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강아지 슬개골탈구입니다”…반려견 AI 헬스케어 만든 SKT의 빅픽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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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다리를 절뚝거리는 열두살 포메라니안 ‘흰둥이’. 주인과 함께 동물병원을 방문, 엑스레이를 촬영했다. 수의사 오이세씨가 크롬 브라우저에서 흰둥이 엑스레이 사진을 클릭했다. 약 10초 뒤 흰둥이 사진 위에 ‘Medial Patella Luxation(슬개골 탈구)’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는 SK텔레콤이 자체 개발한 동물영상진단 서비스 ‘엑스칼리버’를 활용한 사례. 통신 회사인 SKT가 반려동물 진단 보조 서비스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SK텔레콤이 22일 기자간담회에서 공개한 AI 기반 동물영상진단 보조 서비스 '엑스칼리버'의 화면. 병원에서 촬영한 반려견의 근골격 등 엑스레이 사진을 클라우드에 올리면 AI가 10초만에 분석 결과를 보여줬다. 하선영 기자

무슨 일이야

SKT가 22일 서울 을지로 SKT 본사에서 공개한 엑스칼리버(X Caliber)는 국내 최초의 AI 기반 수의(동물)영상진단 보조서비스. 이달 말 본격 출시 예정이다. 엑스칼리버란 이름은 엑스레이와 무한한 가능성을 뜻하는 ‘X’와 우수함을 뜻하는 ‘caliber’의 합성어다. 이 서비스는 반려견의 근골격계 질환 7종, 흉부질환 10종을 진단하거나 심장 크기 측정(VHS)에 쓰인다.

●동물병원이 쓰는 B2B 솔루션: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이달 중순 ‘엑스레이 기반의 동물의료영상 검출 보조 소프트웨어’로는 처음으로 엑스칼리버에 대해 판매를 허가했다. 그간 집에서 반려동물 소변 등으로 질병을 진단하는 자가 키트는 있었지만, 이처럼 엑스레이 기반의 진단 서비스는 처음이다. 엑스칼리버는 수의사 면허가 있는 동물병원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분석 건수에 상관없이 월 30만원을 내는 일종의 구독 서비스. 아직은 반려견의 진단에만 활용 가능하다. 추후 반려묘나 다른 동물 진단도 할 수 있게 기능을 확대할 예정.

●10초면 분석 진단 가능: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오이세 SKY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은 “기존의 원격 판독 서비스들은 대개 회사에서 전문가에게 판독을 의뢰하고 기다려야 해서 24시간씩 걸렸다”고 말했다. 반면 이날 엑스칼리버를 시연할 때는 판독까지 약 10초면 충분했다. 높은 판독률도 장점. SKT가 엑스칼리버의 판독 결과와 국내 대형 동물병원 수의사들의 판독 결과를 비교해본 결과 양측 의견이 합치하는 비율이 84~97%에 달했다.

오이세 스카이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이 진료실에서 ‘엑스칼리버’를 통해 분석한 반려견의 엑스레이 사진을 설명하고 있다. [SK텔레콤]

이게 왜 중요해

하민용 SKT CDO(최고사업개발책임자)는 엑스칼리버 개발 이유에 대해 “AI 기업으로서 진화하는 방향을 설정했고, 이를 위해 우리 실생활에서 AI 기술을 반영한 상품을 출시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설명. 서비스를 고도화하면 해외 진출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AI와 의료 데이터의 결합: 이종민 SKT 미래R&D 담당은 “SKT에서 AI가 단순히 커넥티비티(연결) 역할만 하는 게 아니고 산업 전반에 효율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양질의 통신망으로 엄청난 데이터를 들여오고 여기서 인텔리전스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엑스칼리버도 SKT의 AI 연구·개발(R&D)의 산물. 우선 동물 의료 데이터를 수집, 가공해 고품질 AI 데이터셋을 개발했다. AI 진단 모델을 만들 때도 데이터 증강기법(Data augmentation) 등이 쓰였다. 이 담당은 “데이터 수집부터 서비스 적용에 이르는 선순환 체계를 빠른 시간 안에 만든 것은 다년간 AI 기반 사업을 해온 역량, 노하우 덕분”이라고 설명.

●커져가는 동물의료 시장: 하민용 CDO는 엑스칼리버의 타깃 고객인 동물병원에 대해 “현재 국내 4000곳 정도 되는데,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많이 늘어난 만큼 동물병원이 5000곳까지 늘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 SKT는 내년까지 국내 동물병원의 20%, 3~4년 안에 30~40% 동물병원에서 엑스칼리버를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또 해외에 유사한 서비스가 없는 만큼 아시아·유럽 등에 진출할 계획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