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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금융인은 빼"…러 동원령 부익부 빈익빈, 농촌서 대거 차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러시아에서 '부분적 군 동원령'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군 동원소집 대상자의 비율이 대도시보다 지방·소도시에서 훨씬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형평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러시아 예비군 동원령에 따라 소집되는 남성들. AP=연합뉴스

러시아 예비군 동원령에 따라 소집되는 남성들. AP=연합뉴스

23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시베리아에 있는 러시아 연방 사하 자치공화국 출신의 사르다나 아브크센티에바 의원은 SNS에 "마을 주민이 300명인데 남성 47명이 소집됐다. 이런 숫자가 나온 근거가 무엇인가"라고 묻는 글을 올렸다. 부분적 동원령 이후 진행된 동원소집의 지역 편중성을 지적하는 내용이다.

보도에 따르면 사하공화국의 사하족 단체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이번 동원령으로 인구가 희박한 야쿠티아 북부 지역에서 남성이 더 적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베리아 동부의 소수민족 '유카기르족' 지도자도 NYT에 "순록 목축업자, 사냥꾼, 어부 등 사람이 많지도 않은데 대다수가 징집됐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처럼 동원소집에 대한 부담이 커지자 일부 소수민족들은 연기를 주장하는 공개서한을 푸틴에게 보냈다고 NYT는 전했다. 2차대전 때도 소련군이 인구가 적은 소수민족은 동원하지 않았다는 논리다.

동원령에 따라 소집된 예비역들. TASS=연합뉴스

동원령에 따라 소집된 예비역들. TASS=연합뉴스

러시아 당국이 대도시보다 지방, 소도시에선 동원 소집에 대한 저항이 나을 것으로 보고 소집 대상자를 늘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스트리아의 중앙유럽대학에서 러시아의 민군 관계를 연구하는 키릴샤미에프 교수는 NYT에 "크렘린궁은 늘 하던 대로 하고 있다. 첫 번째 조건은 푸틴의 집권 연장이다. 바로 그 때문에 일부 농어촌·소도시에서 징집 비율이 크게 높다"고 말했다.

22일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예비군 중 군사 전문 특기나 전투 경험이 있는 예비군을 우선 징집할 방침이다. 반면 16세 이하 자녀를 4명 이상 뒀거나 병사 및 부사관으로 전역한 이들 가운데 35세가 넘는 예비군은 징집 대상에서 제외한다.

정보통신(IT) 및 통신 관련 근로자, 금융 전문가, 국영 언론인 등과 같은 특정 산업의 화이트칼라 근무자는 동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특정 첨단 산업과 러시아의 금융 시스템의 작동을 보장하기 위해 중요 산업 종사자를 동원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혼란과 불만은 이어지고 있다. '친푸틴 인사'로 분류되는 러시아 국영방송 러시아투데이(RT)의 편집장 마르가리타 시모니안마저 텔레그램에 "민간인은 35세까지 모집될 수 있다고 발표됐는데 소집서류는 40대에게도 가고 있다", "그들은 고의적인 것처럼, 악의에 찬 것처럼 사람들을 정말로 화나게 하고 있다"고 분노를 나타냈다.

특히 군 경험이 없거나 징병 연령이 한참 지난 남성이 영장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전쟁 찬성론을 주로 올리던 인기 블로그 '리바르'는 "건강 문제가 있거나 전투 경험이 없는데도 동원 소집 통지를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엄청나게 접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에서 정부의 예비군 부분 동원령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했다 경찰에 체포된 여성. 모스크바 EPA=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에서 정부의 예비군 부분 동원령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했다 경찰에 체포된 여성. 모스크바 EPA=연합뉴스

반대 시위도 이어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인권단체 OVD-인포에 따르면 전국 32곳에서 진행된 반발 시위가 진행돼 총 724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푸틴이 동원령을 발표한 21일엔 1300명 이상이 체포했다. 이날 AFP통신은 모스크바에서 경찰에 체포된 한 여성 시위자가 "우리는 '총알받이'가 아니다"고 외치는 것을 목격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당국은 예비군 징집을 위한 '당근'과 '채찍'을 준비하고 있다. AFP통신은 푸틴 대통령은 자발적으로 항복하거나 전투를 거부하면 최대 10년까지 구금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많은 병력이 한꺼번에 군에 합류하는 상황을 고려해 군법을 엄격하게 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아울러 당국은 동원령의 대상이 되는 예비군에 채무 상환을 유예해주도록 시중은행 및 대출기관에 권고했다. 동원 대상자에 대해서는 연체된 채무를 징수하지 않고, 압류된 모기지 주택에서 퇴거당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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