국시간) LA 다저스전에서 MLB 통산 700호 홈런을 때려낸 뒤 두 팔을 벌리며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메이저리그(MLB)에 역대 네 번째 '700홈런 타자'가 탄생했다. 앨버트 푸홀스(4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다. 푸홀스는 지난 24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의 원정경기에서 개인 통산 699호 홈런과 700호 홈런을 연타석으로 터트렸다.

앞서 MLB에서 통산 홈런 700개 이상을 친 선수는 배리 본즈(762개), 행크 에런(755개), 베이브 루스(714개)뿐이다. 2000년대 최고 타자로 꼽히는 푸홀스가 은퇴 직전 또 하나의 위대한 역사를 썼다. 푸홀스는 또 안타 3771안타를 친 에런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700홈런과 3000안타를 동시 달성한 선수가 됐다. 푸홀스의 통산 안타 수는 3378개다.

푸홀스는 0-0으로 앞선 3회 1사 1루에서 다저스 선발 투수 앤드루 히니를 상대로 좌중간 선제 2점 홈런을 쳤다. 세인트루이스 더그아웃과 다저스타디움 관중석이 엄청난 환호로 뒤덮였다. 푸홀스의 699호 홈런볼이 떨어지는 지점을 향해 수많은 관중이 몰려들었다. 정작 주인공인 푸홀스는 담담한 표정으로 평소와 다름없이 베이스를 돌았다.

두 번째 홈런은 달랐다. 푸홀스는 2-0으로 앞선 4회 2사 1·2루에서 다저스 두 번째 투수 피 빅퍼드의 3구째 몸쪽 슬라이더를 퍼올렸다. 맞는 순간 야구장 안의 모두가 홈런임을 직감한 타구였다. 푸홀스도 비로소 두 팔을 번쩍 치켜올리며 활짝 웃었다.

야구장도 축제 분위기였다. 다저스타디움 5만41석을 메운 홈팬과 원정팬은 MLB 역사의 한 페이지에 아로새겨질 순간을 공유하며 하나가 된 함성을 터트렸다. 투수 애덤 웨인라이트,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를 포함한 세인트루이스의 동료들은 두 팔을 벌려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영웅을 맞이했다. 그라운드와 더그아웃에 서 있던 다저스 선수들 역시 푸홀스를 향해 경의를 담은 박수를 보냈다.

앨버트 푸홀스(오른쪽)가 지난 24일(한국시간) LA 다저스전에서 MLB 통산 700호 홈런을 때려낸 뒤 지난 시즌 소속팀이던 다저스타디움의 팬들을 향해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USA 투데이=연합뉴스

앨버트 푸홀스(오른쪽)가 지난 24일(한국시간) LA 다저스전에서 MLB 통산 700호 홈런을 때려낸 뒤 지난 시즌 소속팀이던 다저스타디움의 팬들을 향해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USA 투데이=연합뉴스

푸홀스의 700홈런에는 그 가치 이상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푸홀스는 2001년 세인트루이스 유니폼을 입고 MLB에 데뷔한 뒤 11년간 홈런 445개를 치고 1329타점을 올리면서 MLB 최고 타자로 우뚝 섰다. 2006년과 2011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면서 세인트루이스 역사상 최고의 타자로 이름을 날렸다.

그 활약을 발판 삼아 2012년 LA 에인절스와 10년 2억5400만 달러에 계약했지만, 세인트루이스 시절만큼의 활약은 하지 못했다. 오히려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으로 비난을 받다 지난해 5월 방출됐다. "한물갔다"는 평가 속에 '강제 은퇴' 위기에 몰린 그때, 푸홀스에게 손을 내민 팀이 바로 다저스였다. 푸홀스는 다저스 입단 후 왼손 투수 플래툰 타자와 오른손 대타 요원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치면서 상처 입은 명예를 회복했다. 무엇보다 이 시기에 홈런 12개를 추가하면서 통산 700홈런 희망에 다시 불을 지폈다.

앨버트 푸홀스(오른쪽에서 2번째)가 지난 24일(한국시간) LA 다저스전에서 MLB 통산 700호 홈런을 때려낸 뒤 오랜 동료인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와 포옹하며 감격을 나누고 있다. USA 투데이=연합뉴스

앨버트 푸홀스(오른쪽에서 2번째)가 지난 24일(한국시간) LA 다저스전에서 MLB 통산 700호 홈런을 때려낸 뒤 오랜 동료인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와 포옹하며 감격을 나누고 있다. USA 투데이=연합뉴스

푸홀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11년 만에 세인트루이스로 돌아왔다. 선수 생활의 마지막 시즌을 정든 친정팀에서 보내기 위해 1년 계약을 했다. 시즌 초반에는 부진했지만, 여름부터 부쩍 홈런 생산에 가속도를 붙였다. 어느덧 700홈런을 향한 그의 여정을 MLB 전체가 함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이날, 전성기를 함께한 친정팀 유니폼을 입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준 다저스와의 마지막 시리즈에서 대망의 700홈런 고지를 밟았다.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드라마다. 푸홀스는 경기 후 LA 타임스 등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특별한 밤이다. 내가 야구의 즐거움을 다시 찾게 된 야구장에서 기록을 세워 더 의미가 있다"며 "만약 다저스가 내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이런 역사를 볼 수 없었을 것"이라고 고마워했다.

푸홀스는 또 선수 생활의 가장 큰 기념품이 될 700호 홈런 기념구도 "(공을 습득한 팬으로부터) 돌려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홈런 기념구는 나보다 팬들을 위한 것이다. 이곳에서 다저스 팬들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특별했다"고 했다.

앨버트 푸홀스(왼쪽에서 2번째)의 700홈런 클럽 가입을 알리는 MLB 공식 트위터. 베이브 루스, 푸홀스, 배리 본즈, 행크 에런(이상 왼쪽부터)이 나란히 서 있다. MLB 공식 트위터 캡처

앨버트 푸홀스(왼쪽에서 2번째)의 700홈런 클럽 가입을 알리는 MLB 공식 트위터. 베이브 루스, 푸홀스, 배리 본즈, 행크 에런(이상 왼쪽부터)이 나란히 서 있다. MLB 공식 트위터 캡처

푸홀스는 700번째 홈런을 치고 홈을 밟은 뒤, 백스톱 뒤로 다가가 가장 먼저 아드리안 벨트레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푸홀스의 오랜 친구인 벨트레는 다저스와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뛰다 2018년 은퇴했다. MLB 명예의 전당 한 자리를 사실상 예약한 푸홀스처럼, 벨트레 역시 유력한 명예의 전당 헌액 후보로 꼽힌다. 그는 "친구의 역사를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날 직접 다저스타디움을 찾았고, 운 좋게 그 목표를 이뤘다.

벨트레는 MLB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푸홀스는 내가 야구로 추앙하는 인물이자 모든 선수가 가장 닮고 싶어하는 야구선수다. 그를 '내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게 영광이고, 자랑스럽다"고 찬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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